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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깨진 사이드 미러에 담긴 세상 풍경
    이런저런 이야기 2006. 7. 6. 23:14

     

    깨진 사이드 미러에 담긴 세상 풍경

     


    요 며칠 장기 출장으로 전라도 광양이라는 동네에 와서 며칠 살고 있다.
    지난 화요일 밤 늦은 시간에야 출발을 해서 밤을 새워 경부,중부,남해의
    3개 고속도로를 달려서 사천휴게소에 도착했을때는 0시 30분...
    이미 날은 바꾸어 새로운 요일이 되었고 또 하루를 내가 받아서 나온
    인생의 마일리지에서 차감했다. 하루 하루를 산다는 것...어느정도인지도
    모르지만 누구나 정해진 마일리지에서 하루분씩 차감되는 것이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때가 있다. 아니 먹었다는 것을 말이다.
    사천휴게소에 도착할때만 해도 그랬다. 예전같으면 충청도 아산에서 광양
    쯤은 한달음에 달려서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곤 했는데 엎어지면 오십이고
    보니 함양휴게소에서 좀 쉬고 다시 사천에 도착해서 한계를 느낀다.


    10분만 자고 출발하자고 핸드폰의 알람을 10분으로 조정한다.
    그리고는 잠에 잠시 빠진다. 그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꿈을 꾼다.
    요란한 알람소리에 잠을 깬다. 그리곤 다시 20분 알람으로 조정을 한다.
    다시 알람을 울릴때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


    아침 7시에 잠을 깬다. 밤새 차안에서 쪼그리고 새우잠을 잤다.
    처음있는 일이다. 이렇게 차안에서 꼬박 밤을 세운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허리가 뻐근하고 어깨도 결려온다. 비로소 어제와 달라진 몸을 느낀다.
    육체에 깃들어 있는 나이테가 선명하게 눈앞을 아른 거린다.


    차에 싣고 다니던 가그린으로 칫솔질을 대신하고 휴게소 화장실에서
    얼굴을 씻는다. 7월이지만 찬물에 정신이 번쩍든다.
    숙취와는 관계없는 속쓰림이 재첩국을 생각나게 한다.


    어릴적 나의 아침을 깨워주던 "재치국 사이소~"의 두음절 기억이 다시
    차에 올라 시동을 걸게 만든다. 나는 섬진강 휴게소에 차를 멈춘다.
    섬진강은 재첩국이 좋은 곳이다. 물론 오리지날 재첩국은 섬진강 변을 따라
    하동까지 가야 하겠지만 바쁜 여행자에게는 휴게소에서 맛볼수 있다는 것도
    감지 덕지 할 일이다.


    여행...여행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이번 여정이 사실 출장이지만 나는 늘
    집밖만 나서면 여행이라고 견강부회한다. 회사업무로 오는 일이지만
    여행이다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아뭏던 오랫만에 재첩국을 먹자고 들어 왔는데 식권파는 직원의 웃음에
    정신이 팔렸는지 헛소리가 나왔다.


    "콩나물 해장 라면요~"

     


    종일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서 업무를 보고 났더니 저녁때는 몸이
    마침내 임계치를 보인다. 같이 간 직원에게 찜질방을 가자니 싫다고 한다.
    나는 찜질방을 좋아 한다. 물론 세상사람들이 같은 것을 같이 좋아할수는 없다.
    내가 찜질방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 어린 시절을 낙동강의 하구인 구포에서
    자란 때문인지 모르겠다.


    뜬금없는 이유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어릴적에 우리 동네는 물난리가
    자주 일어났다. 안동댐과 하구언이 없던 시절에 낙동강은 여름엔 자주 범람을
    했었고 일단 물난리가 나면 우리 학교 교실은 피난처가 되었다.
    그럴때마다 교실바닥은 가족의 구분도 나이의 구분도 동서남북의 구분도 없이
    제멋대로 편한대로 그렇게 잠을 자고는 했는데 찜질방 풍경에서 그때가 생각나는
    것은 기억력이 좋는 탓인지...원~


    그래도 그때에 비하면 천국이다. 돈만있으면 먹을 것, 마실것 풍족하게 있고
    뜨듯한곳...뜨거운 곳..미지근한 곳...냉방까지 골고루 갖추어져 있는데다가
    아주 큰 텔레비젼으로 영화도 뉴스도 다보여 준다.
    이 좋은 곳을 싫다 하다니...그래도 개인적 취향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
    부하직원들 숙소 잡아주고 혼자서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유했다.


    아침에 일어나 잠깐 하루 일정을 머리속으로 셈해 본다.
    어제 고생한 보람이 있으니 오늘은 조금 일찍 업무를 마칠수도 있으려니...
    그러면 해가 지기전 2시간정도는 여유가 있으리라. 그러면 어느곳을 한번
    가보면 좋을까....마땅하게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 그래 북쪽이다.
    콩나물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고 주차장으로 차를 가지러 가는 길에 눈에 뜨인
    풍향계가 북쪽을 가르키고 있다. 여기서 북쪽이라면 백운산 쪽이다.
    너무 멀다..서쪽으로 가리라...
    에라..모르겠다..나중에 결정하리라..마음 내키는 대로..그렇게 결정하리라.
    풍향계란 원래 시시각각으로 방향이 변하는 법이니....


    우리들 삶에도 풍향계나 풍속계처럼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무었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갈피잡지 못하는 일이 생겼을때..사랑하는
    사람으로 부터 사랑의 강도가 궁금할때..어떤때는 내마음이 향한 방향을
    보고 싶을때...그럴때 풍향계 같은게 있었으면 생각이 든다.


    그러면 좋을까? 아니면 있느니만 못할까?

     

    공사장에서 현장 소장이라는 직책이 아침에 제일 분주하다. 여기저기 작업지시와
    안전에 대한 것들 체크하고...그렇게 분주하다가 딱 짬이 나는 시간이 점심전
    1시간 정도이다. 11시쯤이라는 이야기다.

     

     

     


    나는 이때쯤에 산책을 즐긴다. 현장 주변을 여기 저기 쏘다니는데 이번 현장의
    주변에는 다행이 녹지 공간이 있어서 풀섶길이 제법 멋있다.
    오늘 발견한 풍경하나...깨어져 버려진 자동차 사이드 미러에 담긴 세상이다.


    깨어지고 금이 간 사이드 미러는 용도폐기품이다. 그래서 버려진 신세가 되었다.
    그래도 사이드미러는 실망하지 않는것 처럼 보인다.
    세상의 모든 것들.. 민들레, 강아지 풀, 잡초,하늘,구름....이 모든것들이 자신을
    비추어 보기 때문이다.


    깨어졌다는 것...깨어져 있는 덕분으로 제각각의 영역을 나누어 줄수도 있기 때문에
    그 깨어짐도 결코 슬픔이 아닐수도 있다.


    가만히 생각해본다. 사람이 살아 간다는 것..그리고 늙어 간다는 것...어쩌면
    아주 조금씩, 매일 매일...시시각각 용도폐기되어 간다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어느 시기가 될런지 모르지만 지금의 자리에서 지금의 역활에서 그렇게 조금씩
    용도폐기 되어 갈것이다.


    나중을 위해 새롭게 자신의 용도를 발견하는 공부....오늘의 화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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