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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700KM 여행의 기록
    여행기 2006. 6. 25. 22:00

    하루 700KM 여행의 기록 
    2005-06-24 오전 9:08:38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80리터 기름 탱크에 기름은 가득차 있으니 엑셀레이트만 밟아주면
    될터인데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어제 뺀 이빨때문에 진통제를 먹었기에 졸리지나 않을지...


    오늘의 목적지는 거제도다.
    경부고속도로의 아침은 좀 살벌하다. 지난밤에 졸음으로 인했던지
    아니면 어둠에 익숙치 않았음인지 사고의 잔해들이 여기 저기 보인다.


    그래도 이렇게 완전히 해가 뜨지 않은 고속도로의 새벽에는 달리기에
    그저 그만이다. 지긋히 엑셀을 밟으니 140쯤은 쉽게 올라간다.
    직선코스를 만나면 160까지도 올려본다.
    그도 잠깐이다.
    이내 네비게이트양이 아릿따운 목소리로 경고음을 보낸다.


    그러 저러 하는 동안에 어느듯 고속도로를 갈아 탓다.
    경부고속도로를 버리고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로 올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겹지 않은 경치를 보여 주는 고속도로다.
    그만큼 운전자의 시각적인 만족을 생각하면서 만든 고속도로라는
    생각을 이곳을 지나칠때마다 하게 된다.


    항상 쉬어가는 곳..이를테면 "단골'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무방한
    인삼랜드휴게소에서 잠깐 쉰다.
    몇대의 버스가 늘어서 있는데 묘하게도 장의차와 관광버스가 나란히
    서있는데 한쪽에서는 흑백의 옷입은 사람들이 한쪽차에서는 울긋불긋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내리고 오른다.
    늘 생각하지만 삶과 죽음의 모습은 항상 일상속에 같이 있다.


     

     

    산청....
    산청은 지리산이 가까운 곳이다.
    산청하면 생각나는 것 몇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지리산 흑돼지..이거 참 맛있다.
    두번째는 근세에 우리나라 정신세게에 크게 영향을 끼친 성철스님의 출생지...
    그곳에 세운 겁외사가 있다.
    세번째는 문익점 선생이 붓뚜껑에 목화씨를 숨겨와서 처음으로 재배에 성공을
    한곳이 바로 이 산청이다.


    목화의 재배성공은 우리 한민족에게 일대 혁명을 불러왔다.
    아마도 석기시대에 청동기의 발견이나 청동기 시대에 철기의 발명과 비견할 수
    있을 만큼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큰 비중으로 자리매김하여도 될 것이다.


    산청휴게소는 뒷마당에 목화를 키운다.
    좀더 있으면 목화꽃이 피리라..그리고 가을에는 솜송이들을 맺으리라.


    10시 30분에 나는 산청휴게소를 떠나다.
     

     
    남해고속도로를 다시 한번 갈아탔다가 사천을 거쳐서 고성을 지나쳐서 마침내
    통영 바닷가..남해안이라 칭하는 그 바닷가에 섰다.
    오전 11시 30분...
    고성에서 통영의 경계에 접어들자 통영이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인 윤이상을
    기념하는 통영국제음악제를 알리는 조형물들이 그득하다.
    통영도 역시 몇가지 생각 나는 게 있다.


    첫번째 생각 나는 것은 아름다운 통영항의 야경이다. 오죽 아름다웠으면
    동양의 나폴리라는 별칭이 붙었을까 말이다.
    언제 한번 통영에 들리면 밤시간 아름다운 통영항의 야경을 꼭 한번 보라.


    두번째는 청마선생의 어릴적 자란 집..통영의 바다가 잘보이는 곳에 있는데
    그 또한 통영에서 놓치면 반드시 후회하고 말 것이다.


    세번째는 세병관이다. 수군들의 병영이였던 이곳에서 칼로 새긴 고누판을
    보았을때 나는 몇백년전의 기억으로 짜릿해 지기도 했다.
     

     

    12시 40분...
    좀 일찍 거제도에 도착을 했다.
    40분 정도의 짜투리 시간이 남았다. 이럴때 바닷가 산책은 제법 그럴듯하다.
    조그만 어항의 낮시간은 무료하다. 아무래도 어항의 활기는 밤과 새벽이다.
    아마도 밤이면 통통통~ 발동을 걸고 파도를 헤쳐 가리라.
    그리곤 내일 새벽이면 다시금 통통이며 항구로 돌아와 펄떡이는 생명을
    뱉어 내 놓으리라.

     

     


    오후 5시...
    나는 거제도를 떠나 왔다. 참 이상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실상은 다라 하나를
    건넜을 뿐이다. 오래전 이순신이라는 걸출한 영웅이 있어서 수많은 왜인을
    수장시키려 한산도와 당항포를 오가던 바닷길에 울돌목에 가로 놓인 거제대교..

    이 다리를 건너 왔다는 것은 이제
    거제도는 섬이고 나는 그 섬을 바라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후 6시에 나는 또 다른 곳에 서 있었다.
    고성과 마산의 경게에 있는 당항포...이곳도 역시 이순신장군의 전승지다.
    두번의 전투에서 50여척의 왜선들을 수장시킨 곳이다.
    장군의 사당은 제법 높은 곳에 있다. 장군의 영정이 있는 전각의 댓돌위에서
    까치발로 장군의 시선과 높이를 맞추어 당항포 바다를 본다.
    시퍼런 바닷물빛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이렇게 더운 날에 말이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몇십분 단체로 왔다.
    "사랑..사랑...내사랑이야~" 사랑가를 한 할머니가 멋들어지게 부르자
    할아버지의 화답가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가 웃음을 자아 낸다.
    실없이 혼자서 킥킥 웃어본다.
     

    치열한 전장터...세상의 모든 치열함은 세상의 모든 편안함을 낳는다.


     

     

    7시 30분....
    배꼽시계가 자꾸 울어대서 결국에는 사천휴게소로 들어선다.
    이곳의 김치찌개는 맛있다. 휴게소마다 음식의 특색이 있는데 산청휴게소는
    한약재넣고 끓인 라면이...화성휴게소는 회덮밥이...안동휴게소는 간고등어 정식..
    섬진강휴게소는 제첩국이..이런식으로 알아 놓으면 여행길도 즐겁다.
     

    어제 빼어버린 어금니..있을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막상 빼고나니 그동안
    그 고마움을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껌을 씹어도 자꾸 허전해진 그 공간으로 들어만 가고 밥알도 자꾸 거리적인다.
    어금니 하나 없는게 이렇게 불편하다니....
    이래서 무었이던지 있을때에 그 고마움을 느껴야 하는 것인가 보다.

     


    8시 30분....
    내 배만 부르면 남 생각이 안나는 법이다.
    무심코 출발했는데 사천휴게소를 막 벗어나자 연료등에 불이 들어 온다.
    자기도 배가 고프니 먹여달라는 신호인데 싶어서 할수 없이 섬진강휴게소에
    들렀다. 불과 30키로 운행하고 다시 휴게소에 들르려니 그렇기는 하지만
    암튼 애마도 배를 채워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아마도 이 섬진강휴게소에는 "쓰파라치"라는 신종 꾼들이 생겼는가 보다.
    오죽 극성이면 저렇게 플랭카드까지 붙여 두었겠는가 말이다.
    "쓰파라치"란 몰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을 몰래 카메라로 찍어서 신고를
    하고 그 포상금을 챙기는 사람들이다.
     

    신신애의 "세상은 요지경~"이 생각난다. 이 밤에....

     

     


    11시 30분....
    전라남도 광양시의 어느 여관..아니 모텔이다..그게 그거 같지만 여관,,이러면
    왠지 싸구려틱하다.
    인터넷도 되고 방안에 냉장고도 있고 냉장고 안에는 미에로화이바 한병과 박카스
    한병도 들어있고 냉온정수기도 있는 곳이니 모텔이 훨씬 어울리겠다.

     
    피곤한 일정이 나를 압박하였기에 일찍 자려고 했었다.
    누웠는데 바로 옆방에서 파티가 벌여졌는지 "우리가 남이가!!" 이어서 챙그렁~
    맥주잔 부닺는 소리가 하도 요란해서 잠이 달아났다.
    제길~ 이 세상에 지들만 사는 줄 안다.
    죄없는 어금니만 다시 원망한다.
     

    날짜가 바뀌어 6월24일 금요일이 되었다.
    새벽 1시 44분에 졸라 바빴던 하루의 방점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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