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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섬진강記1)- 섬진강변 드라이브여행기 2006. 6. 24. 18:35
5월의 섬진강記1) -섬진강변 드라이브아까시아 꽃이 필듯 말듯 속살보이기가 아까운 5월 13일 길을 나선다.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잠시태웠다가 이내 호남고속도로로 갈아 탔다.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바로 만나는 여산휴게소...
이 여산휴게소는 순두부맛이 일품이다.
넓직한 종이 사발에 넣어주는 따근한 순두부에다 양념장을 한 숟갈 넣고 먹는
순두부의 맛을 그동안 다녀본 수많은 휴게소들 중에서 최고의 맛이다.
그런데 없어졌다.
요새 사람들의 입맛이 바뀐것인지 메뉴에서 없어져서 외양간 소를 잃은듯
마음이 허전하다.
그냥 떡라면 한 그릇으로 다음 여행지 까지의 열량을 충족한다.11시 55분....
오전이다. 우리 인간의 셈법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호남고속도로 광주지나 옥과지나 곡성나들목으로 내린다.
섬진강 여행을 시작하는 곳이다.
섬진강은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의 가마골의 아주깊은 골짜기가 발원지이다.
그러니 섬진강을 온전히 보려면 담양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나 나는 항상
섬진강 구경을 이곳에서 시작하고 끝맺기도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부터 여러 지류들이 모여서 이루는 섬진강의 본류가 있다 할 만한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요즈음의 국도는 이런 풍경이다.
농사철의 시작이 되는 철이라 경운기..트렉트등이 국도를 누빈다.
불쑥 불쑥 갓길에서 튀어 나오기 때문에 요즈음 국도를 달릴때는 항상 이런 풍경에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예전에는 지금쯤이면 소들이 등에 멍에를 지고 서래를 끌었었다.
그래서 논둑에 앉아서 귀를 귀울이면 '이려~~ 이려~~~자라라라라~~~"하는
농부의 걸쭉한 목소리와 "딸랑~ 딸랑~' 화답하는 소목에 달린 방울소리가 정겹게
들리곤 했지만 지금은 "탈탈탈~" 거리는 기계음만 들판을 메우고 있을 뿐이다.
곡성읍내의 메타콰세이어 가로수...
파른 하늘에 녹색의 쐐기가 박혔다.
이곳 곡성에는 도림사라는 유명한 절이 있다. 역사도 깊을뿐 아니라 도력높은
스님들도 많이 배출된 곳이다. 몇해전에 들렀는데 얼마나 안온한 느낌을 주던지...
마침 곡성장날이다.
바쁘지만 않은 순수한 여행자였다면 아마 어디쯤에 차를 세우고 내렸을 터이다.
에어콘을 끄고 창문을 최대한으로 내렸다.
왕복 4차선의 국도를 한차선씩 차지한 터리 나그네가 가야하는 길은 더디지만
오히려 핑계삼아 유유자적 시장풍경을 눈팅한다.
요즈음은 어딜가나 드라마 특수가 대단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보따리 싸들고 다니면서 드라마나 영화촬영장소로
낙착받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고 하다.
이곳 곡성장에서는 야인시대(野人時代)의 일부부분이 촬영되었다고 한다.
그 만큼 옛풍경을 잘 간직하고 있다고 해야만 할 것이다.
곡성에서 구례로 가는 길의 풍경들....
섬진강은 어머니 같은 그런 강이다. 나는 낙동강의 하구 구포가 태생이다.
우리 할매는 특별히 용왕님을 숭앙하는 분이셨기에 내가 태어나자 내 탯줄을
낙동강의 갈대밭에 묻었다.
낙동강은 나에게는 바다였다. 구포포구에는 마치 기선같은 모래채취선에다
울긋불긋 깃발을 매어단 고깃배도 있었고 구포에서 건너편 대동이라는 동네까지
오가는 도선도 있었으므로 낙동강은 바다 이상이였다.
큰 물이 져도 낙동강은 그닥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흐를 뿐이였으므로 늘 별 말씀이 없이 지켜만 보시던 아버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섬진강은 아기자기 하다. 이쁜 강이다. 산도 이쁘고 물굽이도 이쁘다.
그러면서도 안온하다. 자상하고 이브면서도 안온한.....
그래서 나는 항상 섬진강에서는 어머니의 이미지를 떠 올리게 되는 것이다.
중간쯤인 압록에 도착을 했다.
이곳에서 섬진강 게장으로 점심을 먹었다. 그 이야기는 두번째로 넘겨야 겠다.
게장식당 화단에 작약이 피었다. 함빡꽃이라 불리는 녀석이다.
가끔은 눈썰미 얕은 사람이 바라보면 꽃중의 왕이라 불리는 모란인척 하는 녀석..
그래도 역시 작약은 모란이 될 수는 없다.
모란은 목본...나무의 일종이고 작약은 초본..즉 풀의 일종이니 전혀 다르다.
그런데 어찌 곷의 모양이나 잎의 모양을 닮게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모란은 이미 지는 때이고 이제는 작약이 피는 때..그런 때이다.하동 25키로미터 전 경치좋은 곳 (VIEW POINT)라는 안내판을 보고 차를 세운 곳이다.
풍광이 아름 다운 곳이다.오래된 노래에 나오던가...
"찔레~~꽃 붉게 피이~~는 남쪽나라아~~ 내 고~~~햐앙~~~"
그러나 찔레꽃은 붉은게 없다.
찔레꽃은 이렇게 하얗다.
섬진강가의 찔레는 강바람에 바래져서 훨씬 더 하얘 보인다.
사람이던 꽃이던 화장을 지운 얼굴에서 아름다움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그 아름다움이 오랫동안 여운으로 가슴속의 메아리가 된다.
하동과 섬진강의 경계가 저 산모롱이다.
저 산모롱을 돌면 하동 평사리가 보일 것이다.
평사리...박경리님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였던 평사리 최침판댁에 들렀다.
그 이야기는 섬진강記 세번째 이야기로 넘긴다.
섬진강이 마지막 한 숨을 몰아 쉬고 바다로 가기 전 산과 계곡들과 別離의 정을
나누는 곳..하동땅의 모습이다.
하구언이 없는 이곳은 아마 소금기도 짜작하게 올라오는 곳이기도 하다.
늘 홍쌍리의 매화마을 있는 곳으로 다녔는데 이번에는 지리산 쪽으로 바짝 붙어서
섬진강을 훑었다.
강이야 무에 볼것이 있겠는가 싶지만 그래도 강을 보면서 정리하는 생각의 깊이는
의외로 깊어짐을 느끼기도 한다.'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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