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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17주년 기념여행(2) - 화왕산
    여행기 2006. 6. 19. 03:36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옮기는 글

     

    결혼17주년 기념여행(2)-화왕산 
    2004-10-20 오전 10:06:02

     

     

    화왕산이 산꾼이나 글꾼들의 입과 손에 오르내리는 일은 일년에 세번이다.
    한번은 봄에 진단래가 피는 철에 우리나라의 산중에서 진달래가 이쁘게 피는
    산들중의 하나로 산꾼들이나 신문글쟁이들의 단골메뉴로 입에 오르내린다.
    두번째로는 이 즈음의 억새가 필때다. 10월초부터 말까지 한달동안 절정에
    이르는 이곳의 갈대 역시 다섯손가락으로 꼽을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세번째는 정월보름날 이곳 억새밭을 태워버리는데 그 또한 장관을 이루어
    전국에 그 명성을 날리고 있는 곳이다.


    화왕산 등산에는 크게 나누어 두가지 길이 있는데 하나는 창녕읍의 자하곡이라는
    곳에서 오르는 길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계성면 관룡사를 통해서 오르는 길이다.
    관룡사는 역사도 오래된 절이고 볼만한 문화재도 많다.
    그 중에서도 관룡사옆 조그만 산의 꼭대기에 석굴암과 같은 시기에 조성된 석불좌상이
    있는데 한번 들러 보아야 할 곳이다.
    사실 이 관룡사는 20년전 총각과 처녀였던 반디불과 무소유가 들러본 곳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하곡으로 해서 화왕산으로 오르기로 했다.
    화왕산의 서쪽에는 높은 산이 없고 남지읍옆으로 낙동강이 흘러내려 강과의
    직선 거리가 12km 밖에 되지 않아 화왕산에서의 낙동강 조망이 좋고 평야 지대에서
    보면 화왕산의 높이에 비해 우람하게 보이게 한다.


    화왕산 일대는 화왕산성 성곽이 있던 흔적이 있으며 동문부근에는 석축이 남아있다.
    임진왜란의 의병장 곽재우 장군이 화왕산성을 의지하여 왜병을 물리친 것을 기리는
    의병전승비가 있어 서 장군의 업적을 돌이켜보게 한다.

     

     


    요즈음은 어디를 가나 두부류의 사람들만이 존재한다.
    다니러온 사람과 붙박혀 있는 사람들인데 전자는 관광객이라면 후자는 역시나
    그 입구를 막아선 장사꾼들이다.
    화왕산 등산이 막 시작되는 입구의 조그마한 짜투리도 허용할수 없는 장사꾼들은
    자리를 펴놓았다.
    개다리 소반에 막걸리잔..그리고 멍석하나..가히 경치만 좋다면 신선놀음일터이다.

     

     

     

     


    사람의 손때가 묻어서 좋은것도 물론 있다.
    도시적인 삶에 젖어있는 터라서 이렇게 사람의 손때가 묻은 인공물도 때로는
    사람에게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화왕산의 창녕쪽에서 오르는 길은 산림욕에 좋을만큼 숲도 제법 울창하다.
    코끝으로 스치는 솔바람이 연신 폐를 자극해서인지 잔 기침이 나온다.
    땟국물이 흐르는 폐속의 노폐물을 뱉어놓고 신선한 공기를 채워가려니
    어쩐지 얌체같아서 미안한 생각이 든다.

     

     

     

     

     

     

     


    흐~~~읍!
    화왕산의 억새는 멀리서부터 천천히 다가오는게 아니고 그 옛날 자연적인 성벽으로
    쓰였을 언덕을 넘어면 한 순간 눈앞으로 철퍼덕하고 다가와서 저절로 흐읍~하고
    들이마신 숨을 멈추게 한다.


    가끔씩 억새산행..갈대산행..이렇게 헷갈릴때가 있다.
    갈대의 이미지가 다소 서양적이라면 억새에서는 영화에서 많이 보는 우직한 마당쇠나
    칠복이처럼 토속적인 느낌이 든다.
    나만의 착각일까?


    이곳은 우리나라의 완전한 남쪽이다. 바로 옆이 낙동강이다 보니 갈대도 흔했으리라.
    본래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바다나 강과 더불어 살았을테고 그래서 갈대와 더 많이
    친숙했을터이지만 북쪽으로부터 내려온 기마인들은 늘 억새와 더불어 살던 사람들
    이였을터이니 가야시대에는 아마도 갈대파와 억새파로 나뉘지 않았을까?
    나는 역시나 갈대보다는 억새가 더 마음이 끌리는 것을 보면 북방민족의 피를 그대로
    유전형질로 가지고 있는가보다.

     

     

     

     


    이곳에서도 역시나 장사치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힘들게 지고 이고 와서 팔다가 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이 우리도 자리를 잡고 앉아서 파전하나와
    동동주 한병..그리고 컵라면 하나를 시켜서 사방으로 부는 억새바람의 색깔을 보면서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가을의 햇살을 즐긴다.


    대박...
    그렇다. 인생의 대박이란 바로 이런것이다.

     

     

     

     

     


    돈과 사랑과 건강...


    돈이란 요물이다. 많이 가질수 있는 사람은 따로있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이
    가지면 사단이 난다.
    늘꾸준히 복을 쌓가가면 언젠가는 찾아오는게 돈이다.
    빠듯하기는 하지만 먹고 살만은 하니 이만하면 족하다고 자족하면 많은것이다.
    많이 가질려고하면 늘 부족해지는게 돈이기도 하다.


    건강은 관리다. 스트레스없이 열심히 살면 건강은 저절로 따라온다.
    적당한 운동을 해야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여지껏 크게 앓은적이 없이
    전국팔도를 바람처럼 휘돌아다니니 건강도 그만하면 괜찮다.


    사랑....
    이건 참 어렵다. 여지껏 지구상에 살다가 간 수많은 철학자들도 이것의 정확한 정의를
    내리고 간 사람이 없을 정도이니 얼마나 어려운 명제인가.
    과거에는 신의 영역이 생명창조에 있었지만 지금은 인간도 생명창조를 할수 있는
    창조자가 되어버린 지금에는 사랑만이 유일하게 남은 신의 영역이다.
    그러니 어렵게 생각하지말고 그냥 좋아하면 되는게 사랑이다.
    내가 가진 인생의 대박중에서 사랑의 대박은 바로 이 여인을 만난것이다.


    사랑은 일종의 자기최면이다.
    같이 잠을 자고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좋은 곳을 같이가고 좋은것을 같이 먹을수
    있는 이 여인네가 내인생의 대박이다.

     

     

     

     


    화왕산을 올라보면 이곳에 왜 산성을 쌓아야 했는지 알수 있다.
    우리나라는 너른 들을 가진 중국과는 달리 산성에 의지하였던 나라였다.
    몇번의 전쟁에서 중국은 늘 산성에 의지한 우리나라에 패하였다.
    서울만 점령하면 이기는 전쟁에서 그 목적을 달성하기는 했지만 실상은 국토의
    대부분을 유린한적은 없다.
    곳곳에 산재한 이런 산성들 때문이다. 해발 600여미터 밖에 되지 않는 곳이지만
    오르기에 상당히 벅찬곳이니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절대적으로 불리한것은 사실이고
    지키는 입장에서는 적은 인원으로도 방어가 가능하니 그래서 산성이 발달했다.


    임진왜란....
    홍의장군으로 불라우던 곽재우 장군이 이곳에서 왜놈을 물리쳤다.
    그래서 세운 전승비...다른 전승비와는 달리 그냥 달디단 배같이 생긴 배바우(배바위)
    에 새겼는데 수없는 사람들이 왔다가 말없이 스쳐가는곳 중의 하나라 아쉽다.

     

     

     


    화왕산 정상이다.
    뾰족해서 스무명도 제대로 설수없는 곳이다.
    한줄로 서서 내려온 만큼의 사람들이 올라서 정상을 밟아보는 진풍경이 내내
    계속되는데 그래도 사람들은 꾸역꾸역 자꾸 몰려든다.
    정상의 표석에서 사진을 찍을때도 역시나 줄을 서야한다.
    20~30명씩 단체로 온 사람들은 한사람만 대표로 줄을 썻다가 차례가 되면
    우루루 올라와서 위태롭게 사진을 박고 간다.
    워낙 정상이 칼끝과 같은 곳이라서 이렇게 해야한다.

     

     

    내려오는 길은 경부고속도로 회덕에서 천안구간의 명절풍경이다.
    길이 좁은데다가 올라오는 사람들과 내려가는 사람들이 엉키고 섥혀서 5분정도
    내려가다가 5분을 멈추어 하늘만 멀거니 보고 있다가 또 내려가다가 멈추고...
    결국 올라가는 시간보다 내려오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말았다.
    화왕산의 피크철에는 산행시간을 잘 선택해야 한다.
    일찍올랐다가 일찍 내려오던지 하는게 편한 산행을 즐길수 있다.

     

     

    내려와서 주머니에서 꺼낸 것들이다.
    이곳은 예로부터 전략요충지였다. 가야가 이곳의 맹주가 되기전부터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기 전까지 그후에도 외적이 침탈할때마다 이곳은 이땅을 지키는
    중요한 거점이 되었던 곳이다.


    시대를 달리하는 토기파편들이다. 몇개 줏은 것들이 모두 토기파편이고 자기가
    보이지 않는것은 신라가 이곳을 평정한 이후로는 이곳이 큰 전쟁에 휘말리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천년전 누군가의 손을 거쳤을 이 파편들에서 나는 무었을 얻을수 있을까?


    옛날의 그 절박하던 싸움터의 함성을 느낄수는 없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조용히
    사색을 하면 누군가의 체온을 느낄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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