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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는 가을을 앓고 있습디다..여행기 2006. 6. 19. 02:31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옮기는 글
남해는 가을을 앓고 있습디다..
2004-10-16 오전 9:22:00남해...
남해는 동해와도 좀 다르고 서해와도 다른 느낌입니다.
서해가 갯벌로 대표된다면 동해는 백사장으로 표현할수 있겠지요.
남해는? 하고 물으면 떠오르는게 딱 2가지 정도입니다.
섬...그리고 부표....
그렇습니다. 남해는 바다만 있는게 아니라 바다의 어느쪽으로나
섬을 둥둥뛰워놓고 있다는 것일 겁니다.
물론 서해도 목포 가까운 곳에서는 그렇기는 하지만 남해보다는
드문한것이 사실입니다.
부표...남해바다의 조망좋은곳에 서서 내려보면 새파란 물색깔과
하얀 양식장 부표들이 보색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어떤 곳은 아예 바닷물 색깔보다 부표 색깔이 더 진해 보이는 곳도
있습니다.
산으로 치면 동해는 설악산과 같고 남해는 지리산과 같습니다.
설악산은 바위산이라 화려하고 풍치가 아름답기는 하지만
사람이 기대어 살기에는 너무 척박한 곳입니다.
지리산은 수수하고 밋밋하지만 주재가 흙으로 된 산이어서
사람이 기대어 살기에 적합한 산이라고 볼수 있겠지요.
설악산이 꼿꼿하고 우뚝한 아버지의 산이라면 지리산은 푸근하고
아늑하며 생명을 양생하는 어머니의 산이라고 볼수 있겠지요.
남해바다는 지리산을 닮은 바다입니다.
남해에서 제법 큰섬에 속하는 곳이 거제도입니다.
일주일전에 출장지에서의 또 다른 출장으로 거제도로 다녀왔었지요.
남해는 지금 가을에 완전히 잠겨서 남해의 가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듯이 보였습니다.고성....
포항에서 경주를 거쳐서 경부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서 다시금 남해안
고속도로를 갈아타고 다다른 진영휴게소에서 진주유등제에 대한 유혹에
잠시 머뭇거리기는 했지만 역시나 뒷꽁무니를 따라 붙어서 일발장전의
기세인 시간에 쫓기고 있던 터라 마산을 거쳐 밤이 이슥한 시간에 도착한
곳이 고성이였습니다.
고성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공룡발자국 화석이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어디를 가나 고성에는 공룡의 캐릭터와 조형물들이 있습니다.
상족암이라는 공룡발자국 군락은 정말 볼만합니다.
문수사라는 경치가 정말 아름다운 절과 유서깊은 옥천사라는 절도
고성여행에서 빼놓을수 없는 곳이기도 하지요.
일년중에 시간을 잘 맞추기만 하면 고성 오광대탈춤도 볼수 있습니다.
고성에서 만난 공룡입니다.
이슥한 밤이라 인적도 드물어진 국도변에서 한눈에 "아~ 고성이네"라고
인식할수 있는 조형물입니다.아무래도 여기서 유숙을 해야할것 같습니다.
이왕에 이곳까지 와서 유숙을 할바에는 숨겨둔 잠자리가 하나 있습니다.
바닷가에 세워진 모텔이라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으로 일출도 볼수 있고
달이라도 뜨면 파도에 흔들리는 달을 볼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아침에 모텔에서 출발하기전에 잠깐 산책을 즐깁니다.
남해바닷가....억새의 반짝임과 파도에 비치는 반짝임간에 잠깐의
다툼이 있다가 이내 조용해 지기도 합니다.
갈대가 바닷가의 가을을 전해주기에 더 적합하기는 하지만 된장냄새가
나는 듯한 촌스런 억새가 오늘은 더 좋습니다.
나이를 먹고 있다는 증거인듯 해서 씁쓸해집니다.
그나마 출장길에서 5분정도의 산책과 사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보약 한재나 진배없습니다.거제도의 일터에서 만난 가을입니다.
뒹구는 낙엽을 보면 늘상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삶이 참 덧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할아버지도 태어나서 몇십년 살다가 가셨고 그 할아버지도
또한 그랬고..그렇게 가고 난 자리를 새롭게 태어난 생명들이 대신하고..
인간과 낙엽이 어차피 흙으로 돌아간다는 진리에서는 일치합니다.
며칠전에 잡지에서 영성농법에 대해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귀농을 한 부부 한쌍이 비료도 농약도 오리도 투입하지 않고 오로지
매일 논에 나가서 간절한 마음으로 "잘 자라거라..튼튼하게..."라고
벼와 대화를 했더니 신기하게도 피도 없고 농사도 잘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나뭇닢의 잎새하나도 생명의 소리를 듣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아닐런지 모르겠습니다.
나뭇닢은 단지 생명없는식물이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들 인간이
자만심의 형틀안에서 밖을 보지 못하는 우둔의 소치는 아닐런지요.
남해바다를 거제도에서 보면 남해바다가 아니라 그냥 바다일 뿐입니다.
거제도는 남해바다를 이루는 풍경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곳에 올때는 항상 이 거제대교를 건너서 통영쪽에서 바라봅니다.
이곳은 육지에 속하고 저 다리 건너는 섬이기 때문입니다.
육지에서 바라보아야 비로소 남해바다의 풍경이 멋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아닌것 같은 이 까다로움은 아마도 요즘유행하는 B형 남자인 탓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기도 합니다.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남해바다에는 부표들도 하나의 크나큰 풍경입니다.
섬과 섬사이를 마치 백사장처럼 이어진 양식장의 부표들입니다.
수많은 생명들이 삶을 영위하기도 하고 또 저 부표때문에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생명들도 있기는 하겠지만 아뭏던지간에 남해바다의 상징임에는
틀림이 없을듯 합니다.
남해바다는 지금 가을입니다.
가을도 아주 깊은 가을입니다.
남해바다는 B형 남자처럼 심란한 가을을 보내는 중입니다.'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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