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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년 여름휴가記-첫날여행기 2006. 6. 18. 13:56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옮기는 글
04년 여름휴가記-첫날
2004-08-10 오후 4:16:00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개념적으로 알고있는 슬픔의 떠남과 기쁨의 떠남이 있다.
그 차이는 돌아올 기약이 있다는것과 없다는 차이일 것이다.
휴가...
일에서 또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났다가 돌아온다는 것이 아닐런지...
그래서 휴가를 위해 떠난다는 것은 돌아와야한다는 목적을 두고 떠나는 것이라서
설레이고 기쁨의 떠남일 것이다.
2004년 올해도 휴가철이 시작이 되었다.
연례행사로 치르는 휴가인지라 해마다 하던 이벤트성 여행도 시들하다.
작년만해도 떠나기 1주일전부터 계획표도 짜고 예산도 짜서 스케쥴대로 움직이는
여행을 지향했는데 올해는 주제가 마음내키는 대로 떠나기다.사실 휴가떠나기 하루전날 갑자기 섬으로 가고 싶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리저리
검색을 하다가 자은도..전라도 목포에서 배를 타고 1시간 30분정도 가야하는 그 섬이
생각이 났다. 아마도 꼬마공주의 이름과 같다는 이유도 있지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무소유에게 그곳으로 가면 어떨지하고 이메일 보냈다.
무소유는 어디던지 지구 끝이라도 가자면 따르리라고 한다.
준비를 하라고 했는데 마침 포항 출장이라 거의 밤 11시가 다되어서야 집에 도착을
하니 여기저기 짐무더기들이다.
에구 차에 다 실을수 있기는 할래나...벌써 짐실을 걱정인 무소유다.
2004년 8월 5일 목요일...
이제 휴가의 시작이다. 그럼에도 휴대폰에 메모리된 알람은 늘 울던대로 6시 30분에
정확하게 울린다.
이젠 휴가다..어거지로 누워서 멀뚱거리며 천정을 바라보다가 다시 잠을 청해보는데
오히려 평소때보다 더 잠이 안온다.
늘 하던대로 욕실로 가서 양치질을 하고 면도를 위해 비눗거품을 묻히려다가
이젠 휴가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거품캔을 내려놓는다.
일상의 규칙에서 해방된 것이다.
8시...
아이들을 깨운다.
아이들도 떠난다는 설레임이 있었던지 발딱 일어나서 설친다.
대충 아침을 챙겨먹고 마지막 짐정리에 들어간다.
그리고 잠깐 접속한 인터넷에서 기아자동차 봉수대캠프장에 어젯밤까지 없던 자리가
세자리나 생겼다.
얼른 예약을 하고 나는 외쳤다.
"우리는 동해로 간다!"
"아빠~ 그럼 내 섬(자은도-꼬마공주의 이름이 자은이다.)에는 안가는거야?"이제는 짐들을 차에 실을 차례다.
세무더기의 짐들이 차곡 차곡 구겨넣으니 모두 들어간다.
저번차에는 루프박스가 있어서 이런 캠핑용 짐들은 모두 지붕으로 갔는데 이번에
휴가에서 돌아오면 루프박스부터 해야겠다라고 생각한다.
9시 30분...
우선은 막히는 구간을 최대한 피하려고 아산에서 평택으로 길을 잡았다.
그리고 안성을 거쳐서 일죽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올렸는데 여주-문막구간에서만
꼬박 1시간 이상을 허비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일죽에서 여주를 거쳐 문막쯤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태워야
했는데 이미 시계는 오후 1시를 넘기고 있었다.
문막휴게소는 너무 많은 차들과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에라~ 이미 쉬지않고 운전한지도 3시간을 넘고 있지만 좀더 쾌적한 분위기에서
쉬는게 나을수도 있겠다 싶어서 횡성휴게소로 들어갔다.휴게소로 들어가기전 차안의 풍경이다.
쇠똥구리는 이미 잠 삼매경에 빠져있고 꼬마공주는 새우깡삼매경에 빠져있다.
실컷 자고나더니 오후 2시가 다되어가는 시각이니 배가 고프다고 칭얼댄다.드디어 횡성휴게소에 도착했다.
아직까지 새로운 디지탈기기인 카메라폰에 익숙하지 않은탓에 휴대폰으로 찍은
횡성휴게소가 너무 어둡게 나왔다.
횡성휴게소 역시도 사람들로 북적대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쪽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고래잡으러 동해로 떠나는 길인지라서 인지
모두들 상기된 표정이다.
우리는 식당에 들어가서 취향대로 시켜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워낙 사람이 많다보니 서비스는 꽝이다.
그래도 즐거운 휴가길이라서 평소와는 달리 사람이 느긋하고 후해지는 느낌이다.점심을 먹고 나와서 나무그늘에 앉아서 꼬마공주와 구름에 이름짓기 놀이로
시간을 보내다가 출발한다.여기서부터는 운전은 무소유가 담당을 했다.
나는 옆에 앉아서 느긋하게 경치구경도 하고 괜히 뒤에 앉은 아이들과 시비도 걸어보고
"아~~ 깜박이를 넣고 들어가야지..이사람아.."
"좀 천천히 달려~~" 잔소리를 하면서 여유를 즐긴다.
터널의 이쪽과 저쪽의 경계...
터널에 진입할때만해도 멀쩡했는데 출구가 마치 우유처럼 하얗다.
안개가 끼인 것이다. 그 유명한 대관령의 안개를 여기서 보다니....
2년전인가 주문진의 기아캠프장에 갈대도 이쯤에서 똑 같은 상황을 맞았는데
2년이 지난 오늘 또 휴가길에서 안개를 만났다.
마치 우유속으로 들어가는 개미가 된 심정으로 철퍼덕~하고 안개속으로 들었다.
비상깜빡이를 켜고 슬슬 기다시피 달려서 남으로 북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을 지났다.
주문진의 고속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요금을 내고 안개속을 운전하느라고 몇배나
힘이 들었을 무소유와 교대를 했다.
다시 북으로 7번국도를 진입하기전부터 한두방울 내리던 비는 불과 몇분만에
장대비로 변해서 마구 퍼부어 댄다.
아스팔트도 비의 엄청난 무게를 감당하기 힘든듯 물안개를 피워낸다.38선을 지나고 속초를 지나고 또 양양을 지나고 한참을 북행하고서야 만난
봉수대해수욕장 기아캠프장 간판....
꼬박 7시간의 운전끝에 도착한 곳이라서인지 다왔다는 생각을 느끼는 순간
무릎이 뻐근해 온다.
간단한 절차끝에 배정받은 자리로 가서 차를 세우고 온통 비에 젖은 땅을 삽으로 대충
고르고 다지고 한다음에 텐트를 쳤다.땅을 다지고...
물꼬를 만들고...
도착이 꽤 늦었으므로 나는 계속해서 물고를 깊게 만드는 동안 무소유와 아이들은
저녁을 준비했다.
맛있는 저녁식사..김치찌개의 맵싸한 맛과 어울리는 것은 이슬이 한병...
7시간의 기인 여정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청량감을 맛보는 순간이다.설겆이를 끝내고 몰려 나간 밤 바다..
아니나 다를까 꼬마공주가 제일먼저 풍덩 발을 담그고 동해바다에 첫 신고를 한다.
"어~~~ 추워!"
동해바닷가에 도착해서의 첫 일성이다..몰려왔다가 다시 몰려가버리는 파도를 따라 다니며 즐거워 하는 가족들...
새로산 200만화소 MP3에 담아온 DJ-DOC가 리믹스한 해변으로 가요를 들으면서
드디어 동해안에 왔구나 생각이 든다.이렇게 반디불네 2004년 여름휴가의 첫날은 파도소리에 잠기며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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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두리 2004-08-10 오후 4:34:29
무소유님께 메일로 의사를 타진하시는 반디불님은 진정한 온라인 오프라인의 황제이십니다.
(와이프에게 메일 썼던 게 언젠지 기억도 안나네요..)
안개 낀 영동고속도로가 차를 빨아들이는 느낌.
좋은 구경이셨을 듯...
(역시 여기 블로그도 바다... 이번 주말에 어디로든 떠나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더욱 더
굳게 하게 되는 두리..)
MAKA™ 2004-08-10 오후 5:30:40
하핫.... 강릉 잠시 들려서 코오피라도 한잔 하시고 가시지.. 아공.. 쩝... ^^;
pisces 2004-08-10 오후 5:37:43
보기만해도 시원하네요. 누군가 텐트치고 이것저것 준비해주면 몸만 가서 즐기고 싶다는...
ㅋㅋㅋ 그런데 토토로 인형의 용도는 뭐예요?? 물놀이 기구인가요?
☆별이☆ 2004-08-10 오후 10:28:35
너무 보기 좋아요.
부럽다는...
저에겐 온가족이 함께 저런 기억이 별루 없거든요.
목캔디 2004-08-10 오후 10:32:16
요즘 반디불님은 계속 염장염장의 연속입니다.ㅎㅎㅎ
끝날 듯 끝날 듯.. 계속되는...ㅋㅋ 부러울 다름입니다.^^
은수 2004-08-10 오후 10:57:29
물꼬를 만들고... 꼬마공주가 취한 담 모션이 넘 궁금^^궁금^^
용갈~~ 2004-08-11 오전 11:26:03
앗... 염장... 염장... 염장... ^^
식콩 2004-08-11 오후 2:51:26
와~~~ 저 많은 사진중에 빛나는 소주....
보난자 2004-08-11 오후 6:56:29
ㅎㅎㅎ
즐거운 휴가사진 감사합니다..즐감하구 있습니다.
바쁘시더라두 기다리는 블러거들 생각하셔서 두째,셋째날도
속히 올리시기 바랍니다.....ㅎㅎ
사대부 2004-08-13 오전 10:38:24
휴가기 잘 보았습니다. 즐거운 휴가를 보내셨네요... 역시 바다는 동해가 최곱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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