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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구리 모으는 사연..
    이런저런 이야기 2006. 6. 11. 13:19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옮기는 글

     

    개구리 모으는 사연.. 
    2005-06-21 오후 10:55:42

     

     

     

    나와 개구리는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 내 어린 시절의 개구리 울음소리는
    늘 나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었다.
    개구리는 주린 배를 채워주는 고마운 것이기도 했다.
    개구리는 놀이감이 없던 시절 고마운 놀이감이기도 했다.


    어릴적에 방앗간이나 오뎅공장..목재공장이 대부분이였다.
    그때의 공장을 돌리는 중요한 수단이 벨트였는데 일명 `피데`라고도 하는 이것의
    수명이 다하면 그냥버리지 않고 모아서 재활용으로 바케스등을 만들어 팔았는데
    그것하나를 옆에 끼고 한손에 창을 들고 마치 밀림의 전사마냥 우리는 들로 사냥을
    나선다. 논 옆의 둑이나 못가의 수풀을 살살 헤쳐나가다 보면 움찔하는 개구리가
    보이고 사정없이 놈의 등짝에다 창으로 냅다 찌르면 포획이 끝난다.


    그때는 두꺼비,맹꽁이,무당개구리,청개구리만 빼고는 모두가 먹을수 있는 개구리였다.


    한 명이 대충 열마리에서 스무마리 정도씩 잡게되면 물이 졸졸흐르는 시원한 계곡에
    앉아서 지름이 20센티정도 되는 돌을 줏어다가 물에 담구어 놓고 주먹만한 날카로운
    돌을 준비한다.


    우선은 개구리의 똥꼬(항문)에다가 보리짚으로 만든 스트로우를 꼽고 힘껏 바람을
    불어넣어면 개구리 배가 불룩해졌다. 그러면 우리는 키들거리며 누구 개구리의 배에
    바람이 많이 들어가는지 내기를 하면서 놀다가 뒷다리를 모아서 한손에 쥐면 개구리는
    일자로 죽 펴진다. 그러면 물속에 조금 잠긴 돌위에 놓고 주먹돌로 개구리의 허리를
    마구 때려서 짛이긴다. 그다음에 머리쪽을 잡고 당기면 개구리는 몸이 두동강이 났다.


    그 다음에 몸통의 윗부분은 버리고 아랫부분만 가지고 껍질을 벗겨서 흐르는 물에
    씻으면 하얀 속살이 햇빛을 받아서 우유빛이 되었다.


    정해진 당번에 따라서 가져온 성냥으로 마른 잔가지들로 불을 피워서 개구리의 하반신
    을 구워서 먹으면 비록 양은 작았지만 세상의 어느것보다 더 많있는 간식이었다.


    그렇게 몇마리씩 구워먹고 남겨서 집에 가져가면 동생들의 간식도 해결되었다.


    농사지어본 사람은 알겠는데 여름에는 또 하나의 전쟁이 있었다.
    그때는 수리관개시설이 별로 좋지를 못하여 서로의 논에 물을 대기위하여 거의 전쟁을
    벌리다시피 하였다. 우리집도 예외가 아니어서 아버지가 야간근무를 가시는 날에는
    국민학생이던 내가 논옆 제방에 머리 마련해둔 평상위에다가 모기장을 치고 물꼬를
    지키는 당번이 되어야 했다.


    집에는 어린동생들이 있어서 엄마는 집에 있어야만 했고 작은 농사라서 아버지는 계속
    회사를 다니셔야 했기 때문에 그나마의 농사라도 그 역할이 커서 물꼬는 곧 우리의
    생존과 같았기에 나라도 나설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가끔씩 물꼬싸움이 어른들간에
    나기도 하는데 심하면 사상자가 생겨 온 동네를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달도 없는 밤에 제방에 혼자서 있으면 대개는 잠이 잘 안온다. 원래 심약해서인지
    밤새도록 개굴 개굴 울어대던 개구리가 갑자기 뚝~하고 거칠때가 있는데 그러면
    온몸의 털이란 털이 다 곤두선다.


    그러면 벌떡 일어나서 이불로 몸을 둘둘싸고 웅크리고 앉아서 뚫어지게 어둠속을
    응시하고는 했다. 조금후 다시 개굴 개굴하고 개구리들이 울어대면 긴장이 풀어져
    단잠에 빠져들곤 했었다.


    그래서 늘 가슴속에는 개굴~ 개굴~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는 편안함의 소리고
    아무것으로 부터 방해받지 않는 안식의 소리며 내가 지켜야 할 우리 가정의 목숨이
    달린 네마지기 논으로 삶의 물꼬가 흘러 들어간다는 소리며 그것을 내가 잘지켜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집에서는 지금도 개구리만 모은다. 출장을 가던가 시장을 가던가 팬시점을
    가더라도 개구리만 보이면 가져다 놓는다.
    딸만 셋이라 인형들이 많으리라고 짐작을 하고 우리집에 왔다가 장식장을 가득채운
    개구리들을 보면 하~ 하고 놀래곤 한다.
    사람들은 무척 궁금해 한다. 왜 하필이면 개구리를 모으냐고.....


    그냥 내 어릴쩍 가난을 내보이기 싫은 나는 그냥 씨익 웃고 만다.

     

     

     


    우리집 장식장을 가득 채운 개구리 녀석들....

     

     

     


    식구들 끼리의 메세지를 전하는 이 놈도 개구리....

     

     

     


    1960년대 신주로  만든 한국은행 개구리 저금통과 리모콘 주머니 개구리...

     

     

     


    잡다한 물건을 담는 개구리 통....

     

     

     


    냉장고에 붙여진 볼펜 집게와 작은 주머니 개구리....

     

     

     

     


    오늘 그러니까 2005년 6월 21일....
    출장갔다가 환승을 위해 들린 동대구역에서 산 목각개구리를 구입했다.
    중국에서 수입한 것이란다.
    개구리와 개구리 두마리가 부루스를 추는 것과 개구리와 거북이가 서로 안고 춤추는....

     

     


    그리고 옥으로 조각한 펜던트용 개구리...


    이렇게 오늘도 세마리..아니 물품은 세가지이지만 마리수로는 네마리의 개구리가
    새식구로 우리집으로 왔다.


    나는 오늘밤도 개굴~ 개굴~ 울어대는 개구리 소리에 편히 잠들 것이다.

     


    ------------------------------------ 댓글 ----------------------------------


     pisces  2005-06-22 오전 12:31:54   
    개구리 수집에 그런 뜻이 있었군요. 정말 왜 개구리일까 궁금했다는..
    그나저나...어린시절의 그 개구리들은..무지 아팠겠다는..ㅡ.ㅡ 
     
      한댜  2005-06-22 오전 8:54:04    
    전 서울 살면서 방학 때마다 근교 시골집에 가서 살다 오곤 했는데...
    울집 주변은 논보다 지대가 높아 개구리 소리가 습한 날만 들렸는데
    어느날 논 옆에 있는 친구집에서 늦게 오던 밤에
    귀청 떨어지는 개구리 소리가 기억납니다.
    논에 돌맹이 하나 풍덩 하면 일대의 개구리 소리는 조용해지고
    뭔 일인지 모르는 먼 데 개구리 소리만 들리다가
    한 둘 살살 소리내기 시작해서 다시 시끄러워지면 또다시 풍덩! 샥~ ㅎㅎ
    전 도시사람이라고 개구리 사냥엔 안 끼워주드라구요.
    괜히 먹지도 못하면서 방해만 한다고... ㅎㅎ 
     
      pisces  2005-06-22 오전 9:59:25   
    중학교때던가?? 엄마가 개구리 고은걸 저한테 먹인 기억이..(마실때는 개구리인지 몰랐어요.
    동생은 알고 있었는데, 제가 그거 마시는 것 보고 오만 인상을 다 찌푸렸었다는...) 
     
      방가방가햄토리  2005-06-22 오전 10:35:39   
    어릴적엔 밤새울던 개구리가 싫었는데
    지금은 그리워지네요.. 
     
      ☆별이☆  2005-06-22 오후 1:17:00   
    ㅎㅎㅎ
    개구리만 보면 반딧불님 생각에 저도 모르게 덥석덥석 잡고 있다구요...ㅋ
    어쩜 좋아요~~~^^;; 
     
      색종이  2005-06-22 오후 5:26:02   
    정말 재밌네요..
    개구리는 참 친숙한 동물이죠.. 전 아직도 가끔 시골에 내려가면 밤개구리소리때문에
    잠을 못잡니다. 그래도 향수를 느낄수 있어 늘 좋게 다가오죠..
    그리고 사실 제 아내 별명이 개구리입니다.
    행여나 개구리가 좋다고 제 아내 뺏어가지 마세요. ^^
    오랜만에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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