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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인생의 업그레이드...
    이런저런 이야기 2006. 6. 11. 13:10

     

    내 인생의 업그레이드...

     

     

     

     

     


    우리들이 세상을 살다가 보면 몇번의 업그레드를 경험하게 된다.
    업그레이드라는 거와 다운그레이드는 따지고 보면 인간의 사고가 만들어 낸
    주관적 사고일뿐 이기는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것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업그레이드라는 것은 일종의 비교개념이다.
    다른 것과 비교했을때 어떠하다 라던가 이전 것과 비교해서 어떠하다거나
    하여서 비교우위에 있을때를 업그레드 반대의 경우는 다운그레이드라고 한다.
    그런데 이 업그레이드건 다운그레이드건 외향적인 부분에 치우쳐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정신적인 면이나 문화적 면처럼 내향적인 부분은 가늠이 어려워서
    그런지 비켜나 있다.


    업그레이드와 다운그레이드를 따짐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가 어떤 선이다.
    사람에 따라 그 기준이 다르겠지만 분명한것은 업과 다운을 가늠할 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 선은 폭도 넓이도 두께도 다를 뿐 아니라 사람마다 보는
    시각도 다르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에 관한 선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남의 선에 대해서는 야박하다.
    가령 누군가가 자기기준대로 업그레이드를 했노라고 해도 남들은 그것을 좀체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업그레이드는 자신의 기준도 중요하지만 남의 인정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반대로 다운그레이드는 남들이 대체로 인정을 하는 반면에 본인은 인정하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이것으로 보아도 얼마나 인간이 자기중심적인 동물인지 알 것이다.


    이쯤에서 내 인생의 업그레이드史를 살펴보고자 한다.


    내가 생각하는 업그레이드의 초반기는 거의 지역적인 선을 넘는 것이였다.


    둑....


    국민학교(초등) 때의 나에게는 구포둑이 경계였다. 다른 세계로 가는....
    동네앞에 가로 놓여진 둑은 시장통이라는 도회적 풍경과 마주 대할 수 있는
    그런 경계였다. 둑을 넘어면 밭이나 논의 풍경에 익숙한 나에게 제지공장도 있고
    제지공장에는 유니폼을 멋지게 차려입은 누나들도 있고 기계를 통해서 쑥쑥~
    빠져나오는 국수공장도 있었고 옆친구의 도시락에서 풍겨져 나오는 고소한
    오뎅공장도 있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사각 사각 목덜미를 간지럽히던 바리깡의
    이발소도 있었고 엄마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뽀글빠마집도 있었다.
    요즈음처럼 미장원이 아닌 야매빠마집...야매빠마집이란 정식 허가 없이 영업을 하는
    미장원이다..


    봄철이 여름에 바통을 넘기고 떠나고 나면 들에 나가 두더쥐를 잡는다.
    줄줄히 형제간의 꼬리를 물고 죽 늘어서서 마지막으로 어미 꼬리를 물고 빨간몸으로
    이사하는 놈을 잡아서 구포둑을 넘어서면 한약방에서 5원씩 돈이 되기도 하는 세상.
    그 곳은 내가 사는 세게와는 다른 세계였다.
    그 둑을 넘는 순간에야 나는 비로소 나도 그 세계의 일원이 되었다는 자족감을 느꼈다.


    구포둑은 시장과는 다른 또 다른 세계로 통하는 경계가 되기도 했다.
    예전에 구포는 삼랑진..청도..밀양..대구까지 강을 통한 운송수단들의 계류장이였다.
    잉어..붕어..숭어..장어등의 어업이 성하던 때라 어선도 참으로 많았다.
    서해안의 왠만한 항포구보다 큰 어항이 있는 곳이기도 했는데 고깃배..장삿배..모랫배..
    이런 돈을 건져오는 배들이 있는 곳에는 항상 니나노집들이 있었다.


    몸빼 차림의 여인네들에게 익숙하기만 했던 나에게 포구는 항상 화려함이였다.
    분으로 얼굴이 하얘진 데다 빨간 루즈로 멋을 낸 누야들은 언제 보아도 이뻣다.
    색색깔의 만선기로 치장한 배들도 구경거리 였으며 마치 책에서 보던 외항선만큼이나
    커보이던 모랫배를 구경하는 맛도 좋았다.
    이 포구를 한번 다녀오면 다음날 아침에 학교에 가면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다.
    업그레이드를 한 것이다.


    건널목....


    건널목도 늘 나에게는 업그레이드와 다운그레이드를 넘나드는 하나의 선이였다.
    구포역쪽에 가까운 건널목은 시장통과는 또 다르게 금은방들이 모여 있었다.
    가끔씩 구포시장을 벗어나 구포역쪽으로 건널목을 건너면 유리창 너머 온통 누런색의
    금비녀..금가락지...금거북이...금열쇠...들이 이쪽을 건너 보며 웃었다.
    우리 엄마는 가락지계를 든다고 대단히 극성이였는데 금가락지를 타게되어서 몇날을
    아침저녁으로 끼어보고 미소짓고..참..얼마나 좋으면 저럴까 싶었는데 그 귀물들이
    이 건널목만 지나면 집집마다 그렇게 흔하게 많다니 했었다.


    구포역과는 반대로 서울쪽 건널목은 다운그레이드의 경계선이였다.
    그 건널목은 한달에도 두어번 사람들이 죽었다. 어떤 때는 장보러 왔던 할매가 귀가
    먹어 기적소리를 못들어 죽기도 하고 유서를 써놓고 죽은 사람들도 많았다.


    꽤애액~~~~ 하는 기적소리가 난다. 그리고 이어서 끼이익~~ 하고 마찰음이 들리면
    선생님의 고함소리를 뒤로하고 냅다 튀었다.
    구포둑을 따라 달리면 5분이면 건널목에 도착을 했으므로 경찰도 역리도 오기 전이다.
    처참하다...사람이 사고로 그렇게 널부러진 모습은 처참하다.


    그래도 구경이라고 보고 있으면 뒤늦게 도착한 순사아저씨는 길다란 대나무 장대를
    마구 휘둘러서 아이 어른 할것없이 몰아냈다.
    이 건널목은 늘 인생의 다운그레이드를 경험하게 해준 스승이다.

     


    아스팔트....


    국민학교 6학년때 우리 동네 앞에도 아스팔트가 깔렸다.
    누군가가 타르라는 까만 액체..우리는 골탕이라 했다...를 신발 밑바닥에 묻히면
    신발창이 두터워져서 오래신는 다는 것이였다.
    하얀 딸바가지를 쓴 아저씨들로부터 맞아가면서도 조금이라도 타르를 묻히느라
    애를 쓰기도 했다.
    이 일로 우리 동네 전체가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비로소 우리동네도 시장통이나
    진배없이 아스팔트가 깔린 것이다.


    중학교는 서면에 있었다.
    버스는 아스팔트가 깔린 곳까지 와서 우리동네 부근에 종점이 생겼다.
    40분에서 50분을 버스에 시달려야 비로소 서면에 닿았고 그곳은 지하도도 있었다.
    4층..5층되는 건물들도 있었다. 아무데서나 아이스케키를 팔기도 했다.
    버스는 아침이나 저녁이나 아스팔트위를 달렸다.
    아스팔트는 더 넓은 세계로 나를 이동시킨 중요한 역을 맡았다.

     


    바다....


    내가 처음 바다를 구경한 것은 중학교 2학년때 7부둔지 8부두인지 부붓가에서 였다.
    한시간 반을 걸어서 도착한 곳은 월남가는 군인들을 환송하는 자리였었다.
    나누어준 손 태극기를 들고 흔들면서 연습한 "가아시는 곳~~ 워얼남땅~
    하늘은 멀더라도~~~....맹호부대 용사들아...." 이런 노래를 불렀다.


    그때 처음으로 바다를 보았다. 부두에서 본 바다라서 그다지 장쾌하지 않았겠지만
    구포항에서 보던 제일 큰 배였던 모랫배가 여기서는 쪽배같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우물을 벗어난 개구리의 심정이 되었다.
    바다는 처음으로 내가 보아온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눈을 돌리게 해준 대표적인
    업그레이드다.


    고등학교는 보수동 부근의 메리놀병원 위에 있었다.
    우리나라 영화 "피아노"를 촬영하였던 그곳이였는데 나는 이곳에서도 업그레이드를
    경험했었다. 해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벌리는 무슨 무슨 훈련을 할때면 부산항에는
    항공모함이 꼭 들어와서 정박을 하고는 했다.
    내 자리가 창문가 였던 탓에 눈만 조금 돌리면 부산항과 영도..그리고 용두산 공원이
    한 눈에 싹 들어 왔다.


    하루는 아이들이 미국의 항공모함이 들어왔다고 했다. 우리집에는 텔레비가 없었던
    탓에 알 수 없었는데 바다에는 진짜로 오륙도 옆에 항공모함이 들어와 있었다.


    핏...나는 항공모함을 처음 본 소감이 이랬다.
    조그만 했다. 상용선 보다 적은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내심 엄청난 크기를 기대했다가
    실망을 했으니 핏~~ 하고 말았다.
    "미국놈도 별거 아이네.."


    다음날 아침 나는 다문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밤새 조류가 항공모함의 방향을 길이방향으로 바꾼 것이였다.
    그 엄청난 길이는 오륙도의 전체를 카바하고도 남을만 했다.
    아하~ 그래서 미국이 세계를 좌우지 하는 것이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는 그렇게 내 생각의 폭을 업그레이드 시켜주기도 했다.

     


    서울....


    졸업식은 난장판이였다. 후배들의 계란 세례에 이어서 몇군데를 가위질 당한 교목에
    마구 묻혀진 밀가루 범벅....
    그렇게 졸업식이 끝나고 빨간 비로도가 입혀진 동그란 졸업장통을 하나씩들고
    우리는 용두산 공원에 갔다.
    그리고 이제 사회인이 된 기념으로 사진을 한장 찍었다.
    용두산 공원에서 부산 앞바다를 바라 보며 여러가지 기억나지 않는 말들을 했다.


    3학년 올라오면서 제일 먼저 실습을 나갔던 친구녀석이 제안을 했다.
    그동안 집에다 실습은 월급이 없다며 삥쳐놓은 비자금이 있으니 내일 이맘때에
    사복차림으로 만나자는 것이다.
    이제 졸업도 했으니 걸릴게 무에 있겠나며 소주도 한잔하고 고고장에도 가자는 제안을
    그 분위기에서 누군들 거절할 수 있으랴.
    그러마고 했다.


    다음날 새벽 5시에 눈을 떳다. 겨울이라 아직은 사위가 깜깜한 새벽에 잠자기 전에
    챙긴 가방하나...책 두권..빤스 하나...란닝구 하나...양말 두어개...돈 조금이 든 가방,
    그 가방을 들고 살그머니 집을 나왔다. 구포역 대합실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한시간을
    기달려서 비둘기호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태어나 한번도 떠나 본적이 없던 구포를 떠난 것이다.


    서울살이는 3년동안 계속되었다.
    어떤때는 업그레이가 된듯이 보이기도 했고 어떤때는 다운그레이드를 경험하기도 했다.
    굳이 따지고 계산을 팅겨보자면 3년간의 서울살이는 나에게 상처를 더 많이 안겨주었다.
    겨우 스무살이 넘어서 배운 자전거..새로 사귄 몇몇의 친구들...지금 가도 낯설지 않음..
    이런 잡다한 것들을 빼고는 서울은 나에게 다운그레이드의 도시였다.
    배워야 할것보다 배우지 말아야 할것들을 더 많이 배운 그런 곳이기도 하다.


    내가 그동안 살아 오면서 업그레이드와 다운그레이든 매일 매순간 경험을 한다는 것과
    업그레이드가 되었던 다운그레이드가 되었건 간에 적응을 해야하고 할 수 밖에 없다는
    것과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적응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면 부적응자가 될텐데 부적응자의 서러움보다는 느리거나
    힘이 들드라도 적응자의 편에 서는게 훨씬 좋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지금의 현실을 잘 파악하고 안테나를 항상 위족으로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높아버리거나 낮아버리면 질좋은 전파를 받을 수 없는게 이른바 지향성안테나인데
    높지도 낮지도 않는 안테나 설정이야 말로 인생의 업그레이드의 필수 조건일 것이다.


    거의 하루에 한번 정도는 들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몇개의 사이트중에서 세이클럽이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며칠동안 세이클럽의 업그레이드 화면에 적응하다 보니 적응속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요따우로 할것을 무신 업그레이드~"하면서 타박도 해보지만
    우리가 철따라 옷 갈아 입어야 하듯 받아들여 적응을 해야지 별 수가 없다.


    오늘도 업그레이드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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