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원칙!, 깨져도 아름다운...
    이런저런 이야기 2006. 6. 11. 13:25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옮기는 글


    원칙!, 깨져도 아름다운...

     


    "컨닝~"
    이거는 하면 안된다가 원칙이다.
    가능하면 그렇다는 이야기이고 때에 따라서는 살짝~ 어길때도 있다.
    살다보면 조금씩 원칙을 어기는것이 아름다울 때도 있다.


    오늘은 1년에 5번의 시험중에 2번째 고갯마루를 넘었다.
    1학기 기말고사가 그것인데 이제 3번만 치루면 이 지긋한 시험도 끝이다.
    아니 그건 절대로 자신할 수 없다.
    지름신이 내몸에 강림해 있으니 또 무슨 일을 어떻게 저질러서 시험속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출장이 유난히 많아서 제대로 공부를 하지도 못했다.
    게다가 이번 출장은 폭우속을 왕복 800킬로 달린 탓으로 온몸이 찌부드해져서
    출장에서 돌아온 토요일 밤에 식구들과 찜질방에서 밤을 세웠다.
    아침에 6과목의 작년 기출문제만 대충 프린트해서 책속에 끼우고 시험장에
    도착을 해서는 차안에서..계단에 쪼그리고 앉아서..화장실에서...그렇게 벼락치기
    공부를 했다.
    그래도 중간 중간에 기본적인 공부를 한 탓인지 글이 눈으로 들어오기는 한다.


    오후 2시 30분부터 시험이다.
    시험은 작은 것이 건 큰 것이 건 긴장되는 것은 어쩔수 없는 모양이다.
    기말고사는 범위가 광범위해서 요점정리해서 족보를 만드나 마나다.
    차라리 촌음을 아껴서 기출문제 한 문제라도 더 풀어보고 머리속에 넣는게 났다.


    정원 90명인 강의실이 가득차서 빈자리도 하나 없는데 둘러보니 남자는 달랑 4명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아줌마들이다. 시험감독 3사람이 남자 숫자를 더해주지 않았다면
    아주 주눅이 들뻔했다.


    최근에 새로 들여놓아 뺀질한 책상위를 보니 그래도 몇자 적을까 하는 유혹도 생긴다.
    특히나 서양사람 이름과 무슨 무슨 학설이 어떻고 하는거 외울려면 머리에 쥐가 나고
    나는 외우는거는 질색이다.
    그래서 논문식 시험을 치는 중간고사는 항상 만점부근이다.
    4지선다형의 기말고사는 그래서 항상 기대치 이하의 성적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니 사람이름과 연관된 것들은 슬쩍 칸닝을 했으면 할때도 있는데 실제로는 못했다.
    앞...뒤...좌...우가 모두 아줌마..(가끔은 행복하게도 아가씨도 있다)..들이니 체신없이
    책상에다 그림판을 그릴 수 없는 것이다.


    5분전...
    왼쪽에 앉은 40대의 아줌마...빨간 헝겊으로 만든 필갑의 쟉크를 좌악~ 열더니 네임펜
    이라고 부르는 유성펜을 꺼내들더니 하얀 책상위에 새까맣게 적기 시작한다.
    아하~ 부러버라..하고 슬쩍 넘겨보는데 눈이 마주친다.
    "집안 일이 있어서 공부를 하나도 못해서~~"하면서 겸연쩍게 웃는다.
    누가 무어라고 했나? 괜스리 본인이 찔려서 그런것이다.


    칸닝하면 안된다..이건 원칙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아줌마에게는 이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좀 불공평하다.
    나 역시도 퇴근하면 만사 움직이기 싫다. 와이프도 직장을 나가는데 저녁차리고 설겆이에
    청소에 막내아이 책가방 챙기는 것까지 와이프 혼자서 도맡아 한다.
    나는 그냥 비스듬히 누워서 길다란 벼게 가져다 기대서 테레비만 보면 금방 11시고 12시다.
    나 뿐만이 아니고 대한민국 표준적인 남자의 모습이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주부라는 이름에게 남겨질 시간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제대로 공부를 할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러니 적당이 원칙을 깨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양동이로 퍼붓듯 내리는 빗속에 조그만 우산을 쓰고 시험치러 온 것만으로도 대견하다.


    원칙이 깨어지지 않는 것이라면 원칙을 만들 필요가 없다.
    가끔은 깨어지므로서 더 아름다워 보이는 원칙도 있게 마련인 것이다.


    18시...
    이제 마지막 시험시간이다.
    경영학과의 남학생 한 사람이 한과목 시험을 치루기 위해 우리 강의실로 왔다.
    62살...
    처음에는 나이를 몰랐고 또 내코가 석자니 관심 기울일 일도 없었다.
    방송통신대학교 기말고사는 OMR 답안지에 컴퓨터용 펜으로 마킹을 해야 한다.
    학번도 마킹을 해야하고 고사실..학년..타학과수강여부..고사시간등 답 외에도 마킹을
    해야하는 인적사항도 한두개가 아니다.
    50분동안 두과목을 치루어야 하는데 한과목을 치는 사람들은 25분이라는 시간만 준다.


    이 나이드신 분은 10분여를 인적사항을 마킹하는데 소비를 했다.
    결국에는 25분이 다 주어져서 타과에서 수강하여 한과목을 치는 사람들 다 나가고 없는데
    시험지에 표시한 답을 옮기려니 한숨만 절로 나시는 모양이다.


    인적사항의 마킹외에는 도와주지 못하는 것도 시험감독의 원칙이다.
    그 나이많은 학생주변을 맴돌던 시험감독이 책상에 놓여진 신분증을 보더니
    "이거참~ 원래는 이렇게 해드리면 안되는데..." 그러면서 시선을 죽 돌린다.
    아무도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묵계...소리없는 동의가 이루어진 셈이다.
    미안한지 기는 목소리가 그 노학생의 입을 떨리며 주변에 흩어졌다.
    "당뇨때문에 한쪽은 안보이고 한쪽도 상태가 안좋아서...수전증도 있어서...죄송합니다.."


    원칙은 깨질때도 아름답다.

     

     

    ------------------------------- 댓글 ---------------------------------------


    바다로  2005-07-03 오후 10:49:32    
    ^ ^
    우리 반디불님 화이팅 
     
      pisces  2005-07-03 오후 10:56:14   
    맞아요. 
     
      조조  2005-07-03 오후 11:53:48   
    갑자기 학교 때 머리 싸메 가면서 외웠던 영어 구절이 생각납니다.
    There is no rule without some exceptions(하도 오래 되어 맞는지
    모르겠으니 알아서 이해하시길,,,) 
     
      한댜  2005-07-04 오전 8:31:39    
    깨질 때 아름다운 원칙은 깨져 마땅하다. ㅋㅋ
    깨지면 눈쌀 찌푸리게 되는 원칙은 깨져서는 안된다. ^^ 
     
      ☆별이☆  2005-07-04 오전 10:38:18   
    원츄~~~^0^ 
     
      로긴몬한아쥠  2005-07-04 오후 9:04:26    
    깨져야 할 원칙이라면 당근히 깨져야만 아름답다~ 크흐~^^;;
    반디불님 글을 읽고 있으면 비싼 수필집 공짜로 읽는것 같다는...감사감사~ 

    '이런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객전도..  (0) 2006.06.11
    내 허전함을 메꿀 보석들..  (0) 2006.06.11
    개구리 모으는 사연..  (0) 2006.06.11
    내 인생의 업그레이드...  (0) 2006.06.11
    삶의 필수조건~ 믿음(信)..  (0) 2006.06.11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