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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객전도..
    이런저런 이야기 2006. 6. 11. 13:45


    주객전도.. 
    2005-07-18 오후 3:57:36

     

    주객전도....

     

    주인과 객이 바뀌었다는 말인데 지나가는 客이 마치 주인처럼 행세를
    한다는 뜻임을 모르는 사람이 있으랴~


    세상의 이치에 음이 있으면 양도 있는 법이고 貧한 사람이 있으므로 해서
    비로소 富한 사람도 있게 마련인 것처럼 술이 있으면 안주도 있게 마련~


    그러나 술상에서는 어디까지나 술이 주인이다.
    안주가 주인자리를 차지하면 그건 술상이 아니고 분명 안주상이기 때문이다.
    술보다는 안주가 조금은 값이 싸야 안주로써의 분수를 지키는 일이고 양질의
    안주로써의 제 할바를 다하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들과 얼려 삼겹살에 소주 일잔을 하러 가게 되면 나는 그래서
    안주를 조금만 먹고 내리 소주만 부어 넣는다.


    둘이 가서 소주세병을 비우다 보면 항상 안주값이 주인노릇을 하게되는데
    나는 소주 두잔에 삽겹살 한점이면 족한 사람이다.
    게다가 상치나 김치같은 쌈꺼리를 거의 먹지 않으니 酒盤之道를 어기는 것은
    항상 나와 같이 간 상대편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술자리라는게 나누기..뿜빠이로 통용되는...가 없는 법이다.
    그러니 한사람이 총대를 메게 마련인데 사람의 염치라는게 항상 얻어먹을 수
    있는 노릇이 아니니 몇번에 한번은 본인에게도 차례가 돌아 온다.


    월급쟁이가 무슨 큰 재산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달랑 전재산 29만원밖에
    없다는 전직 대통령보다는 그래도 부자다.
    그러니 몇만원 정도내는 것은 그리 아깝거나 애닯은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계산할때 찝찝한게 술값이 아니라 안주값을 냈다는 느낌이 들때일 것이다.
    술먹으러 와서는 안주값을 내고 가려니 속이 쓰릴 뿐인 것이다.


    비내리는 하행선...


    열살 너머 어린시절에는 좋았다.
    비가 오면 주먹돌 콩콩 박힌 흙담밑 두어포기 피어난 잡풀들 사이로 꼼지락
    꼼지락 기어나오는 등짝에 집도 없는 달팽이 놈 난짝 잡아다가 교실에 풀어놓고
    왁~왁~ 대는 계집아이들 비명을 들으며 얼마나 즐거웠던지....


    스무살 시절에도 비만 오면 마냥 좋았다.
    우산을 받지 않아도 비가 억수같이 퍼부어 속옷을 흠뻑 적셔도 두 어깨가 모락
    모락 김을 내뿜어도 그냥 이유도 없이 좋기만 했었다.


    서른의 시절에도 비는 좋은 느낌으로 늘 다가왔지만 세상의 걱정거리도 함께
    묻어서 내렸으므로 이 즈음에는 늘 우산을 �다.
    사랑하는 사람의 어깨를 감싸고 우산을 받기도 했고 아이의 학교앞에 우산을
    들고가 어정대며 목을 빼기도 했다.
    이 시절의 비는 무한히 주는 사랑의 구현이였으므로 비가 올 수록 줄수 있는
    사랑도 그 크기와 깊이와 넓이를 더해 갔다.


    마흔의 나이는 세상을 보는 눈을 다르게 만들었다.
    오십이 코 앞에 와있는 지금의 나이에서는 비는 기쁨과 즐거움과 설렘이 아니다.
    비는 회한과 추억과 기다림과 그리움이 되었다.
    서른까지의 형형색색의 빛깔에서 겨우 삼원색 정도가 남아버리고 말았다.
    그도 점점 빠져버리고 나면 明暗만으로 구분되는 단색이 되어 가리라.


    마흔여덟의 나이는 이제 페달을 힘들여 밟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되었다.
    나는 이제 내리막 하행선에 몸을 실은 것이다.
    사십년을 오르막 상행선을 탔으니 이제는 또 사십년간을 올라온 만큼 내려가야
    목적지에 도달 하리라.


    내리막 하행선에 비라도 내리면 세상의 모든 빛들은 색깔을 잊어 버린다.
    이제부터는 차창에 떨어져 맺힌 빗방울들에 비추어 보는 일들만 남았다.
    카운터다운처럼 먼 과거부터 어제까지 이미 추억이 되어가는 것들을 하나씩
    비쳐보아야 할 일이다.


    반환점의 삶이란 그런 것이다.
    올때보다는 갈때가 늘 지쳐있는 터라 힘들 것이다.
    그러나 결승선의 환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그러니 언덕을 올라와 다시 내려가는 것이나 42.195킬로미터의 반환점을 돈것이나
    돌아가는 길이 고통인것만은 틀림이 없는 일이다.


    다만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안배일 것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소진되어 버린 것들에 연연하지 말고 남아있는 자원을
    목적지까지 고르게 안배해야 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 되었다.


    몇년전까지 거들또 보지도 않던 건강관련 TV프로그램이 눈에 들어 온다.
    신문에 기사들도 너저분해 보이던 건강정보들이 언제부터인지 제법 꼼꼼히 보게 된다.


    도로 다시....


    다시 처음의 주객전도로 돌아가자.
    이제는 익숙한 일이 되었지만 출장지에서 혼자서 여관방에 지낸다는 것은 적잖이
    외로운 일이어서 꼭 맥주 한캔을 들고 들어가게 된다.
    안주는 항상 몇백원짜리 땅콩이다. 원래 안주를 잘 안먹는 탓으로 늘 남기게 되는게
    아쉬운 탓도 있다.
    게다가 술보다 비싼 안주는 심리적으로도 거부감이 앞서기 때문이다.

     

     


    나이탓인가 보다.
    큰 캔도 아닌 작은 캔맥주 하나를 싸고 곁다리 안주를 고르다가 눈이 머문 곳은....
    얼마전에 티비에서 온갖 암에 좋다는 버섯에다가 정력에 좋다는 마늘까지 스넥으로
    가공되어 유혹을 하는 것이다.


    맥주값의 4배를 값으로 치루었으니 오랫만에 목구멍이 호사를 누렸다.
    아마도 단시간에 그렇게 버섯과 마늘을 많이 먹어 본적이 별로 없는데 혼자서 한캔을
    다 먹고 말았다.


    이제나 저제나 효과를 기다리고 있으니 청상 40대의 끝자락에 서있긴 한 모양이다.

     

     

     

    --------------------------------- 댓글 -----------------------------------


     색종이  2005-07-18 오후 4:41:26   
    ^^.. 저도 비가와도 특별한 일이 아니구서는 우산을 안가지고 다닙니다.
    내 스스로 하늘은 막는다는것이 답답하기 짝이 없기도 하고...
    몸에 떨어지는 비의 손짓이 그다지 나쁘진 않아서. 아직까지도
    아내에게 욕을 먹으면서도 비를 맞고 다니지요..
    가끔은 몇년후의 저의 머리가 행여나 휭하니 대머리가 될지라도..
    그 맘 변할일은 없을듯 하네요.. 아직은 철부지 같은 나.... 
     
      뺑낄라  2005-07-18 오후 4:42:33    
    음...맥주 한캔에 천하장사(소시지) 2개 원츄이옵니다...주객전도...도 되지 않고....^^;...
    영양은 잘 모르겠지만....ㅋㅋ 
     
      pisces  2005-07-18 오후 6:00:57   
    전 안주발~~~ 
     
      조조  2005-07-18 오후 7:43:21   
    반환점이라,,,, 100살이면 아직 반환점이 아니옵니다.
    전 그래도 술집에서 주인은 사람이라는 주장을 강력히 하고 싶습니다.
    왜냐면 내가 술을 많이 못하니 내가 술을 조절해야 한다는 생각에,,,, ㅎㅎ
    "본래의 주객전도로 돌아가서" ㅎㅎ 술값이 아닌 안주값을 냈다는
    찜찜한 생각, 한번도 해본적 없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확실히 그런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가 酒盤之道를 어기는 사람이니 내가 술값 내면
    덜 억울하겠다는 생각,, 깨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가급적 좋은 생각으로 맛있게 술 먹고 술값 내렵니다. 
     
      한댜  2005-07-18 오후 9:19:15    
    찔러 드셨군요. ㅎㅎㅎ
    인생은 60부터라니 반환점은 60이옵니다... 하면서 내려왔더니
    조조님이 100살이라 하셔서... 깨갱~이옵니다. ㅋ 
     
      까뮈야~밥!  2005-07-18 오후 10:18:40   
    전 안주 많이 먹고... 술도 많이 먹지요...
    음식 남기면 안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pisces  2005-07-19 오전 12:22:23   
    아지님은 술 잘 못할것 같은 분위기인데 그게아닌가보네요. 
     
      음주에절대약한아쥠  2005-07-20 오전 7:39:44    
    ^^;; 그래도 많이 잡숫진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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