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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바다에서...
동해바다를 본지 불과 이틀만에 잠깐 서해바다를 다녀 왔습니다.
내가 태어난곳이 부산이기는 하지만 구포라는 부산의 끝자락 낙동강의 하류이라서
처음으로 바다를 본 것이 중학교 2학년이 되었을때 였지요.
오늘 잠깐 출장을 다녀온 곳에서 평소에 자주 만나던 분인데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보니 같은 58년 개띠더군요.
한참을 옛날 이야기로 보냈습니다.
일을 마치고 나와서 충청남도 당진과 서산의 경게에 있는 대호방조제 위에서 구름들
사이로 비쳐내리는 빛살이 너무 이쁘서 잠깐 방조제위에 섰습니다.
10여분의 짧은 시간이였지만 몇십년전 제가 바다를 처음 만난날로 필림을 되돌리는
데는 충분하였습니다.
구포의 시골학교에서 중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구지뽑기"라는
것을 해야만 했지요.
복권추첨할때처럼 이름을 부르면 "예~'하고 나가서 손잡이를 당기면 데구구르르~~
탁구공만한 구슬이 굴러나오는데 그 공에는 번호가 적혀있었지요.
그렇게 결정된 중학교가 구포에서 40분이나 버스를 타고 서면이라는 곳까지 나가야만
하는 곳인데 아버지는 공립중학교라고 무척 좋아하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느날 수업마치는 시간에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 하셨지요.
"느그들..내일은 교복 깨끗하게 입고 온나..손톱도 좀 깍고..머리 긴놈들 대가리도
이쁘게 깍고 온나 알았나?""예~~~"
무슨 장학사나 아니면 국회의원이라도 오는가 보다고 했지요.
다음날 아침에 우리는 2열로 줄을 서서 거의 1시간을 걸어서 부산항 제7부두에
도착을 했지요.
그때가 제가 이세상에 태어나 바다를 처음 본 날이였습니다.
처음 본 바다는 파란색이 아니였습니다.
만국기가 흔들리고 우리 학교보다 더 큰 군함이 있었으며 군함들 위에서는 제일
밑줄과 둘째줄에 국군아저씨들이 도열해 있었습니다.
제일 위에는 코가큰 미군들이 무슨 승리자들처럼 깔보는 웃음을 띠우고 내려보고
있었지요.
우리들에게는 가는 대나무에 종이에 인쇄된 태극기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지요.
가슴에서부터 거의 45도로 손을 뻗으면서 열심히 연습한 노래를 불렀지요.
"~~맹호부대 용사들아~~ 가시는 곳 워얼남땅..하늘은 멀더라도~~"
돈 몇푼에 사가는 총알받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양키병사의 그 흐뭇한 미소가
처음으로 마주한 바다의 기억입니다.
오늘의 서해 바다위에는 구름들이 중학교 2학년 구포 시골 촌놈의 눈에 비친 바다처럼
마치 몇층자리 전함에서 비쳐내리는 불빛처럼 바다위에 떠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제모습을 읽고 있는 요즈음 그래도 바닷바람만이 지금이
무슨 계절이라고 알려주고 있습니다.'이런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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