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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날로그-6각형의 하얀별이런저런 이야기 2006. 6. 5. 00:03
나의 아날로그-6각형의 하얀별
나는 40대후반에 속하는 사람이다 보니 아나로그 세대인지 아니면 디지탈세대인지
정체성에서 헷갈릴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매일 매순간 컴퓨터..PDA...핸드폰...디지탈 카메라...수많은 디지탈 기기를 사용한다.
그러나 늘 아나로그에 대한 그리움에 목말라 한다.
진공관 앰프에 양판이라고 불리우는 레코드를 걸고 빠알간 불빛을 즐기기도 하고
티볼리 라디오를 들으며 잠이들고 깨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항상 내손을 떠나지 않는 아날로그는 만년필이다.
만년필로 쓰기를 즐기는 편인데 요즈음 회의등에 가서 만년필로 끄적거리고 있으면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때는 잉크가 떨어져 곤란할때도 있기는 하지만
나는 만년필 매니아다.
모으거나 하는 수집광이 아니라 손으로 쓰는 글은 거의 대부분 만년필을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어떤때는 책상서랍에 오랫동안 두었던 만년필을 주기도 하는 사람도
있을만큼 지인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났다.
그래도 내가 사용하는 만년필에는 명품이라 부를만한것은 없다.
탐나지 않는것은 아니나 소장의 가치보다는 늘 사용하는데 주안점을 두다보니
가지고 있는 십여자루가 모두 나름대로 사연을 안고 있다.
그 동안 십만원이 넘는 워터맨을 한동안 사용하다가 어찌 어찌 해서 내 나이와
거의 차이가 안나는 1960년대에 생산된 몽블랑에 손맛을 들이고 있다.
만년필을 직접 사용해보면 만년필마다 손맛이 다르게 마련인데 거의 대부분의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몽블랑의 명성답게 이놈은 손맛이 참 좋다.
몽블랑의 역사를 잠깐 언급해보자.
독일 함브르크의 문구점 상인 C.J.휘스와 은행가 C.W.라우젠, 그리고 베를린의 기술자
W.잔보아 이들 세 사람이 1906년 함부르크에 조그마한 만년필 공장을 세우면서
몽블랑은 탄생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몽블랑이라는 이름이 다소 프랑스냄새가 나는 탓에 프랑스 브랜드로
잘못알고 있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분명 몽블랑은 독일메이커다.
이들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필기구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목적이었고 이는 지금까지도
몽블랑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로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몽블랑이 본격적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910년 6각형의 심벌마크와 몽블랑 봉우리
높이를 의미하는 '4810' 이라는 숫자를 만년필 펜촉에 새기면서 부터이다.
몽블랑의 심벌마크인 6각형의 흰별(white star)은 눈덮인 몽블랑산 봉우리의 정상을
상징하며 그 높이는 해발, 4810m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모든 몽블랑 만년필의 펜촉에는 '4810'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으며, 이 심벌마크는
유럽인이 몽블랑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최고의 만년필을 만들겠다는 신념과
철저한 장인 정신을 그대로 각인해 놓은 것이다.
몽블랑이 세계적인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몽블랑만의 철저하고 엄격한 생산
공정에 있다. 150여회의 생산 공정, 펜촉의 가장 이상적인 재료라 불리우는 금을 재료로
장인들의 수작업에 의해 생산되는 펜촉.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이스터의 필기테스트를
통과해야지만 비로서 소비자의 앞에 선보이게 된다.
이러한 몽블랑의 장인정신은 쓰는 이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몽블랑 만년필을 단지
필기구 수준에서 머무는 것이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 여겨지게 하는 것이다.
고전미를 바탕으로 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잃지 않는 독창적인 디자인, 최고의 소재만을
엄선해 제품의 원료로 사용한다는 점과 기계화에 의한 대량생산이 유행인 현대 산업사회
에서 여전히 숙련공의 손에 의한 수작업을 고수한다는 점은 몽블랑이 큰 지닌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몽블랑 국내 판매 사이트 글 참조-반디불)
그야말로 아날로그중의 아날로그라고 하여도 될만하지 않겠는가.
지금도 한자루의 만년필을 만들기 위해서 2주이상이 소요된다고 하니 콘베어벨트를 통해서
생산되는 대량생산제품들과는 확실한 차별을 느낄수 있다고 하겠다.몽블랑사의 공식 로고다. 아마도 가끔씩 나오는 아홉시 뉴스에 대통령이나 국빈들이
정상회담을 할때 사인을 하는데 보이는 만년필의 끝부분에 보이는 육각형의 하얀별..
바로 몽블랑이다.
우리나라의 아피스나 파이롯트 만년필도 참 많이 사용했었는데 거의 1년이 한계였다.
그만큼 내구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브랜드도 이렇게 성장하기를 소원해본다.
1960년쯤에 나온 모델이다. 몽블랑 24...모델의 이름이다.
거의 40년을 넘겼으니 같은 동년배라고 해도 될만하다.
요즈음 나오는 모든 제품들은 잉크 컨버트를 떼고 카드릿지를 사용할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나사식으로 된 손잡이를 돌려서 잉크를 넣어서 사용해야 한다.
잉크를 넣는 방식에서도 오래된 구들목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한참 손맛을 보고 있는 중인 놈이다.
한가지 불만인것은 우리나라 한글이나 한문은 F촉이 제일 적당한데 M촉이라 좀 굵다.
그래도 부드럽게 쓰여지는 데다가 손이 먼저 적응을 하니 F촉 못지않게 세련된 글씨를
쓸수 있다.
오랜 친구를 만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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