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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전 시련의 표식.
    이런저런 이야기 2006. 6. 5. 00:27

     


    27전 시련의 표식.. 
    2004-10-31 오전 12:18:15

     

     

     


    반디불의 본가는 부산 구포라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추억들이 고스란히 뇌리에 박혀 있는 곳입니다.


    다른 친구들도 그렇듯이 아직도 이 고향을 지키고 있는 지인이 별로 없습니다.
    다들 외지로 나가고 그나마 반디불이는 일가붙이들이 붙박혀 있는 곳이라서 아직도
    고향이라고 일년에 몇번 걸음을 한다고 표현할만합니다.

     

    부모님은 물론 형제들..4촌..6촌..8촌 형제들까지 아직 이 고장에서 살고있으니
    토박이 집안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 중에서 유독 반디불이만 역맛살이 끼였는지 조상들의 역맛살을 이어받았는지
    포항으로 아산으로 옮겨다녔습니다.

     

    이번 추석에도 연례행사처럼 본가에 들렀었지요.
    젊은 시절 밀가루공장이라 불리던 제분공장에 다니시면서도 틈틈히 농사를 지어시던
    부지런한 아버지가 보살피는 화단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굉장히 낯이 익은 느낌을 주는 화분이 하나 보입니다.
    무엇이 그렇게 강한 느낌을 주는 것일까하고 찬찬하게 살펴보다가 사진의 제일 위쪽에
    있는 하얀 돌 하나가 너무 강한 충격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인...
    忍...참을 忍이 새겨진 하얀 납석입니다.


    1977년 2월의 어느날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계란이 던져져 교복에 주르르 흐르고 밀가루가 그위에 뿌려지고 팔한쪽이 찢기고
    그렇게 요란하고 푸닥거리와 같았던 하나의 통과의식으로서의 졸업식이 있었지요.


    우리는 용두산으로 몰려가서 사진도 찍고 헤메어 다니다가 2학기에 실습을 나갔던
    친구가


    "너그 내일 5시에 여서 다시 만나자..내가 실습비 꼬불치놓은거 있다 아이가..내일
    내가 억수로 찐하게 한턱 쏘꾸마"


    우리는 들떠서 그러마고 약속을 하고 헤어졌지요.


    그날 밤에 나는 잠을 한숨도 못자고 있었지요.
    앉은뱅이 책상의 서랍안에서 그동안 몇달을 참고서 산다고..차비를 아끼고..내지도 않는
    학급비..등등을 몇달동안 모은 돈을 움켜지면서 마침내 스스로 내 인생의 결정을 했지요.
    가방을 챙겼습니다.


    그리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새벽4시에 집을 나서서 구포역 대합실 차가운 나무의자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보호자없이 세상에 첫걸음을 내디뎠지요.
    편지한장 남겨놓지도 않고 그렇게 서울로 무작정 상경을 했지요.
    결국은 친구들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한채 말입니다.

     


    서울 생활은 생각한것보다 더 녹녹치 않았습니다.
    낯 설고 물 설고 말도 선 타향에서의 삶은 늘 육신과 정신을 노곤하게 만들었지요.
    고생스러운 서울생활에서 타락하지 않고 바르게 나를 이끌어 줄수 있는 것은 결국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늘 뇌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돌에다 새겼지요.
    어디서 저 돌을 구했었는지 생각나지는 않지만 제기동 골목의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르는 허름한 하숙방에서 며칠을 걸려서 새겼던 것인데....


    그 동안 잊고 지냈던 돌인데 정말 뜻밖에 여기서 보게될 줄을 몰랐습니다.
    27년이라는 만만찮은 세월이 흐른뒤에 다시 제손으로 돌아온 이 돌이 아직도 많은것을
    저에게 가르쳐주리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살다보니 이미 불혹의 세월도 한참 지나버린 나이가 되어도 아직도 이 돌에
    새겨진 참을 忍... 이 글자가 많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아마 그래서 한동인 잊고 지냈던 이 돌이 내게로 돌아온 뜻이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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