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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오는날과 비가 오려는 날..
    이런저런 이야기 2006. 6. 4. 23:06

     

    비오는날과 비가 오려는 날..

     

     

     

    공사현장에 비가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고들 합니다.
    그나마 조금씩 와서 일을 시키기도 뭐하고 하루을 쉬게하기도 애매한 날보다는
    오려면 이렇게 시원스럽게 쫙~쫙~따루어 버리면 훨씬 관리자는 속이 편합니다.
    출장와서 이런날은 딱히 갈곳도 마땅하지 않고 한적한 시골길에 차을 세우고
    한없이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것도 괜찮은 일입니다.


    차창을 훑어내리는 빗물을 통해서 보는 세상은 모든게 유동적입니다.
    비록 이제는 수명을 다해버려서 하루종일 있어도 지나는 차도 몇대없는
    철지난 바닷가의 한적한 길에 버려져 움직임을 잃어버린 폐차도 이렇게 빗속에서는
    살아서 꿈틀대는 살아있는 유기체같습니다.


    비가오는 날은 세강의 모든 무기물들..돌...바위..아스팔트...담장..폐차...낡아빠진
    콘테이너...전봇대...이 모든 무기물들이 훌륭한 근육을 가지고 움직이는 날입니다.

     

     


    비가 잠시 멈추고 나서 나타나는 이런 무지개를 보면 새로운 기분이 됩니다.
    예전에는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을 하거나 하늘나라 선녀들이 이 세상이 내려오는
    그런 날이라고 할머니가 이야기 해주던 기억이 새록거립니다.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지 못하면 그 슬픔을 비로 푼다고 하였지요.


    그래서 어릴쩍 우리 학교에서 소풍날만되면 학교공사때 불도저에 치어죽은 이무기가
    원한을 품어서 비를 내린다고 하였지요.


    서양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무지개의 행운을 찾는 이야기도 있지요.
    바쁜일상에서 드물게 만나는 무지개는 정신의 비타민같습니다.
    입안을 헹구었을때의 시원한 느낌이 머리를 스쳐가기 때문은 아닐까요?

     

     


    비가 오려는 날인가 봅니다.
    하늘이 저토록 빨갛게 물든 것은 어쩌면 질곡많던 우리나라의 한이 쌓이고
    쌓여서 가끔씩 핏빛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렇게 하늘이 붉게 물들고나면 어김없이 굵은 비가 내리곤 하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저렇게 빨간 하늘이 보이면 내일은 또 한풀이 비가 오겠구나 합니다.


    아름답기보다는 애절함이 앞서는 하늘의 모습입니다.
    몇십년..몇백년..몇천년의 어느날에 있었던 이땅의 그 한많던 어떤 일의 인연의
    낱알하나가 저 하늘의 어디쯤에 남았다가 오늘 저렇게 피를 토하는 것이겠지요.


    아마...
    큰 비가 오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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