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옮기는 글
사랑하는 딸들에게
2003-08-18 오후 10:13:37
사랑하는 딸들에게그동안 너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었는데 막상 마주앉으면 그게 또
잘안되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너희를 마주하면 미운 마음보다는 이쁜마음이 너무 앞서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아버지인 내가 보아도 너희들은 참 개성이 강한 아이들이다. 남들이 자매로 보지 않을
만큼 각자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는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아빠는 제일 싫어하는게
자신의 개성이 없는 것이란다.
듬직하면서도 그 깊이를 짐작하지 못하는 상아..
차분하면서도 자기일은 스스로 잘챙기는 슬기..
무었이던 몰입을 잘하는 자은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어떤 사람도 장점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단다. 마찬가지로
우리 딸들도 장점이 훨씬 많기는 하지만 고쳤으면 하는 단점도 가진게 사실이야.
물론 너희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상아는 모든 생각이 너무 자기위주로 고착되는 것 같아. 내 생각이 제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어. 세상자체를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닌만큼
하나의 문제를 놓고도 그사람이 처해있는 환경에 따라서 수많은 다른..상반된 생각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야. 따라서 상아는 좀더 세상을 폭넓게 보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
좋아하는 음악도..좋아하는 책의 장르도 요즘들어서 너무 일관되는 것 같아서 아빠는
내심 걱정이다.
아마도 상아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올즈음에는 우리사회는 정신적으로 또는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지금의 몇배더 혼란을 겪을지도 몰라. 우리나라와 같은 선진국도
후진국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가 아마 그때쯤에 절정에 달해서 세대간 갈등..계층간 갈등..
종교간 갈등이 정점에 달할 것 같아..물론 아빠의 예측이 100% 빗나가길 바라지만..
이제 고1인 상아도 이제는 진지하게 상아의 미래와 진로에 대해서 생각해야 될거야.
상아의 미래는 오로지 상아것이니까 상아의 선택에 엄마와 아빠는 전적으로 호응을
해야겠지만 그 진로를 결정할때는 큰 힘이 되어 주고 싶구나.
슬기는 다 좋은데 딱 한가지만 고쳤으면 한다. 음식을 가려먹는거..아빠가 제일로
싫어하는 것중의 하나가 음식을 소중히 하지 않는 것이야. 봄이되면 볍씨를 골라
좋은놈으로 파종해서 장마와 태풍과 가뭄에 온갖 애를 태우면서 길러서 우리의
식탁까지 오기까지 그 고초는 말할수 없이 크단다. 지금의 슬기나이때에 영양에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나중에 슬기가 어른이 되었을때에는 그 심각함이 무척
크진단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제발 골고루 먹는 슬기를 보여주렴.
자은이는 아빠가 볼때 행동이 너무 굼뜨는게 최고의 단점이야. 학교선생님도 엄마에게
그렇게 얘기하셨다고 하니까 앞으로는 좀 빨리 움직이는 버릇을 들여. 그리고 엄마와
아빠는 이제 동생을 볼 나이는 지나버렸어.. 언니들이 자은이 놀린다고 엄마와 아빠가
동생 하나더 놓는다고..헛막내라고 놀려도 열받지 마..
영원히 자은이가 막내로 남을거니까..알았지?딸들아~ 손바닥을 펴보렴..손가락의 길이도 굵기도 모두 제 각각이지? 근데말이야 아빠도
오늘 발견한건데 주먹을 쥐기위해서 손가락을 손바닥에 붙여보렴..첫번째 손가락은 좀더
엄지쪽에 가까워지는데 나머지 세손가락은 똑같아져..그렇게 아빠는 너희들을 똑같이
사랑한단다. 누구는 예쁘고 누구는 듬직하고 누구는 공부잘하고..그런 것은 아빠에게
무의미해.. 물론 너희들보다 좀더 사랑하는건 엄마이긴 하지만 말이야..
우리 이쁜 딸들~ 개성있는 아이들로 자라 주기를 바라고 있어. 아빠는 말이야..
아빠가 무지 좋아하는 시인중에 김남조라는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의 수필중에
이런 글이 있단다.
서두르지 말자/비겁하지 말자/쉽사리 얕보지도 말고 쉽사리 포기하지도 말자/ 열심히
생각하고 열심히 살자/인생은 숙제를 푸는 도장이다.... 인생은 무엇이나 본무대일
뿐이고 연습이 허용되지 않아 이또한 비극이라...
참으로 그렇다. 딸들아~ 슬기와 자은이는 아직 이말을 이해하려면 멀었겠지만 상아는
어느정도 이해하리라고 생각한다. 아빠도 엄마도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일테니 너희들도
모든일에 열심히 하거라. 우리 딸들~ 파이팅.....
2003년 8월 18일 아빠가 세딸에게...
************************************* 댓글 **********************************제다이 2003-08-18 오후 10:58:38
헉, 직접 그리신...
사랑랑 2003-08-18 오후 11:27:53
참 딸들에게 지극한 사랑을 가지신 분이시군여~ 근데 딸들은 보통 섬세한 마음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꾸중을 하기 전에 먼저 좋은 점을 칭찬해 주시면서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같구나...라고 긍정적 단어를 먼저 사용해보세요. 훨씬더 가까운
아버지가 되실 것입니다..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영어 교사였습니다...
검객 2003-08-19 오전 12:34:55
뜨거운 감동이....리더스 다이제스트 읽는 느낌. ^^
이쁜짱 2003-08-19 오전 10:07:18
아빠에 사랑으로 예쁜공주님들은 잘 자랄겁니다~ 부모뜻대로만 된다면 무슨걱정이
있겠습니까? 가장힘든게 자녀문젠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들은 무한한 잠재력과 능력이
숨어있는 보화니까~ 또 아빠를 보고자랄테니까 반디불님의아이들은 걱정없을것 같아요~~
제가 한 안목하는데^^~ 문제없다고 보이는데요 뭐~~ㅎㅎㅎㅎㅎ
검객 2003-08-19 오전 10:11:05
골프하고 자식하고 공통점은 맘데로 안 된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던가요 ? 아님 어떤 재벌
아저씨가 그러셨다던데...반디불님은 아이들 사랑스럽게 잘 키우실 것 같아요.
나도 좀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 돌발퀴즈...봄철 개구리하고 검객의
공통점은 ???...............................................................답...어디로 튈지 모른다 ^^'딸들의 비망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이 작은 소녀이야기.. (0) 2006.04.30 딸들아~너희는 자라고 있다.. (0) 2006.04.30 자은이에게~ (0) 2006.04.30 포크에 턱을 찍혔습니다. (0) 2006.04.30 봄은 졸리운 고양이입니다... (0) 200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