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왕따 경험]
당해봐야 알어..
2004-02-25 오후 9:49:31
왕따...
사실은 제가 자랄때는 그런건 모르고 자랐습니다.
국민학교
다닐땐 항상 패거리를 만들기는 했지요. 시장통아이들과 둑밖아이들로
둘로 갈라졌었지요.
낙동강 제방이 구포를 둘로가르며 시내까지 죽 이어져 있었는데 둑방의 안쪽은
구포시내로 시장통도 있는데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여사는 도회지였지요.
반대로 바같쪽은 만덕..덕천..금곡..화명까지 논도있고 밭농사도 지으며 사는
일종의 촌이라고
보아야지요.
그런데 학교의 인원중에 거의 절반이 시장통..둑밖으로 나누어 졌지요.
자연히 아이들도 자기 사는곳을 따라 소속이 되어
졌지요.
둑밖쪽 아이가 하나라도 시장통 아이들에게 얻어맞는 날에는 대규모로
전쟁이 벌어지고는 했지요.
우리쪽에 포함되어 있으면
비록 다리를 절더라도..조금 모자란 아이도..
아버지가 흑인이라서 피부가 까맣던 아이도...그냥 우리라는 카테고리안에서
누구나
평등했지요.
개미들처럼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역활이 부여되었고 그 역활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으며
충실히 역활을 감당하였지요.
운동장에
놀때도 아이들은 둘중에 하나에는 반드시 속하므로 따돌리는 아이는
단 하나도 없었지요.
유일하게 따돌림을 경험하게 되는 때는 운동회날입니다.
재수없게도 청백군으로 나누다가 보면 시장통아이들 무리속에 낙동강
오리알처럼
혼자 소속이 되었을때 은근히 밀치고 다리걸고...그때가 제일 서럽지요.
방과후에 살기가 풍족했던 시장통 아이들은 돈내고 보충수업을 받는 동안 우리는
둑밖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왁자하게
놉니다.
그러면 시장통아이중에 하나가 창문을 열고 말하지요..조용히 하라고 말이지요.
배알이 뒤틀리는 둑밖아이들과의 사이에 교차하는
눈빛에 불이 튑니다.
"내일 토요일인데 됐나?"
"됐다!"
이제는 피할수 없는 전쟁입니다.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면서도 10리를 걸어다니던 아이도 열심히 연탄재를
모읍니다.
흑인이였던 미군을 아버지로 둔죄로 까만피부에 꼽슬머리였던 아이도 집에서
가마니를 댓장 빼내옵니다.
아버지가 집을
나가버려서 반 실성한채 온동네를 다니던 물금댁내 아들래미도
산에가서 톱으로 나무막대를 열심히 잘라다 모읍니다.
이곳에서는 따돌림이란
없습니다.
다만 맡겨진 역활이 있을뿐입니다.
시간은 빨리도 흘러서 드디어 토요일 오후가 되었습니다.
가마니를 옆면의 이름을 절개해서 넓게 만들고 양쪽 위 가장자리에
막대기를 박아
잘 묶어서 두사람이 양쪽으로 들면 멋진 가마니 방패가 됩니다.
그 방패뒤에 두사람이 섭니다.
그 뒤에는 가마니를
네사람이 들고 그 위에 연탄재를 주먹만하게 부수어 쌓은다음
앞으로 전진합니다.
방패뒤에 두사람은 가득쌓인 연탄재를 하나씩 들고 가마니
너머로 던집니다.
상대편..시장통 아이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구포둑에는 피아간에 던지는 연탄재들이 뿜는 자욱한 포연을
만듭니다.
요즘은 왕따가 심하다고 하더군요.
아이키우는 아버지로서 혹시 내아이는 하고 맘 조릴때도 있습니다.
왕따를 경험하지 못한
처지이다 보니 왕따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것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흠~~ 아이들이 그럴수도...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마는데
요즘의 상황이
그 도를 넘는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아마도 요즘 아이들이 패거리로 놀 기회가 부족해서 생기는 부작용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동네에서도 모두 학원을 보내느라
방과후에 아이들을 찾아볼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방과후에 나무로 만든 총을 들고 담벼락에 숨어서 십여명이 땅야~땅야~
놀던 기억이
나는데 그렇게 자연속에서 같이 뛰노는 기회가 없다가 보니 점점
아이들이 이상하게 자라는것 같습니다.
오십을 코앞에 두고서야 요즘 왕따를 느낄때가 있습니다.
딸만 셋을둔 처지인데 와이프까지 해서 집에가면 다섯식구중에 넷이
여자에다가
남자라고는 나혼자 뿐입니다.
딸들이 조금 머리가 굵어지니 대화도 엄마하고만 통합니다.
자연 요즘 내가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있습니다.
베란다에 늘려있는 빨래를 볼때도 울긋 불긋 화려한 여자옷들에 밀려서 한켠으로
밀려나 보이는 단색의 매옷
한두가지를 볼때도 심란해지는 군요.
대화도 자연히 여자들 위주여서 그 역시 내가 끼일 자리가 없어 보입니다.
요즘들어 부쩍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휴휴~~ 옛날처럼 연탄재 싸움놀이를 할수도 없고..참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