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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하나 별둘..
해가 서쪽으로 꼬리를 완전히 감추고 나서 20~30분이 지나고 나면 별이 하나 둘 하늘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릴때는 이 시간 즈음에 마당에 서서 별이 떠오른 걸 세고 있다 보면 무었을 하는지가
궁금해진 외양간 누렁소가 떨~렁 떨~렁 목에 걸린 방울을 흔들어 줍니다.
어느 순간이 되면 숫자로 가늠하기에는 너무 단위가 커져서 학교에서 배운 북두칠성..
은하수..견우성..직녀성...그냥 무더기로 호명하다가 보면 방울 흔들기도 심심해진
누렁소가 씨~익 씨~익하고 콧김을 뿜곤 했지요.
싸립문 건너 앞집의 영순이 아버지의 해소기침소리가 심해지는 시간...
읍사무소에 다니는 뒷집 형이 누런색 서류봉투를 옆에 끼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읍으로 나가는 마지막 버스가 혹시나 하면서 마을 공터에서 꺼먼 배기를 뿜으면서밤의 정적을 채워주는 배기음을 털털거리며 기다려주는 시간...
그런 세월들이 지리산 고로쇠나무에 자꾸만 늘어가는 구멍의 흔적들처럼
추억이라는 이름의 흉터로 켜켜히 쌓여진 지금...
더이상 도시의 불빛은 두개이상의 별을 셀수없게 만들고
아파트의 두꺼운 쇳덩어리 철문은 더 이상 이웃의 해소기침소리를 들을수 없게 하고
마지막 버스가 더 이상 기다려줄 공터도 없고
이제는 내 옆구리에 끼여 있는 서류봉투를 만지며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별 하나..별 둘...
더 이상 별을 셀수없는 도시의 삶을 오늘도 단내나게 살아갑니다.'이런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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