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찜질방과 우리의 유전질..
    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06. 4. 30. 01:07

    찜질방과 우리의 유전질..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노약자석이 아니더라도 노인이 앞에서면 마음이 편치않아서
    일어나고 만다.


    밤10시 아이들을 위해서 간식거리를 사러 아파트 계단을 내려오다가 만난 같은 동의
    아줌마가 츄리닝 바람이 부끄러운지 어쩔줄을 몰라한다.


    출근을 하려고 나가다보면 노인 어른이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신다. 그래도 추월을
    하지는 못한다.


    이런것들이 사회적 규범이라고 하는가..


    그러나 이런 사회적 규범이 깨지는 곳이 딱 한곳이 있다.
    이곳에서는 할아버지 앞을 어린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다닌다.
    츄리닝 바람을 부끄러워 하던 아줌마도 반팔에 반바지 차림만으로도 낯모르는
    아저씨의 옆에 누워서 아무렇지도 않게 잠을 자기도 한다.
    또 이곳에는 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다.
    제법 큰 수건을 가지고 와서 누워있다가 잠깐 갖다가 오면 이미 다른사람이 차지한다.


    나이많은 사람이 오거나 어린아이가 와도 자리를 양보할 필요가 없다.


    찜질방이다.


    요즈음의 찜질방은 하나의 또 다른 생활이다.
    온라인의 블로그가 새로운 생활이듯이 오프라인에서의 새로운 생활이 찜질방이다.


    며칠전에 회사일로 손님들이 왔다.
    저녁을 같이 먹은후에 가는 곳이 여관이 아니라 찜질방이다.
    35000원에서 40000원은 주어야 할 모텔에 비해서 30000원은 절약이 가능하다.
    게다가 안에서 먹는것도 해결할수 있으니
    출장으로 바깥잠을 자야 하는 셀러리맨들의 필수코스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왜 이렇게 찜질방을 좋아 하는 것일까?
    그 원형은 어디에서 유래되는 것일까?


    며칠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민족이 어쩌면 유목민족이였던 것이 원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겔이라는 유목민 고유의 가옥 안에 공동체를 이루는 모든 이들이 모여서 평등을
    나누며 함께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로 인해 평화를 찾는 그런 유전질이 있는지
    모르는 일이다. 너무 비약인가...


    마을단위의 혈연관계 집단이 생활하면서 테두리를 만들고 그 테두리에 소속된
    누구나 평등한 권리를 가졌던 부락공동체도 원형질이 된듯 하다.


    더 시계를 거꾸로 돌려서 원시로 가면 동굴속에 모여서 살면서 동굴에 산다는
    공동체의식이 원형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찜질방에 들어온 이상 체면도 벗어놓고 나이도 지위도 통하지 않는
    최고의 평등사회가 바로 찜질방이다.

     

     

    아마도 우리의 유전질에는 이런 테두리속의 평화갈구 유전자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조상들로 부터 누대를 거쳐서 내림질한 그 유전질이 공동의 밀폐공간에 서로 모이면
    오히려 편안해지는 마음을 만들어 주는것은 아닐런지....

    '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겁한 남자들이여!  (0) 2006.04.30
    삶의 안전핀  (0) 2006.04.30
    인생에는 왕복표가 없다.  (0) 2006.04.25
    안테나 小考  (0) 2006.04.23
    기발한 사기꾼! 금파리 숫놈..  (0) 2006.04.23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