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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에는 왕복표가 없다.
    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06. 4. 25. 20:18

    인생에는 왕복표가 없다. 

     

     

     

    1977년 3월 1일..


    나는 근 2달을 준비하였던 일을 실행에 옮겼다. 까만가방에 속옷2벌과 겉옷한벌을
    넣고 국민학교때부터 근 10년을 몸을 맞대고 살은 앉은뱅이 책상의 서랍에서 몇푼의
    돈을 꺼내어서 마치 독립운동을 하러 떠나는 사람처럼 `아버님전상서` 한 장을 달랑
    남기고 그날 밤 비둘기호를 탔었다.


    그리고 그 해 추석...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부산행 완행열차 비둘기호를 타기 위해 용산역앞 아스팔트에
    쪼그리고 앉았다.
    일어서면 여지없이 완장찬 젊은 남자의 기인 대나무 장대가 사정없이 휘둘려졌다.


    비둘기호에는 좌석번호가 없다. 그래서 개찰과 동시에 빨리 뛰어야 비좁은 자리나마
    편안하게 앉아서 간다. 그래서 모두들 100미터 달리기의 출발선에 서있는 주자가 된양
    잔뜩 암코양이처럼 웅크리고 앞만 주시를 하고 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서로 탈려고 하다보니 좋은 자리를 얻기위해 개찰구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서 고개를 들게되고 그 뒷사람은 일어나고 그 뒷사람은 겅충여서 보기도 했다.
    그러면 질서를 위해 고용된 남자들이 족히 10미터는 되어보이는 대나무 장대를
    가슴높이만큼 조절해서 휘익 휘두런다.


    `이크~~` 앉으면 다행인데 어쩌다 머리를 정통으로 맞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항의가 없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그토록 강렬하였던 모양이다.


    힘들 게 기차를 탔다. 벌써 달음박질에 성공한 이들이 득의의 표정으로 앉아있는데
    3사람이 앉는 자리에 2사람이 앉아있는 자리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가면 조금씩 궁뎅이를 비틀어서 앉으라고 권한다. 뒤에 탄 사람은 또하나의
    자리가 있다. 의자의 양옆에 있는 팔걸이다.
    그래서 비둘기호의 3인용좌석은 4인용좌적이 된다. 자연히 8명이 마주보고 앉아서
    여행을 해야하는 것이다.


    그중에 한사람이 가방을 뒤져서는 댓병짜리 소주를 꺼낸다. 자리를 잘잡은 탓인지
    수루매(오징어의 경상도 방언)까지 꺼내놓고는 한잔씩 죽~ 돌린다.


    `어이~~ 학생도 한잔혀!`


    공돌이에게는 과분한 학생소리까지 들어면서 한잔을 쭈욱~ 들이킨다.
    저녁을 굶은 허기진 속에서 목젓부터 위까지 타들어 간다.


    용산역 광장에 쭈그리고 앉아 있기를 4시부터 7시까지였으니 돈이 있다고 한들
    먹을 수도 없다. 화장실을 갈 때도 옆사람에게 자리부탁을 신신당부해야 하는 처지다.


    비둘기호는 역마다 다 선다. 어떤 역에서는 통일호를 먼저보내야 하므로 몇분..
    또 어떤 역에서는 무궁화를 먼저보내야 하므로 또 몇분..이렇다보니 용산역에서 겨우
    대전역에 오니 이미 시간은 12시를 넘긴다.
    교통의 요충지답게 대전쯤 오면 절반정도의 사람들이 바뀐다. 댓병소주는 이제
    바닥을 보인다. 그러면 그중에서 얻어먹고만 있을 수 없는 또 다름 사람이 이번에는
    홍익회사람이 지나갈 때 두홉들이 소주를 산다.
    이제는 안주가 삶은 계란으로 바뀌었지만 최소한 계란을 다섯 번으로 나누어 먹는다.
    계란은 간식이 아니라 소주안주이기 때문이다.


    대구를 지나면 이미 새벽이다. 몇병을 거푸마신 사람들은 대구를 지나면서 반으로
    줄어서 3인용의자를 이제는 두사람이 차지하고 잠이 들기 시작한다.
    밀양을 지나면서 밝아진 여명은 물금의 낙동강가를 지나면서 아침이 된다.
    강에는 아침의 물안개가 피어나 속아픈 나그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가끔씩의 사유의 공간을 들추다보면 이런 추억..저런 추억..이런사람..저런사람..
    좋았던일..나빴던일..
    뒤죽박죽 오버랩되는 많은 것들이 기억의 세포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인생은 이렇게 앞으로 앞으로만 갈뿐..
    눈으로 보이는 불과 50미터나 100미터 앞에서 일어날 일도 알 수 없는 우리들의 삶..
    뒤로 돌아가는 유일한 통로는 기억세포뿐..

     

     


    우리네 인생도 저렇게 왕복차표가 있었으면...
    그래서 적당히 가다가 되돌아 올 수 있는 인생의 왕복표가 있다면..
    그래서 `무효`하고 소리치거나 지우개로 적당히 지울 수 있는 그런 인생왕복표가 있다면..


    인생은 왕복표가 없다.
    일찍 알기는 했으되 마흔을 절반꺽어 먹고도 모자라 오십을 코앞에 둔  지금에야 이 말이
    피부에 따끔 따끔 와 닿는다.


    인생은 왕복표가 없다.
    이 순간..돌아올 수 없는 이순간...이순간을 아껴야 겠다.
    미치도록 치열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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