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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나 小考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06. 4. 23. 21:19
안테나 小考
어제는 아마추어무선을 취미로 하는 동호인들의 모임이 있었다.
모이면 무전기 이야기며 안테나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누구는 며칠전 미국하고도 교신을 했다고 하고 또 누구는 스리랑카하고
교신을 했느니 등등 모두가 같이 공유하는 부분이 있다가보니 자연
이야기의 화제 자체가 같은 방향성을 가지게 마련이다.
연전에 내가 좀 닥딸을 해서 와이프도 아마추어무선 강습을 받게해
국가기술자격을 따게했는데 거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개국이란걸
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전세로 이사를 다니다보니 고층은 고층대로 저층은 또 저층대로의
사정이 있다보니 미루고 미루게 되었는데 이제 우리집을 사게되었는데
남들이 다 기피하는 5층아파트의 5층인데도 일견 기쁘지는 것이다.
그이유가 옥상이 반 듯한데다가 꼭대기층이니 옥상을 어느정도 이용이
자유로와서 안테나를 설치할 수 있어서이다.
그 동안 아침마다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풍경이 하나 있었는데
우리 아파트와 마주하고 있는 낡은 주공아파트 옥상의 안테나였다.
출근하면서 아파트 정문을 나서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이 풍경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1년을 넘게 나를 괴롭히니 죽을 맛이다.
나보다는 어쩌면 창고속에 5년째 잠자고 있는 같은 종류의 안테나인데
포항집에서 철거해둔 이후로 햇볕을 못보고 있으니 지금쯤이면
꿈에라도 나타나서 읍소를 할만도 한데 그놈도 어지간한 놈이다.
아마도 그런 저런 이유로 한달전쯤에 조그만 빌라의 5층 꼭대기층을
덜렁 사 버린 이유인지도 모를 일이다.
사고보니 수리할곳도 많고 5층까지 오르락 내리락 할 일도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미 엎지른 물이라 지금부터 오히려 즐기는
입장이 될밖에는 도리가 없다.
어떤 안테나를 올릴까? 선은 몇가닥을 올릴까?
이런걸 만들어서 올릴까? 아니면 저런걸 만들어 볼까?
전세이기는 하나 30평 아파트에 살다가 25평으로 이사를 할려니
와이프는 며칠째 이걸 버릴까? 저걸 버릴까?하고 고민중인데
나는 계속 딴생각에 잠겨 있으니 철이 아직도 덜든 것인지...
안테나는 色과 觸..이렇게 형체를 가지고 있는 線등의 매체를 통하지
않고 他人 또는 다른 세계와의 교감을 이루는 통로이다.
사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수많은 안테나와 접하게 된다.
제일 일반적인 것이 누구나 하나씩 들고다니는 휴대폰이다.
이것도 작은 안테나를 통해서만이 다른 사람과의 교감이 이루어진다.
예전에 타인과의 가장 큰 교감은 역시나 라디오가 제일이였다.
그 라디오도 안테나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아마추어의 안테나는 같은 아마추어들끼리 교감을 나누는 통로이며
라디오나 테레비젼의 안테나는 개인과 사회대중이 나누는 사회적인
교감의 도구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교감의 안테나는 미소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체의 장기나 신체의 어느부분도 미소만큼 효율이
좋은 안테나도 없을 것이다.
희망의 안테나도 있다.
새벽에 아침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집을 나서서 새로운 새벽에나
집에 들어오는 자식들을 보면 측은지심이 절로 드는데 이건 아니다하면서
모든 아이들이 그렇게 하니 어쩔 수 없는데 아이들은 미래와 교감을 나누는
희망의 안테나임에 틀림이 없다.
부부가 공동으로 희망의 전파를 쏘아올리는 미래의 안테나..
그것은 바로 우리아이들이다.
나는 종교를 떠나서 고즈넉한 절을 무척 좋아한다.
절에 가면 이끼낀 기왓장 담벼락에서 1000년전의 숨소리가 느껴지는 듯 하다.
바람에 따라 흔들리며 내뱉는 풍경소리는 자연과 교감을 나누는 안테나다.
구름낀 하늘과도 파랗게 맑은 하늘과도 담넘어 감나무와도 잘 어울리면서
바람이 센날은 센소리를 잔잔한날은 잔잔한 소리를 토해내는 풍경소리야말로
내가 자연과 교감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풍경은 자연교감안테나이다.
인간의 세계를 넘어서 또 다른 세계와 교감하는 안테나도 있다.
길가다가 만나는 무당집입구에 높이 솟아있는 대나무는 그 무당과 주파수가
상통하는 영혼세계와의 교감통로이다.
그 끝에 매어달린 수많은 수박풍선이며 울긋 불긋한 천조각들은 어쩌면
그 무당이 영계로 보내는 주파수의 표시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치 핸드폰처럼 특정번호와 서로 상통할 수 있는 것처럼 XX동자,XX보살,
XX장군등등 저마다의 영혼세계와 딱 맞는 주파수를 서로 공유한다는
표식일 것이다.
주파수가 맞지 않아도 다른 세계와 교감할 수 있는 또하나의 교감도구가
교회의 십자가요 절의 불상일 것이다.
교회의 십자가가 메시아와의 정신적인 교감도구인 안테나라면
절의 불상은 자기 자신과의 교감 안테나이다.
불상을 통하여 자기자신의 내면과 교감하는 안테나 인 것이다.
안테나도 세월이가고 바람을 많이 맞다보면 퇴락을 하여서 여기저기
전파가 새어나가 소위 효율이라는 것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새로 부품도 갈고 방수액도 발라주고 어떤 부위는 몽키스패너로 좀더 조여주고
그렇게 가끔 손을 보아야 효율도 좋고 새는 전파로 남에게 피해도 주지 않는다.
이것처럼
나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안테나들을 손질해 주어야 한다.
오늘 나는 어떤 안테나를 손볼까나?
그래 그동안 소홀했던 아이들..좀 늦게 자더라도 깨어서 맞아야 겠다.
그리고 어깨를 두드려 주어야 겠다.
오늘은 희망안테나 손질을 좀 해야겠다. 더 세월이 가기 전에....'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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