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셀프 커피 한잔
    그림그리는 재미 2006. 4. 24. 11:03

     

     

    셀프 커피 한잔

     

     

     

    "어~이..미스 박..커피 한잔..."


    아침에 출근을 하자 말자 안전모를 쓰고 현장을 한바퀴 돈 다음 8시 50분 정각에 나오는
    스피커의 국민체조 음악에 맞추어 헛둘~ 헛둘~ 몸을 풀고 들어와 내뱉는 첫마디다.


    "네~~"


    미스박의 매끈한 유니폼이 부지런히 움직여서 김이 모락이는 커피한잔을 날라준다.
    미스박은 머리가 참 좋다.


    최대리는 커피 한스푼에 설탕은 빼고 물을 많이 넣은 물커피...김과장은 커피 한스푼
    프림 두스푼 설탕 한스푼 반의 전형적인 다방커피...박기사는 젊은 사람이 당뇨기가
    있어서 커피 한스푼에 프림 두스푼...


    사람 이름 전화번호 외우는데는 둔재인 나는 미스박의 기억력이 놀라울 뿐이다.
    열명이 넘는 부서사람들의 취향을 다 챙기니 말이다.

     

    십년전의 이야기다.

    지금은 언감생심...그런 일이 사라진지 오래 되어버렸다.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가장 절감하는게 사무실의 아침풍경이다.
    요즈음에 웬만한 대기업에서도 더 이상 여직원들이 커피를 타다주는 일은 없다.
    아주 작은 중소기업이면 모를까 요즘은 모든게 셀프다.


    여직원으로부터 커피를 얻어 먹을려면 회의를 하는 수 밖에 없다.
    회의를 할때는 한꺼번에 열댓잔씩 단체로 타오기 때문이다.
    아니면 손님이 올때다. 손님이 올때는 예의상 여직원이 타다준다.

     

     

    그렇다고 옛날이 좋았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셀프가 불편하지도 않다.


    그러고보면 예전에 커피를 맛있게 타주던 그 미스박은 요즘의 여직원들에 견주어보면
    가히 슈퍼우먼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출근하면 온 사무실의 책상위를 걸레질을 한 다음에 출근부들고 책상마다 다니며
    하나씩 다 가지고 있는 결재도장으로 꽝~꽝~ 출근부 도장을 찍는다.


    그 다음일이 커피 일잔씩 돌리고 방안지나 백지에 手記로 초안한 것들을 거둔다.
    부장님 기안지..백대리의 구매요청품의서...김과장의 기획안...박기사의 자료리스트...
    모두들 백지에 끄적대서 던지면 타이프를 하거나 피시로 치거나는 항상 미스박 몫이다.


    그뿐이 아니다. 경리과에 가서 부서원들 당직비 타오기..경조사 회람돌리기..식당에 가서
    부장님 담배 사다 드리기까지...

     

    지금은 셀프의 시대다.


    오늘 아침도 셀프한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컴퓨터의 스위치를 켠다.

     


     

    '그림그리는 재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옛날 그림  (0) 2006.04.24
    펜화-중원미륵불..  (0) 2006.04.24
    펜화 - 짧은 통영 여행의 매듭  (0) 2006.04.24
    펜화- 안국사지 석불입상  (0) 2006.04.24
    펜화 - 보림사에서  (0) 2006.04.24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