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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목으로 만든 만년필 - 나의 만년필 이야기自作, 우든펜 만들기 2015. 8. 27. 00:18
유창목으로 만든 만년필 - 나의 만년필 이야기
나에게는 적지 않은 숫자의 만년필이 있다. 고등학교때부터 만년필을 주로 사용하기 시작하여 여태껏 사십년 가까이 쓰다보니 어느듯 수십자루의 만년필이 나를 거쳐갔고 십여자루는 아직 내곁에서 현역으로 살아남아 있다.만년필들은 대개 몇 개월 사용하다가 싫증나면 잘 씻어서 보관하고나면 다른 만년필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를테면 충분한 예비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야 겠다.
高麗公事三日.....
고사성어의 하나이다. 고려의 정책이나 법령이 사흘만에 바뀜을 이르는 말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시작한 일은 오래가지 못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니 오늘날의 우리 사회가 이렇게 조석지변(朝夕之變)의 정치판이 이어내린 전통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일 천 년의 세월이 흘러서도 개과천선(改過遷善)하지 못 했다는 것이 더욱 가슴을 아리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얼마전에 영국의 권위있는 지능관련 학자가 연구한 바로는 세계에서 머리가 제일 좋다고 하는데 또한 지능지수만큼 살지 못하는 것 또한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우리 민족 특유의 성급함에 있지 않을까 나름 생각한다. 성급하니 인내가 모자란다. 따지고 보면 우리들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은 시종일관(始終一貫)함이 부족한 탓으로 이것만 고치면 좋으리라 늘 생각된다.
高麗公事三日.....
나는 내가 벌려놓은 일들이 난관에 부닥칠때마다 이 말을 생각한다. 가만히 따지고 보면 그동안 벌려놓고 매듭도 짓지못하고 그만둔 일들도 수 없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 세상 모든 것 품에 두고 살수도 없겠지. 아니 그건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늘 가슴에 高麗公事三日.....이 말을 거울삼아 살려고 하고 있다.
高麗公事三日.....
사실 이 말은 제가 뺑뺑이를 돌려서 당첨된 12번의 번호를 타고 들어간 중학교 1학년때 국어선생님께 들은 말이다. 국민학교때 하도 만화만 그려대느라 그랬는지 글씨가 장난아니게 악필로 소문이 날 지경이였다.그랬는데 중학교 들어가 만난 옆자리 친구가 펜글씨를 배운 친구라 얼마나 반듯하고 이쁘게 쓰는지 입이 안다물어 질 정도였다. 그러니 과목선생님이 늘 바뀌어 수업에 들어 오다 보니 이게 여간 스트레스로 다가 오는게 아니었다. 반에서 글씨를 제일 잘쓰는 친구와 제일 못쓰는 친구가 같은 자리에 앉아 있으니 지나가는 선생님마다 비교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선생님이 책상 사이를 통해서 왔다가 갔다가 할때는 주눅부터 들어서 애써 노트를 가리고는 했다.
하루는 국어선생님이 조용히 부르시더니 한글을 곧게 쓸수 있는 교본을 직접 필경에다 등사로 하셔서 10장정도를 주셨다.
ㄱ ㄴ ㄷ ㄹ....ㅏ ㅑ ㅓ ㅕ....
그래서 열심히 펜으로 열장을 모두 채워서 가져갔을때 비로소 해주신 말이다.
"그래..열심히 했구나..옛말에 高麗公事三日이라는 말이 있단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원래 시작했다가 엎어버리고 해서 3일을 못넘긴다고 중국사람들이 얕잡아 보는 말이란다. 이 말은 지긋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얻을수 없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 모래부터 방학인데 서점가서 펜글씨 교본 한권사서 이 등사물에 지금 한것처럼 하루도 빼지 말고 다 채워왔으면 좋겠다. 선생님이 우리 대근이 끈기가 얼마나 되는지 한번 지켜볼려고 말이야.."
내가 지금도 만년필로만 글씨를 쓰는 이유도 이렇게 시작이 되었다. 업체와의 회의때나 직원들과의 회의때도 만년필을 꺼내 놓고 끄적거리면 "거~ 아직도 만년필을 쓰는 사람도 있네.." 이러면서 신기해 한다. 내가 늘 소지하는 가방에는 항상 만년필 2개가 기본으로 준비되어 있다. 잉크가 떨어질때를 대비해서 말이다.
30년 이상을 만년필을 주로 사용해 왔으니 이만하면 高麗公事三日은 간신히 면했다고 보아도 될런지 모르겠다.이런 만년필 사랑에 최근에 나무를 깎아 만드는 우든펜을 접하면서 나만의 만년필을 하나쯤 가져야 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샤프를 만드는 것과 달리 만년필을 만든 다는 것은 그다지 녹녹하지 않다. 무엇보다 만년필 킷이 비싸서 만드는 과정에 실수라도 하면 큰 손해를 감내해야 한다. 나무도 잘 선택해야 한다. 만년필은 아무래도 실용성 + 의장성도 가미되어야 하므로 나름대로 신경이 꽤 쓰인다. 그래도 한 번은 넘어야 할 벽과 같은 것이다.
이번에 마침 좋은 나무 하나를 구했다. 유창목이라는 것인데 그 나무로 별러오던 만년필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한문으로 癒瘡木이라고 하는데 병나을 癒, 부스럼 瘡, 나무 木이니 뜻으로 보자면 부스럼같은 피부병에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가새과(―科 Zygophyllaceae) 구아이아쿰속(―屬 Guaiacum)에 속하는 매우 단단한 상록교목인데 자남색의 꽃은 육상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내고 있는 자마이카의 국화이다.
유창목 하면 미국 남부에서 남아메리카에 걸쳐 자라는 구아이아쿰 오피키날레(G. officinale)를 일컫는다. 키가 약 9m, 지름이 25㎝에 이른다. 늘푸른 잎은 마주나고 축을 따라 잔잎으로 갈라져 있으며 가죽질이다. 꽃은 처음에는 밝은 푸른색이지만 점점 하얗게 바래간다. 열매는 심장 모양이고 노란색이며 길이가 2㎝이다.
목재는 매우 단단하고 무거우며 (비중이 1.3, 단단하기는 참나무의 3배) 갈색이 도는 녹색인데 도르래, 화살, 수레의 차축, 볼링 공을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 또한 목재는 지방 함량이 높아 비교적 방수가 잘 되며, 목재를 증류하여 얻는 진액은 호흡장애를 치료하는 데 쓰인다.
가공후 햇볕에 노출되면 녹색이 짙어진다. 햇볕 잘 드는 곳에 1주일 정도 놔두면 녹색이 진하게 올라온다고 한다. 그냥 사용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녹색이 발현되지 않을까 싶다. 며칠째 시필중인데 썩 마음에 든다. 동호회 한 회원은 만년필 킷이 값 싼 것인데 너무 고급을 쓴것 아니냐고 타박하지만 내가 사용할 것이니 그 만한 호강은 괜찮겠다 싶다. 마침 스스로에게 선물을 줄 건수가 생긴 것을 핑계삼았다.
그 동안 학위수집을 좀 했는데 이번에 사회복지학사 취득을 계기로 학위 수집을 끝내기로 했다. 중독상담 석사, 교육학 학사, 심리학 학사에 이번에 새로운 학사를 하나 추가했다. 그동안 근무하면서 짬짬히 공부해온 나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싶었는데 만년필 목록에 우든만년필을 하나 추가하는 것으로 선물로 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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