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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휴가의 모토는 딩굴딩굴~~
    이런저런 이야기 2015. 8. 6. 22:18

    올해는 가족들과 휴가기간이 서로 갈렸다.

    공사현장으로 파견을 나가 있다 보니 휴가는 현장의 사정에 맞출 수 밖에 없었다.

    8월 1일부터 5일까지로 본사에 있었다면 며칠 더 놀았겠지만...

    현장에서 맡은 역할이 품질검사기에 내가 없으면 공사진행이 힘들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혼자서 받은 휴가를 어찌 사용해야 잘 하나~~ 머리를굴리고 짜보다가 애라 모르겠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나를 맡겨보자 싶어 무계획으로 일관해보기로 했다.

    계획없는 휴가는 처음이다. 나 답지 않지만 이렇게 풀어놓아 보는 것도 필요할 듯 하다.

     

     

     

    첫날, 토요일은 알람도 꺼놓고 최대한 침대에서 뭉기적...뭉기적....

    아침 한 끼...최소 5천원 벌고...오후 2시쯤 너무 더워서 일어나 대충 한 그릇....

    그리도 다시 거실로 자리를 옮겨서 다시 딩굴딩굴...

     

    말티즈(이놈은 분명 잡종이다. 다리가 저렇게 짧은 말티즈가 있나... 궁디도 빵빵한...얼굴만 말티즈~)

    한 마리와 간은 벼룩만한데 덩치만 호랑이만한 고양이 한 마리...

    이 두놈이 다가와서 엉덩이를 최대한 내 몸에 붙이고 같이 뒹굼...

     

     

     

    오후 다섯시...화들짝 일어나 씻고 걸어서 5분거리에 있는 롯데시네마를 차로 10분 걸려서 가다.

    더위는 사람을 게으리게 한다.

     

    픽션의 이야기지만 저 시대였다면 나는 어쨌을까?

    나도 "해방될 줄 알았다면 그랬겠나?" 고 했을지 모르겠다.

    요즈음 "선비정신"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처럼 "사무라이" 정신을 우리도 가지자는 것이다.

    택도 없다.

     

    조선은 초기에 잘되다가 중반이후 망해간 이유가 "선비정신"에 있음을 사람들은 알까?

    선비... 즉, 글쟁이... 지식을 머리에 담기만한 조선의 선비들은 이중인격적이었다.

    공맹을 외지만 자신과 가문의 출세를 위해서는 물불가리지 않는 후안무치...

    일단 권력을 쥐면 가장 악랄하게 자신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 지독한...

     

    우리가 잘 아는 정철이라는 이는 조선 역사상 정적에게 가장 잔안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조선시대 최고의 詩人이라 칭송받고 있다.

    나도 그렇지만 일단 詩人이라면 의심부터 해보라...

    아름답지 않은 것을 아름답게 노래하려면 천성적으로 무뇌아여야 하니까 말이다...

     

    진정한 선비라면 절대 현실의 부조리에 눈감지 말아야 한다.

     

    개뿔... 너나 잘해...그래 나부터 잘하자~~

     

     

     

    일요일....

    매일아침 나를 고문해서 현실감각을 일깨워주는 알람을 아예 껐다.

    알람은 아침마다 나에게 "빨리 일어나 일터로 가버려..이 프롤레타리아..같으니라고..."라고 깨우쳐 준다.

    그것을 끌 수 있는 호사가 휴가의 가장 큰 메리트다.

     

    그런데도 휴가 첫날인 어제와는 달리 여덟시 조금 넘어 자동으로 잠을 깼다.

    문득 읽으마 읽으마하면서 못 읽고 있는 책들만 따로 모아놓은 서가에서 감각적으로 뽑아든 책이

    법정 스님의 수필집 "버리고 떠나기"....

     

    나는 늘 떠나는 것을 꿈꾼다. 출가를 꿈꾼적도 있었다.

    또 하나 나는 용감하다. 잘 저질러 버리는 스타일이다.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었던 다음날 새벽..

    빤쥬 석 장, 난닝구 석 장을 챙겨서 태어나 한 번도 떠나지 않았던 구포에서 비둘기호 완행열차를 타고

    서울로 무작정 상경을 했었다. 편지 한 장 써놓지 않고 무단 가출을 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만약 그 때 종교에 빠졌더라면 어느 절로 찾아가 머리를 깍았을 것이다.

    그 때 떠나지 못했으니 그저 사바를 떠도는 역맛살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나는 늘 떠나고 싶다.

    다만 프롤레타리아라는 족쇄에 묶여 있을 뿐이다. 된장~~

     

    이 책을 뽑고 나서 밤새워 읽어 치우리라 마음 먹었다.

    그러나 어디 세상이 마음 먹은대로 되던가?

     

    저녁부렵 통영사는 처조카 부부와 손자손녀가 왔다.

    밤 늦게까지 술로 배를 채우다보니 결국 진도를 빼지 못했다.

    화요일 점심무렵이 되어서야 커피 한잔으로 책거리를 했다.

     

    읽으면서 간간히 "책속의 한줄"이라는 앱에 책속의 글월들을 올렸는데 그 회수만 10여회 된다.

     

     

     

    화요일...

    딸래미 둘과 와이프가 와이프 퇴근시간에 맞추어 단골 미장원에 간다며 파머를 권한다.

    사실 남자로써 파머를 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나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몇 시간의 장고 끝에 내린 결론...

    "그래!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야~~ 변신을 한번 해보는 것도 괜찮아...휴가잖아~"

     

    전화가 왔다. 그런대로 역사와 명망이 있는 문학잡지 한 곳에서 얼마전에 받은 원고에 대한 독촉전화다.

    시 한편과 수필 한 편 초안잡아 놓은 것을 다듬어 퇴고한 시각이 새벽 1시...

    자려고 누웠는데...아무리 잠을 청해도 잠이란 놈이 가출을 해서 돌아오지 않는다.

    다시 책장을 얼쩡거려 뽑아든 것이 "월든"이다.

     

     

    이 책은 소로가 호숫가에 자급자족적 생활을 영위하면서 쓴 책이다.

    법정 스님이 생전에 늘 말하기를 이 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상담대학원 다닐 때 교수의 추천으로 사서 몇 페이지 읽다가 넣어두고...생각나면 꺼내 읽다가 넣어두고...

    반복했지만 결국 오분지 일정도 밖에 진도가 나나기 못했다.

    수필집이지만 섬세한 문체와 감수성, 은유와 비유가 남다른 문체에 진도가 잘 나가지 못했다.

    이 책과 씨름 하느라 한잠도 못잤다.

    에어콘도 닿지 않는 작은방에 불빛 새어나가지 않게 문까지 꼭꼭 닫고 투쟁하듯 읽었다.

    분투한 결과 오분지 사까지 진도를 뺐다.

     

     

     

    마지막 날...수요일~~

    편집증일까? 휴가에 형태적인 것 무엇이라도 하나는 남겨야 겠다 싶어 공방으로 가서 종일 쳐박혔다.

    그래서 만든 여덟자루...

    이번에는 디자인을 여러가지로 만들었다.

    오른쪽 2개는 여성적인 곡선을...

    가운데 3개는 대나무를 모티브로....

    6번째와 7번째는 호랑이 무늬를 잘 들어내기 위한 스타일...

    마지막 이번에 처음으로 칼 맛을 본 부빙가라는 나무...

     

    지난 밤을 꼴딱 세우고도 종일 서서 목공선반과 싸우고 나니 휴가의 마지막 날 밤은 잠이 참 달았다.

    그럭저럭 남들도 다 하는 여름휴가를 끝냈다. 이제 1년이라는 시간을 이제 기다려야 한다. 빼먹은 곳감의 자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그래도 이제부터는 내년이라는 희망이 생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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