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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치커피 첫 내림
    이런저런 이야기 2015. 5. 17. 21:51

    더치 커피를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 더치커피(Dutch coffee)는 사실 일본식 영어다. Cold Brew Coffee가 맞는 말이다. 거의 대부분 더치커피로 통하니 그냥 더치커피라고 하자.

     

    어제는 토요일이라 늦게 일어나 오랫만에 뒹굴거리다 동네 목욕탕에 갔는데 담장에 장미가 너무 붉고 기름지게 피었다. 장미는 햇살을 먹고 사는 것처럼 자세히 보면 꽃잎의 색에서 초여름 햇발이 묻어나와 바라보는 눈을 싱그럽게 한다. 여름이라는 이야기다. 여름에는 시원한 냉커피가 땡기는 계절이다. 냉커피는 뜨거운 물을 작게하여 커피를 녹인 다음에 얼음과 찬물을 보태어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더치커피는 찬물로 천천히 우려내는 커피라서 향취를 잘 보존할 수 있고 찬물을 바로 섞어도 그 향취를 그대로 유지하기 쉽다.

     

    더치커피, 즉 Cold Brew Coffee는 뜨거운 물을 부어서 단시간에 커피액을 추출해내는 일반적 커피와는 다르게 찬 물을 사용하여 장시간에 걸쳐 커피액을 추출한다. 분쇄한 원두에 차가운 물을 긴 시간동안 조금씩 떨어트려서 서서히 커피액을 추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치커피를 '커피의 눈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추출하면 무척 진하고 특유의 풍미와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또 뜨거운 물로 추출한 일반적인 커피는 장시간 놔두면 맛이 변질되지만 더치커피는 추출 후 하루 이틀 정도 저온에서 숙성하면 그 풍미가 극대화 된다. ‘커피의 와인’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것이다.

     

    더치커피는 두 가지 방법으로 추출한다. 점적식(点滴式)과 침출식(浸出式)이 그것이다. 더치커피의 대명사는 점적식으로 네덜란드식 더치커피라고도 한다. 이 방식은 물량을 조절할 수 있는 밸브가 달린 물통, 커피가 담긴 커피 탱크, 한방울식 떨어지는 커피를 최종적으로 받는 커피 서버, 그리고 이들을 구조적으로 지탱해주는 프레임으로 구성된 특별한 추출기구를 사용한다.

    반면 침출식은 미국식 더치 커피라고 한다. 추출법은 매우 간단하다. 큰 통에 원두를 분쇄해 넣고 물을 붓고 10~12시간 실온에서 숙성시킨 다음 찌꺼기를 걸러내면 된다. 별다른 기구가 필요없어 간단하지만 찌꺼기를 완전히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 ‘하리오’라는 일본의 유리회사에서 미국식 더치커피 전용기구를 판매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커피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공식적 기록은 조선말 고종의 아관파천 때이다. 커피의 명칭은 가배(珈琲) 또는 양탕국이라 불렀다. 이때 고종이 즐겨 마셨던 방식이 원두를 분쇄하여 그릇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우린 다음 이를 걸러내 다시 침전물을 가라앉혀 윗물만 마셨다고 한다. 미국식 더치커피 방식이지만 뜨거운 물만 다를 뿐이다.

     

    더치커피는 찬물로 우려내지만 상당히 진하다. 그래서 스트레이트로 마시기 보다는 스카치처럼 물이나 우유와 섞어 얼음을 넣어 마시는 것이 좋다. 일부에서는 더치커피에는 카페이 없다고 하는데 추출시간이 일반 커피의 수십배이므로 당연히 카페인이 존재한다. 다만 일반커피에 비해 카페인의 량이 다소 적을 뿐이다. 커피는 커피다.

     

     

     

     

    처음 내려보는 더치커피를 위해 원두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를 사용하였다. 에티오피아는 커피가 처음 발견되었다고 알려지는 커피의 고향이다. 지금도 곳곳에서 야생 커피나무를 만날 수 있는 나라이다. 커피는 에티오피아의 가장 중요한 수출품으로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전국적으로 33만개의 소규모 커피 자영농가가 있으며 19,000개에 이르는 국영 농장이 있다. 사회간접 자본이 열악하고 낙후된 경작법과 가공처리 시설의 미비로 생산량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예가체프(Yirgacheffe)는 에티오피아에서도 가장 고산지대에서 나는 커피를 말한다. 수많은 원두의 종류중에서 이것을 고른 이유는 순전히 욕심 때문이다. 명품을 찾는 심리와 같다고나 할까.

     

    첫 물방울이 커피 위로 떨어진 이후 1시간 삼십분이 흘러 마침내 커피 원액 첫 방울이 커피 서버에 떨어졌다. 밤새 링겔이 혈관을 타듯 방울 방울 떨어지는 지난의 밤을 보낼 것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커피향이 온 방을 가득 메우고 있다.

     

     

     

    2주일만에 다 갖추어진 더치커피 살림살이... 객지에서 혼자 사니 이렇게 꾸밀 여유도 있다.

     

     

    원두를 분쇄기에 갈아 커피 탱크에 채웠다. 바리스타는 물량도 저울로 잰다고 하는데...미처 장만하지 못한 것이 저울이다. 그러니 감으로 어림잡을 밖에... 분쇄량이 너무 많다. 기밀이 잘된 통에 넣어두기는 했지만 간것을 오래 둘 수는 없으니 드립커피로 내려 먹던지 해야 겠다.

     

     

    몇 번의 시행 착오와 미세 조정을 거쳐 2초에 한 방울 떨어지도록 했다. 떨어지는 물 방울 따라 참선이라도 해야 하는 것인가?  일단 여기까지는 성공한 듯 하다.

     

    커피 서버에 첫 더치커피가 떨어지기까지는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그 후 잠시도 쉬지 않고 방울 방울 떨어진다. 마부작침(磨斧作針)이라는 말처럼 기다림 뒤에 오는 즐거움도 있으리라... 내일 아침이면 한 병의 더치커피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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