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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융 학파의 역작 [인간과 상징]
    좋은글,영화,책 2012. 11. 27. 01:24

     

     

     

    인간과 상징

    카를 G 융 외 지음/이윤기 옮김

    열린책들, 1996

    인간의 무의식에 관한 학문에 있어 거대한 두개의 산맥이라면 역시 "프로이트" 와 "융"이다. 그 둘은 초기 같은 궤도를 달렸던 동지였지만, 후일 "융"이 독자적인 학문의 길을 걸으면서 서로의 길을 개척하게 되었다.

     

    "융"이 "프로이트"와 차별화되었던 것은 '집단무의식'을 믿는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무의식의 세계를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융"과 그 제자들이 쓴 책이다. 특히 "융"이 저작했던 부분은 그가 마지막 병석에 눕기 열흘 전에 완성되었고, 이즈음 공동 집필자의 원고들도 초고상태로 "융"의 승인을 받았다. 다시 말하면, 이 책은 실질적으로 "융"의 마지막 저작인 셈이다.

     

    "융"학문에서 인간의 상징으로 꼽는 가장 중요한 것은 '꿈'이다. 융 학파의 학자들은 꿈이란 개인의 무의식에 관한 총체적이고 중요한 사적표현으로 보는 입장이다. 꿈은 개인에게 있어서 절실한 현실이다. 융 학파 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꿈의 해석은 그것이 분석가가 하는 것이든 꿈꾼 당사자가 하는 것이든 대단히 사적이고 개성적인 것이지 주먹구구로 함부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총 다섯부로 나누어져 집필되었다. 인간의 무의식에 대한 접근은 '카를 구스타프 융' 이 꿈의 중요성, 무의식에서의 과거와 미래, 꿈의 기능, 분석, 꿈 상징에 나타나는 원형, 상징의 역할 등의 작은 카테고리로 저술하고 있다. 두 번 째 부분은 고대 신화와 현대인이라는 모토로 '조지프 핸더슨'이 집단무의식과 관련이 있는 신화들에 대하여 저술하고 있다. 3부는 '마리루이제 폰 프란츠'가 개성화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특히 개인의 마음속 여성상(아니마), 마음속의 남성상(아니무스)에 대한 서술은 읽을 만 하다. 4부에서는 '아닐라 야페'가 시각예술에 나타난 상징성에 대한 주제로 돌과 동물의 신성한 상징, 원의 상징, 상징으로서의 현대회화 등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욜란데 야코비'가 개인분석에 나타난 상징이라는 테마로 <핸리>라고 하는 25세의 젊은 엔지니어의 실제 꿈들을 분석하면서 꿈의 해석에 대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전체적인 결론은 '마리루이제 폰 프란츠'가 서술하고 있다. <과학과 무의식>이라는 주제로 이 책의 전반적인 부분을 요약하고, 우리가 무의식의 원형의 의미를 완전하게 이해하려면 아직도 긴 세월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 책에서 융 학파 심리학자들이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처럼 원형이 나타나는 현상에 특정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심리학적 현상으로 보아 <경향>만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 이야기는 <어떤 심리 상태에서는 이러저러 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사실은 1970년대에 출판될 수 있었지만 인문학 서적에 대한 출판 환경으로 인해 늦어진 출판비사를 역자가 말미에 쓰고 있어서 이 또한 재미있기도 하다.

     

    -기억해두고 싶은 낱 글 들

    • 우리가 꾸는 꿈은 종잡을 수 없이 복잡한 패턴을 이루어 내는데, 우리의 소질이나 성향은 그 속에서 두서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는 한다. 그러므로 이 복잡한 문양을 장기간 관찰하면 일종의 조절 기능이나 방향성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이 조절 기능이나 방향성이 마음의 성장 과정 (개성화 과정)을 눈에 띄지 않게 진행시키는 것이다. (인간과 상징, 카를 융 외, 2009)

     

    • 내 마음의 일부를 분히시키고 일시적으로 억제하겠다고 의식적으로 결심하는 것과, 내가 깨닫지도 못한 사이 그리고 내 동의도 없이, 심지어는 내 의지에 반하면서까지 그렇게 되는 것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문명의 소산이지만 후자는 미개인들의 <영혼의 상실>에 다름 아니며 심지어는 신경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29p)

     

    • 한 개인이 지닌 전인격의 심리적인 삶의 과정을 알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꿈과 상징적인 이미지가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35p)

     

    • 꿈을 다루는 데는 두 가지 근본적인 원칙이 있다. 첫째는 꿈을 하나의 사실로 다루어야 하며 꿈이 어떤 식으로든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 이외에 어떤 전제도 사전에 상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꿈이라는 것이 무의식의 고유한 표현이라는 점이다.(40p)

     

    • 우리는 위험이 쌓여 가고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그리로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나 의식은 이를 깨닫지 못해도 무의식이 깨닫는 수도 있다. 무의식은 그러니까 꿈을 통해 그 정보를 우리에게 전해 주는 것이다.(69p)

     

    • 꿈을 다룰 때 고지식한 태도를 준수하는 사람은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다. 꿈은 인간의 편도 아니고 인간적인 것도 아니다. 꿈은 아름답고 너그러운 동시에 잔혹할 수도 있는 여신의 정신을 닮은 자연의 숨결에서 솟아난다고 보아도 좋다.(69p)

     

    • 꿈의 해석에서는 반드시 이러한 인격의 차이가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84p)

     

    • 무의식 속에서 모든 충동이 지니는 본연의 모습이다. 꿈이 명확한 생각을 산출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만일 꿈이 명백해지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의식의 경계를 넘어온 것이기 때문에 이때부터 꿈이 아닌 것이다. 꿈이 의식에게는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을 뛰어넘고, 개기 일식 때 보이는 희미한 별빛처럼 오히려 <의식의 언저리>만 보여 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93p)

     

    • 문화적 상징은 수많은 변용의 과정과 어느 정도 의식적인 발전 과정을 거쳐 문명사회에 수용되면서 집단적 이미지가 된다.(137p)

     

    • 부족 사회에서 이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성년식이다. 이 의식에서 신래자 新來者, novice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잠재해 있는 모자 동일성, 자기 및 자아와의 동일성의 상태까지 퇴행함으로써 상징적인 죽음을 체험한다.(194p)

     

    • 유아기는 정서적으로 매우 강렬한 충동을 느끼게 되는 시기이다. 이 시절의 꿈에서는 종종 마음의 기본적인 구조가 상상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상징적인 모습은, 이 유아가 장차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가를 미루어 헤아리게 할 때가 많다.(252p)

     

    • 지레짐작하거나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말고 무의식을 찬찬히 주목하면 그것은 종종 대단히 유용한 상징적 이미지의 흐름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항상 나타난다고 할 수는 없다.(257p)

     

    • 무의식에 관한 한, 불행히도 인간은 달빛 아래 있는 것과 같다. 달빛 아래 서면 사물과 사물의 경계가 불분명하게 보일 뿐만 아니라, 무엇이 어디에 있는데, 한 사물의 시작과 끝이 어딘지 도무지 분명하지 않게 된다.(267p)

     

    • 한 남성이 지니는 <아니마>의 특성은 어머니에게서 받은 영향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어머니에게 나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아니마는 흔히 조급하고, 우울하고,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다.아니마가 이럴 경우 당사자는 화를 잘 내는 성격의 소유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부정적인 아니마를 극복할 경우에는 평균치 이상으로 남자다워질 수도 있다).(274p)

     

    • 남자가 어떤 여자를 처음 만나는 순간, <바로 이 사람이다!> 생각하고 바로 그 순간에 사랑에 빠져버리는 것은 그 여자의 모습이 그 남자의 아니마의 모습과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남자는 그 여자를 오랜 옛날부터 가까이 지내온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278p)

     

    • 한 남성이 자기의 아니마를 외부에서 찾으려고 할 경우, 심각한 심리적 장해가 생길 수 있다. 아니마를 외부에서만 찾으려는 남성은 에로틱한 공상의 포로가 되거나, 현실의 한 여성에게만 강박적으로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289p)

     

    • 남성의 아니마상이 자기 어머니의 이미지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형성되듯이, 여성의 아니무스는 아버지의 이미지로부터 영향을 받으면서 형성된다. 그래서 아버지는 자기 딸의 아니무스에 논쟁의 여지가 없는 <진정한> 신념이라는 특수한 색채를 부여한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그 확신에는 그 여성 자신의 인격적 현실이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291p)

     

    • 인간은 스스로의 의지로 동물적 본능을 억제하는 힘을 가진 유일한 생물이지만, 동시에 본능을 억제하고, 왜곡하고, 거기에 상처를 입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은유적으로 말하자면, 상처를 입은 동물만큼 난폭하고 위험한 존재는 없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억압당한 본능은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고 때로는 인간을 파멸시킬 수도 있다.(368p)

     

    • 의식에는 탁월한 실용적 기능이 있다. 우리는 바로 이 의식을 통해서만 외부 세계, 즉 우리의 이웃에게서 목격하게 되는 악惡이 우리 정신의 내용물로 존재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바로 이러한 통찰이야말로 이웃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는 첫 단계이다.(416p)

     

    • 융 학파의 견해에서 본다면, 분석의 성패와 분석 기간의 길고 짧음은 아무 관계도 없다. 문제는 무의식이 산출하는 소재와, 그 무의식의 메시지를 받아들여 내적인 진실을 알아내고자 하는 개인의 자세인 것이다.(4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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