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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멈추고 싶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좋은글,영화,책 2012. 7. 24. 10:10

    혜민 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읽고~

     

    나의 지나온 삶을 성찰해보면 갈림길에 처했을때 마다 한권의 책이 있었다. 중학생때 일찍 찾아와버린 반항기의 송곳같은 생각들을 잠재워준 것도 무협지 같은 책이었고, 안개에 쌓인 삶의 진로에 답답해하던 고등학교 시절 나를 다잡아준 것은 "대망"이라는 일본의 역사소설이었다. 이십대 초반 무렵 구겨지고 찟겨지고 오염되었던 삶을 정리하도록 해주었고 여태 나를 지탱하는 종교적 신념의 뿌리를 갖도록해준 것도 경봉대선사의 법문집 "야반삼경에 문빗장을 만져보거라"였다. 이후에도 책은 늘 내곁을 에워싸고 있었다. 수많은 이사에도 책이 많은 탓에 과외로 이사비용을 더 지불해야만 했다. 이사때 한번씩 몇백권씩 정리라는 이름으로 떠나보내고 몇년이 지나면 또 그만큼 빈자리가 채워지는 싸이클을 반복해왔다. 사실 내가 책읽는 패턴이 정해진 틀없이 주제도 한정되지 않고 마구잡이로 읽는 스타일이다.

    불교신문 광고에 혹해서 사두고 전공서적에 밀려 잠시 숨을 고르던 책이었지만 이번에 아산리딩포럼이 발족하여 첫번째 공동과제가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이 책은 그동안 스님이 트위터에 간간히 올렸던 짧은 글들을 모둠으로 펴낸 책이다. 스님이 저자인 것에서 처럼 많은 부분에서 "나"라는 것의 성찰에 할애하고 있다. 요즈음 트렌드처럼 뜨고있는 심리상담을 예로 들어보자. 가령 어느 상담자가 아침에 출근하면서 신랑과 대판 다투었다. 모든 다툼이 그렇듯 그저 사소한 문제가 서로의 주관적인 시각과 자신에 대한 고집과 아집으로 상대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에 대입해 생각하고 행동했기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대부분의 다툼의 또 다른 특징은 꼭 후회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상담자가 내담자를 만난다. 내담자의 문제는 남편과의 다툼이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자기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상담자는 내담자의 문제에 대해 얼마나 깨끗한 상태의 진실을 전달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이런 의문을 우선 자신의 문제를 깨닫는 것에 두고 있다.

    이 책에서 언급된 내용들은 일견 너무 쉽다. 너무 일반적인 이야기들이고 문구들이다. 물론 전문적인 말도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때는 역시 너무 쉽다는 느낌이다. "세살먹은 아이도 알수 있지만 팔십먹은 노인도 행하기 어렵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 책에서 언급되는 내용들이 그런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요즘 명상의 트랜드중의 하나인 마음알아차림에 대해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데 우리가 살아가며 다른 사람으로 인해 힘들다고 하는 것도 내 마음을 잘 헤아려보면 결국 타인으로 인한 갓이 아니라 내 마음으로 인해 스스로 괴로움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생각이 떠오를때 그 떠오른 생각이 어디서 왔는지 헤아려 보는 것이 마음 알아차림의 요체다. 생각을 고요히 관조하는 것,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저자인 혜민스님은 이 문제를 짧은 몇 줄의 문장에 잘 담아냈다.

    나는 그동안 완벽해져야 한다는 강박적 사고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아왔다. 완벽해지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었고 완벽을 위해 나를 꾸미고 포장해왔던 것이다. “참 샤프한 사람이야”, “똑똑한 사람이야” 같은 말들에 내 삶을 걸어왔다, 그렇기는 하지만 인간적인 맛이 없었다는 통절한 반성도 이번 기회에 해보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김밥은 매끈하게 썰어진 몸뚱이 것보다/맨 끝 자투리가 푸짐하니 맛있습니다./사람도 너무 완벽하고 매끈하면 인간미가 덜하고/좀 어딘가 허술한 구석도 있고 솔직한 사람이/더 인간적이고 매력 있어요.」라는 말로 내가 가진 관념들을 부수어 놓는다. 사실 나이를 먹으니 똑똑하다는 소리보다 인간성이 좋다는 말에 더 필이 꽂히게 된다.

    직장에서 자주 부딪히는 사람이 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괜히 싫은 그런 사람이 나에게도 있다고 생각하니 슷로가 한심하다는 느낌도 들었었다. 내가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내문제였다는 것을 깨우칠 수 있었다. 내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내 약점이 그 사람에게 투영되어 나타난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 타인을 향한 비난은, 많은 경우/비난하고 있는 사람 자신의 콤플렉스와/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또 비난하는 사람의 블행한 심리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그래서 가끔은 비난하는 사람이 오히려/애처롭게 보일 때도 있습니다.」라고 설파하고 있다.

    이 책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산소캔”이다. 이제 맑은 공기마저 그리워하게 되어버린 현대인에게 캔에 담긴 산소는 그나마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사치품이다. 현대의 복잡다단함에 물들어버린 우리의 삶에 칙~칙~ 페이지마다 행간마다 그렇게 신선한 산소가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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