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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지상만가 』/건강생활 수록/김대근
    수필공간(隨筆空間)·칼럼 2012. 2. 22. 21:15

                      아름다운 젊은, 그들의 찬란한 비상

             地上滿歌

                                                       김대근 (시인․수필가)

    누구나 꿈을 꾼다. 그 중에는 이룰 수 있는 현실적인 꿈과 그저 꿈일 뿐인 백일몽도 있다. 현실적인 꿈보다 스쳐가는 백일몽일수록 안타깝고 절망이 클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들의 삶, 그자체가 한편의 긴 꿈은 아닐런지...

    오랜만에 우리 영화 한편을 소개한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지금처럼 다양한 영화에 대한 시각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의 한국영화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지금은 대스타가 되었지만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신현준, 이병헌, 정선경 등의 풋풋한 옛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게다가 이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로 한국영화계의 흥행기록을 세운 강제규 감독이 쓴 각본이라는 점도 관심을 끈다.

     

     

    경찰 출신의 난봉꾼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고, 그 아버지를 형이 죽이고 미쳐버리는 매우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불우한 가족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황하는 광수(신현준), 매일 밤 헐리우드 영화사에 자신의 시놉시스를 팩스로 날리며 세계적 스타로의 꿈을 키우는 종만(이병헌), 그리고 바이올린을 전공한 음대 휴학생으로 자신이 일하던 악기점에서 광수와 마주친 후 헌신적인 사랑에 빠져드는 세희(정선경)가 엮어가는 청춘스케치다.

    미쳐버린 형을 보살피며 성장한 광수는 형이 죽자 허무를 달랠 길 없어 걷잡을 수 없이 술에 빠져든다. 잠시도 술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지만 작곡노트가 들어있는 가방은 언제나 소중하게 간작하고 산다. 어느 날 종만이 일하는 술집에서 부패한 형사로부터 살인혐의를 뒤집어쓰고 잡혀가서 심한 고문을 당하다가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다. 그 와중에 광수가 두고 간 가방에서 악보를 본 종만은 광수의 천재성에 놀란다. 탈출한 광수가 종만에게 찾아오면서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할리우드의 영화사로부터 종만의 시놉시스에 관한 답신이 오는 날 형사들이 들이닥치고 둘은 도망치던 중 광수는 총상을 입고 체포되어 영어의 몸이 되어 재판을 기다리게 된다. 한편 종만 역시 영화 촬영 중 추락사고로 머리를 다쳐 사경을 헤매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광수를 사랑하게 된 세희는 광수의 악보를 정리하고 이를 발표하며 광수의 뒷바라지를 한다. 마침내 광수의 무죄가 밝혀지면서 출옥한 광수는 세희와 재회의 기쁨을 맛보고, 부상에서 회복한 종만은 두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꿈꾸던 미국으로 향한다.

     

     

    이 영화는 알코올 중독과 바람으로 가정을 파탄 낸 아버지로부터 연원한 불행의 물줄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같이 파탄하고 마는 한 청년과 어려운 가운데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를 갈구하며 현실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또 다른 청년의 대비되는 이야기다. 대비되는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같이 위기를 넘기는 가운데 광수의 슬픔도 어느 정도 희석되어 절망도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더 깊은 절망을 위해 드는 술잔과 더 높은 희망을 위해 드는 술잔이 쨍그랑 맑은 소리를 내며 젊음을 축복하는 영화다.

     

     

    <영화정보>

    지상만가 (1997) 地上滿歌

    감독/김희철

    출연/신현준 (광수 역), 이병헌 (종만 역), 정선경 (세희 역), 예인, 김재선 (주민들 역)

     

     

    절주전문지 [건강생활] 2011년 9월+10월호 수록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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