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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 냉장고(세병관(洗兵館)에서) /김대근
    삼행詩 2010. 7. 2. 01:12

    세병관(洗兵館)에서


    냉장차 가로막아 막힌 곁 세병관
    장수(將帥)들 남긴 이름 빛을 더 하는데
    고달픈 수병(水兵)의 혼은 바람에 흔들리다


    냉골이었을 마룻바닥 새우잠도 꿀이던 그들
    장마철 눅눅함에 늘어지는 향수(鄕愁)
    고누판 새겨놓고는 고향으로 말 띄웠겠지


    냉락(冷落)한 담장 너머 새로 돋은 풍경은
    장미처럼 흐드러져 세상을 달군다
    고마리 가시 스치듯 마음 한 곁 미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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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장중이다. 집 나온지 이틀째다. 시간은 내가 집을 나왔건 말건, 내 물리적 위치가 변화 되었건 말건 제 갈길을 간다. 그러니 나도 세월 따위 신경쓸 필요가 없다. 그저 내가 할 일만 부지런히 할 뿐이다. 어제도 오늘도 여관방에서 PUSH_UP 50회, 빈활 당기기 9순(45회)를 빠트리지 않고 했다. 한때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던 이른바 몰카를 설치해 놓았다면 우습기도 할 것이다.


    광양에서 포항으로 가는 길, 좀 둘러 가기로 했다. 남해를 거쳐 사천으로 해서 해안도로를 타고 통영까지 와서 고속도로를 올리기로 했다. 오르막길에 냉장차가 비상깜박이를 껌뻑대며 길을 막고 있다. 10여분이 지나도 갈 길은 막혀있다. 마침 세병관이 눈에 들어온다. 차를 골목으로 돌려서 한참을 해메어 유료주차장에 댔다. 그렇게 다시 찾은 세병관(洗兵館).


    통영세병관(統營洗兵館)은 국보 305호로 지정되어 있다. 선조 36년(1603년)에 제6대 통제사 이경준(李慶濬)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전공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했다. 삼도수군통제사영(三道水軍統制使營)의 중심건물로, 궐패(闕牌)를 모시고 출전하는 군사들이 출사(出師) 의식을 거행하던 곳이다.


    세병관 내부 높은 곳에는 통제사가 바뀔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투어 이름을 적어 기념으로 남겨두었다. 물론 장수급과 지역의 유지였을 것이다. 조선의 군역은 없는 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있는 사람들은 군포를 내고 면제받거나 종을 대신 내어 보냈다. 따라서 대다수를 차지한 수병(수병)들은 그야말로 가진것이라곤 몸뚱이 하나뿐인 사람들이었다.


    세병관 마룻 바닥에서 칼로 새긴 고누판을 발견했다. 고누를 두며 향수를 달랬을 그들... 그들의 고단함이 배어 나와 가슴을 아리게 했다.

     

     

     

    ▶국보 305호, 통영세병관(統營洗兵館)

     

     

     

    ▶ 마룻바닥에 새겨진 고누판, 고누는 잊혀진 우리 전통 놀이다. 고누를 두어보면 의외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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