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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행시- 물안개(아버지의 밭) /김대근삼행詩 2010. 6. 18. 10:04
아버지의 밭
물 냄새 골 넘어와 흐드러진 언덕
안개가 훑어간 산 그림자 가생이
개개비 휘젓는 하늘 얇게 저며지다
물푸레 길게 누워 키 늘린 하오(下午)의 끝
안간힘 버텨보지만 그럭 가고만 하루
개꽃은 밭둑에 서서 귀를 열었다
물지게 걸음마다 넌출대던 아버지
안쓰런 풍경은 추상화로 남아
개똥밭 엉겅퀴로 피어 흔들리다
물너울 넘실대는 꿈이라도 꾸는지
안구는 눈꺼풀 속 건들건들 걷는다
개 건너 쪽 밭 가운데 그가 있나 보다-註-
*개개비:휘파람샛과의 작은 새이다. 늦은 봄부터 여름까지 주로 갈대밭 속에서 "개개개"하는 소리로 시끄럽게 운다. 소리는 시끄럽지만 막상 보면 아주 작아서 몸 전체가 소리통 같다. 하긴 덩치가 작으니 소리라도 커야겠지.
**개-꽃:되어먹지 못하는 말들의 앞에는 꼭 '개'가 붙는다. 사람에게 충성을 다 바친 개에게는 다소 미안한 일이다. 개꿈, 개나리, 개비름, 개비자나무... 등등. 암튼 비슷하지만 자세히 알고보면 아닌것에는 모두 '개'를 앞자리에 붙여쓴다. 개꽃도 마찬가지다. 진달래와 닮기는 했지만 먹지 못하는 철쭉을 참꽃에 대하여 일컫는 말이다. 게다가 '개'가 붙는 말은 거의 비속어이다. '개'가 붙는 내가 알고 있는 욕만해도 30개 쯤은 될 것이다.'삼행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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