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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각가 박주부 작업장에서~
    사람을 만나다 2010. 6. 23. 14:02

    무정물인 돌에 생명을 불어 넣는 이가 석조각가다. 돌은 이들을 만나 수만년, 수십만년, 수백만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랫동안 쟁여온 생명의 끄나불을 비로소 부여쥔다. 이런 조각들을 볼때 가끔씩 전율을 느끼기도 한다.

     

    지난 주말 한국문인인장박물관 일로 보령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석조각가 박주부 님을 만났다. 큰 키에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 풍성한 구렛나루에서 익숙한 미소를 찾아 낼 수 있었다. 어디서 본 듯한 미소여서 그 연원을 추적하느라 한참을 고민했다. 그 미소는 산마다 골마다 풍경좋은 곳이면 어김없이 있는 산사들에 모셔진 관세음 보살에서 연원한 것임을 알았다. 그의 손을 거친 인물상들도 저런 미소를 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는 모든게 작품의 연장선에 있는 듯 하다. 옹기에 뿌리를 내린 고추 한 포기마저도 멋진 작품의 역활을 하고 있다.

     

     

    부부의 상인지 아니면 연인의 상인지 참 편안한 미소다. 서로 마주보지 않아도 같은 곳을 본다는 것 만으로도 무척 편안해 보인다. 사람들이 가끔 착각하는 것중의 하나가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마주보는 것은 서로의 얼굴만 볼 수 있을 뿐이지만 같은 곳을 보면 서로의 전체를 볼 수 있다.

     

     

     

    수많은 작품들을 구경했다. 몇 가지 외에는 사진으로 찍지 못했다. 혹여 작가에게 누가 될까 해서이다.

     

    '영암사 산신님'이라고 쓰여진 이 돌은 산의 정기를 쏘이고 있는 중이리라. 조각가는 이 평범한 돌을 깎고 덜어내고 다듬고 수없이 두들겨서 그의 미소를 담아낼 것이다. 나는 궁금증이 일었다. 과연 어떤 모습의 산신님으로 거듭나 우리에게 영험을 베풀까?

     

     

     

    온전하게 핸드폰 카메라에 담긴 작품이다. 물론 찍겠노라고 조각가에게 허락 받은 바도 없다. 따지자면 도둑 촬영인 셈이다. 여기저기 유난히 고기를 테마로 한 작품이 많다. 나의 본관이 김해인데 김수로왕릉 입구에는 물고기 문장이 있다. 물고기는 김해 김문의 상징인 셈이어서 나에게는 익숙한 테마이기도 하다. 물고기와 무슨 연결고리라도 있냐고 물었지만 대답은 웃음 뿐이었다. 근데 이 작품만 왜 전체를찍었는 하면~~

     

     

    바로 이 나나니벌 집 때문이었다. 표면에서 깊이라고 해보았자 5mm남짓할 텐데 그곳에다가 황토를 물어다 집을 지었다. 돌은 고기가 되어 공간을 유영하고 나나니벌가지 품었으니 조화가 보통이 아니질 않는가.

     

     

    이 조각도 마찬가지다. 아치형 곡면 아래 매어 달린 것이 지난 늦 가을 사마귀나 다른 곤충의 알집을 것이다. 이들은 새봄을 맞아 모두 부화하고 이제는 빈 집만 남겨 두었다. 조각가는 돌에게 생명을 주고 돌은 곤충에게 또 다른 생명의 터전을 제공하고 있다. 역시 자연계는 순환하는 것인가 싶다.

     

     

     

    요즈음 도자기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인데 조각나 버려질 파편으로 만든 멋진 화분이다. 요것은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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