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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태쌤댁 혼사 후기>이선비 宅 혼사에 다녀와서.........
    사람을 만나다 2009. 11. 24. 16:50

    이선비 宅 혼사에 다녀와서.........


                                   溫陽사는 김 첨지


    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금요일 일찍 들어와 모처럼 아내와 겸상으로 저녁을 먹고 막 숫가락을 놓고 밥 그릇에 물을 부어 마시는데 전화가 왔다. 나는 식사후엔 늘 밥그릇에 물을 부어 마시는데 이상한 습관이라고 식구들이 핀잔을 준다. 그래도 나에게는 그게 편하다. 아마도 전생에 절밥을 적잖이 축을 낸게 틀림이 없다.


    "암말 말구 얼렁 와유~" 불과 50여미터 떨어진 아파트에 사는 지인이다. 무슨 일이야고 물어도 "얼렁 와유~~"만 반복한다. 뒷소리를 길게 빼는 충청도 특유의 사투리는 딱 부러지는 경상도 사투리보다 흡인력이 있다. 그 흡인력에 끌려 도착한 지인의 집에는 한상 가득 고기 메뉴로 채워져 있다. 육회, 간, 쓸개, 뼈우린 국... 등등


    며칠 안보인다 싶더니 사냥을 다녀 왔단다. 안동지방이 올해 수렵 구역으로 정해져 갔는데 마지막날 고라니 한 마리를 잡았단다. 이 집의 안주인은 야생동물을 자주 다룬 탓에 꿩이나 고라니 요리를 잘한다. 얼추 계산으로 1인당 3병의 소주가 고라니 고기와 섞여져 속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미리 예매를 했지만 KTX보다는 오랫만에 느긋한 여행을 즐길 심산으로 무궁화호를 예약하다보니 일찍 역으로 나가야 했다. 달포전 위염으로 병원 신세를 졌으면서 만취상태로 들어와 엉기적 거리며 일어난 나를 아내가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일단 샤워를 하고 과장된 몸짓으로 아주 컨디션이 좋은듯 "고라니 고기가 약은 약인 모양이야!"라며 길을 떠났다.


    期待滿發이라는 말이 있다.
    가을볕이 세상에 장막처럼 드리워진 주말에 혼자서 기차 여행을 하는 게  일상에서 어디 쉬운 일이던가. 마침 금요일 읽고 싶던 책이 도착을 했다. 몇 년 전에 출판을 했다가 보수 기독교 단체의 거센 항의로 수거에 들어갔던 문제의 책이다. 이번에 새로 출판을 했다. 티모시 프리크와 피터 갠디가 공동으로 집필한 책이다. 제목은 "예수는 신화다"다. 예수가 탄생하기 몇 백 년 전부터 유럽에 미스테리아라는 종교가 있었고 이 종교 지도자들의 행적과 말의 복사판이 예수의 전기라는 것이다. 중세에도 이 논란은 있었는데 기독교측에서는 악마가 미래에 예수가 태어나 행할 일을 알고 미리 퍼트렸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아뭏던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몇 사람중의 한 사람이니 당연히 흥미로운 일이다.


    예전에 고속버스가 처음 생겼을때는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예쁜 아가씨가 혼자서 표를 사면 뒤에 따라 붙어 표를 산다. 그러면 최소한 1/4확률로 같이 앉아 가게 된다. 내가 창문쪽으로 앉게되면 여자에게 정중하게 양보를 해준다. 여자들은 유난히 차창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도 차창은 방이나 같고 통로쪽은 문지지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여자의 마음에 은연중 통로쪽에 앉은 남자를 기사쯤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번 여행에서도 무궁화 열차의 특성상 몇 사람이 바뀌게 되리라. 내심 기대가 만발했다. 첫 손님은 젊은 남자였다. 천안에서 대전까지 줄창 문자메세지만 보내고 있었다. 두번째는 마침내 여자가 찾아왔다. 그러나 창측 자리를 양보할 필요가 없었다. 호호할머니 였기 때문이다. 식당칸에 점심을 먹고 왔더니 의자에 놓아둔 내 책을 보고 있다가 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목사님이신가요?". 허걱~ 어디로봐서 내가 목사로 보인단 말인가. 얼굴에 덕지덕지 앉은 욕심의 때가 그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그녀는 밀양에서 내렸다. 그리곤 그 빈자리는 종점까지 채워지지 않았다.


    來人去客이라는 말이 있다.
    오는 사람도 많고 가는 사람도 많은 부산역에 내렸다. 아직 시간은 1시간 20분이나 남았으니 시간 때우는 것도 또한 고민이다. 대합실에 티비앞에 앉아보니 부산역을 근거로 자리잡은 주인들이 더 많다. 그런대로 구석지고 인테리어도 잘된 까페를 찾아내 키위주스 한 잔을 시키고 한시간을 때우려 했지만 30분만에 생리현상의 신호가 중추신경을 타고 뇌에 전달되며 뉴런들을 마구 자극해 나오고 말았다. 두레문학 식구들이 언제쯤 오나 싶어 전화를 넣어보니 구서동에 차를 세우고 전철로 이동중이란다. 30분을 남기고 예식장으로 갔다. 신랑측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데 신부측은 아직 접수대가 열리지 않았다. 혹시 앞선 결혼식이 끝나지 않은 것은 아닌가 싶어 기웃거려 보았지만 틀림없는 이상태 선생님댁 혼사다. 길이 막히나 보다.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서 기다리던 일행 중 한사람의 고민에 실소를 했다.


    "아이씨~ 누구쪽에 부조를 해야 하는거야?"
    "뭔 소리래"
    "OXO 있잖아. 바쁘다고 대신 부조 좀 해달라네. 근데 걔는 두 쪽 다 걸려"


    그 한장의 부조는 어디로 갔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C1섭섭이라는 말은 나만 사용하는 말이다.
    서른 살까지 부산에서 살았는데(사실은 19살때 가출해서 3년동안 서울 산거는 빼고) 언제나 술은 C1소주 였다. 물론 옛 이름은 대선소주였지만 아뭏던 하도 그 술이 지겨워서 빨리 부산을 떠냐지 했다. 부산살면서 다른 소주를 먹는다는 것은 부산사람이 기아타이거즈를 응원하는 거나 같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포항으로 떠났다. 대선소주처럼 지방소주는 구할 수 없었고 두꺼비를 잡았지만 늘 C1소주의 맛이 혀 끝을 감돌아 미치게 했다.


    이상태 선생님의 신부입장을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했다. 먼저 내딛은 발은 앞으로 가려하고 뒷발은 자꾸 머물려고 했다. 금이야 옥이야 키웠다가 막상 짝을 맺어주려니 또 얼마나 노심초사 했을까. 그러나 막상 보낸다고 생각하니 착잡한 마음이 한 가득일 것이다.


    나는 마음이 무척 여린 사람이다. 딸이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되는데 마음에 구멍이 세군데나 숭숭 뚫릴것을 생각하니 깊이 들이쉬는 들숨에 아픔이 묻어 든다.


    울산에서는 이성웅 시인, 김정숙 시인, 한영채 시인, 강동화 시인, 성자현 시인, 황지영 시인이 오셨다. 이승민 시인은 부산에서 오셨고 김현태시인도 오셨다. 그리고 처음 뵙는 하정은 시인과 손상철 시인 그리고 주여옥 시인(울산시협 총무님이시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역시 기억력의 한계가 있다. 아내를 졸라서 총명탕이라도 한제 먹어야 겠다), 그리고 조금 늦게 서울에서 이용일 회장님께서 오셨다.


    눈 코 뜰새 없이 바쁘실 혼주인 이상태 선생님께서 굳이 기다리라 하시더니 광안리 좋은 곳에 가서 저녁을 같이 하고 가라신다. 그러마고 나와서 1층 로비에서 광안리 파와 자갈치 파로 나뉘어 졌다.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하느데만 10여분이 소요되었다. 이럴때는 사라리를 타는게 킹왕짱인데~~ 그러나 다수결도 있고 무었보다도 내가 예약해둔 기차시간때문에 자갈치 꼼장어 집으로 갔다. 강동화 시인의 단골집이 있단다. 이성웅 시인, 김정숙 시인, 한영채 시인, 강동화 시인, 하정은 시인, 황지영 시인, 성자현 시인, 손상철 시인, 김현태 시인, 이용일 시인 이렇게 10명이 자신의 몸을 열정적으로 태워대는 구공탄의 아릿한 냄새와 꼼장어의 매꼼함을 소주에 타서 마셨다.

     

     

     


    자갈치 시장은 나에게도 정말 아련한 추억이 서린 곳이다. 아버지와의 첫 외식을 이곳 꼼장어로 했었다. 고등학교 발표가 있던 날, 합격을 축하 해주신다며 데려와 익어 가는 꼼장어를 이리저리 굴려 익혀 주시던 아버지…. 그 아버지가 작년부터 치매를 앓고 계신다. 다들 한가지씩 털어내는 추억들이 고만고만한 토종밤같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기에 그러리라.


    어젯밤에 고라니와 소주가 적당히 속을 데워 놓은 탓인지 오늘도 소주는 달디 달았다. 아직 위염 치료가 다 끝나지 않았으니 제발 술은 자제하라는 아내의 부탁은 이미 비닐밖 고깃배의 뱃전에 던져 버린지 오래다. 이왕지사, 이렇게 되어 버린거 가는데 가지 가보자는 이용일 회장님 목소리가 마치 달디단 박카스신의 목소리 같다. 자기집 2층이 비어 있어서 재워준다는 김현태 시인의 말도 송진같이 진득하게 몸에 감겨 든다. 그래도 꼼장어 집을 나설때 까지만 해도 망설였다. 월요일 제출해야할 서류를 매듭짖지 못하고 온 터라 일요일 출근해서 마무리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으니 늦어도 오늘은 가야 하는데...하는데....가야만 할까....


    헤어지는 자리, 다시 이용일 회장님의 말씀이 계신다. 월급쟁이의 본능적인 감각이 높은 사람의 말은 꼼짝 못하게 마련이다. 결국 김현태 시인, 이용일 회장, 나... 세명은 택시를 함께 타고 자갈치 시장을 빠져 나왔다. 처음에는 김현태 시인이 망미동 집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중간에 이용일 회장님이 광안리를 들리고 싶다는데 어쩌겠는가? 광안대교( 이 대교 건설에는 이용일 회장님의 회사도, 우리 회사도 관련이 있다)를 바라보며 대게 3마리와 대여섯병의 소주가 제 몸을 비워주었다.


    그리고 다시 택시를 타고 마침내 김현태 시인의 댁에 도착을 했다. 남의 집에 맨손으로 방문하는게 아닌데 밤 늦은 시간이라 경황이 없어 결례를 했다. 그 늦은 시간에도 강현옥 시인이 반겨 주었다. 이층에 들어가자 말자 이용일 시인이 제일 먼저 곯아 떨어졌다. 조금있다 들어온 김현태 시인의 손에는 소주 두병과 캔 맥주 두캔이 들어 있었지만 언제나 조금의 아쉬움은 남아야 하는 법이 아니던가. 선비는 늘 조금씩 아쉬움을 남길 줄 알아야 한다.


    귀에 익은 소리에 눈을 떳다. 양복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6시 알람을 운다. 일어나 앉아 일단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정신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퍼즐을 끼워 맞추었다. 너무 달게 주무시는 두 분을 보니 일어나 부스럭 거리고 싶은 생각이 없을 정도다. 일단 최대한 고양이 자세로 문을 열고 화장실에서 고양이 세수를 했다. 칫솔을 준비 못했으니 그냥 맹물로 행구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주섬 주섬 옷을 챙겨입고 김현태 시인을 살며시 깨워 나오는데 덕분에 강현옥 시인까지 선잠이 깨어 뒷통수가 더욱 간지러웠다.


    7시에 택시를 탔다. 핸드폰으로 열차 에약을 하려니 7시 30분 차와 9시 차가 있다. 7시 30분은 너무 이르고 9시는 너무 늦다. 역에 내려 사우나를 하기로 했다. 사우나를 했는데도 40여분이나 여유가 있다. 우동이라도 한 그릇 먹을까 했지만 아직 속을 채운 소주가 포만감을 놓치않고 있다. 찬바람도 쐴겸 역광장에 나왔다. 노숙자 대여섯이서 소주 두 병, 막걸리 서너병을 두고 나누어 마시고 있다. 입맛이 절로 다셔졌다. 마음같으면 성큼 걸어가서 "한잔만 주슈~"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는건 나의 유일한 결점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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