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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계 ST감수성 훈련을 마치고~
    사람을 만나다 2009. 8. 27. 11:40

    하계  ST감수성 훈련을 마치고~

     

    산업카운슬러 1급 과정 25기  김대근

     

     

     

    바쁜 일주일이었다. 화요일, 목요일, 그리고 금요일 연속으로 포항에서 광양까지 무려 3,000킬로미터를 출장으로 보냈다. 장거리 운전으로 시큰거리는 무릎을 달래 계룡산으로 달려갈 채비를 끝내고 김용환 선생님 연락을 기다렸다. 마포에서 전철을 이용해 온양온천까지 오신 김용환 샘을 보시고 출발한 시간이 오후 1시 20분쯤이다. 계획보다 20분이나 늦었다. 온양에서 차령산맥을 넘어 공주로 가는 국도에는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갈무리한 푸른 잎들이 흐늘거리며 윤기를 찰랑이고 있었다. 예정시간보다 20여분 늦게 도착한 동학장 여관에는 이미 대부분의 교육생들이 도착해 있었다. 25기에서 고종우 선생, 김세영 선생이 이미 도착했고 조금 있다 김지숙 선생이 도착했다. 숙소를 배정받고 정리를 하는데 교육이 시작된다는 전언이 있었다.

     

    서로의 얼굴을 익히는 OT가 시작되었다. "제 이름은 김양순... 어질 양, 순할 순..."으로 시작된 자신의 이름을 다시 새기며 소개하는 시간. 개인을 규정짓는 첫 단서인 이름은 누구 할 것 없이 의미가 깊었다. 아이를 놓으면 부모가 제일 먼저 고심하는 것이 아이의 이름을 어떻게 짓느냐 하는 것이다. 그 아이가 가장 잘 되기를, 또는 가장 건강하기를... 바라는 바는 다르지만 생각나는 최고의 의미를 담은 것이 이름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중요한 이름이건만 나이가 들어갈 수록 생각보다 많이 불리워 지지 않는다. 집에서는 아빠와 여보, 회사에서는 김대리, 김과장, 김차장, 김부장으로 불리워 점점 낯설게 되어 가는 것 또한 이름이다. 오늘 다른 이에게 온전히 내 이름을 소개하는 시간이 참으로 뜻 깊었다. 예전에 쓴 시가 하나 있다.


    주민세를 내는 이유.

                                 김  대  근

     

    짧은 악몽에 가위눌려
    놀란 심장을 안고 새벽에 깨어나
    누구를 만났던 일이나
    무엇을 깨트린 일이나
    무었을 먹었던 일이나
    그냥 막연하게
    지난 일들이 생각나지 않을때가 있다.

     
    오래전에 태평양을 건너서
    더 오래전에 어딘가를 건너서
    이제는 해변으로 밀려와
    까르륵~ 까르륵~ 몽돌을 만드는
    거친 파도의 포말처럼
    하얗게 잃어버린 이름.

     
    김...대...근
    金...大...根
    또렷하고 분명하게
    지금은 잃어버린 내이름을 찾고싶다.

     
    김..차..장..김..차..장..님..
    반..디..불..반..디..불..님..
    T..U..J..D..S..5..T..U..J..
    형..씨..아..저..씨..
    아..빠..여..보..상..아..아..빠..
    5..0..2..호..아..저..씨..

     
    김차장서류..반디불네개구리...
    TUJ무전기...TUJ차...

     
    많은것들이 때로는 아무것도 없는것이어서
    적어도 아버지가 지어준 내이름 석자의
    귀하디 귀함을 뼈속이 얼얼하게 느낀다.

     
    김...대...근
    金...大...根
    또렷하고 분명하게
    이제는 빛이 바래진 내이름을 찾고싶다.

     
    김...대...근
    金...大...根
    또렷하고 분명하게
    내이름을 불러주는건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을때 뿐이다.
    그래도 아직은
    돌에 초서체로 새겨지지 않음을
    고맙게 느껴야 한다.
    김...대...근...님...이라고 불러주는
    동사무소도 고맙게 느껴야 한다.
    나는 주민세를 낸다.
    김...대...근..이 세글자 값으로
    나는 주민세를 낸다.

                 (2004.7.21)


    7ST정서지원프로그램의 시간도 좋았다. 인터뷰를 통하여 서로의 자서전을 재구성 해주는 프로그램도 좋았다. 짧은 시간에 한 사람의 일생을 파노라마처럼 펼치려면 어느 한 시점에 머물러서는 안되는 법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주요한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의 입장에서 보면 본인에게 중요하지 않은 시간이라도 그 사람을 구성하는 시간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경청이 중요하며, 또한 질문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야기들을 뒤로 전달하는 게임은 상대방의 이야기에 온전히 귀를 열고 상대의 이야기에 집중해야만 상대를 이야기를 왜곡없이 들을 수 있음을 깨우쳐 주었다. 상담자로써 가장 중요한 것은 내담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효율적인 질문을 통해 가능한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끄집어 내어야 내담자에 대한 이해를 잘 할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저녁시간에 45분간 묵언수행 시간이 있었다. 언젠가 선암사에 들렀던 적이 있었다. 부엌에서 발견한 글귀하나. "말은 화살과 같아서 한번 쏘아지면 되돌리기 어렵고, 한번 귀에 들어간 말은 아무리 힘이 있어도 뽑아내지 못한다." 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갈등도 대부분 말로 인한 것이다. 말없이 살아보는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자신이 없어서 저녁을 주스마시듯 후루룩 마시고 후딱 돌아나오는데 쪼르르 따라 나온 협회의 김대리의 함정에 빠져 "아니"라는 한마디는 나중에 죽비세례로 양어깨에 내려 앉았다. 나의 단순함이 드러난 시간. ~이런 된장!

     

    이번 감수성 훈련의 가장 압권은 역시 싸이코드라마였다. 우리조는 직장문제를 설정했다. 박某 선생님의 실제 사례를 드라마로 만들기로 하고 각자의 역활을 분배했다. 잠깐의 연습과 소품들의 배치, 한번의 연습을 마치고 다른 조가 관람객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막을 열었다. 막상 막을 열자 다들 어디서 그런 연기들이 나오는지... 당장에 연극배우로 데뷔를 해도 좋을 만큼 대단히 리얼한 연기들을 선보여 주었다. 특히 김지숙 선생이 맡아 열연했던 바가지 긁는 마누라의 역활은 리얼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아마도 실전 경험(?)이 풍부하신듯~~

     

    다른 조는 가정 문제를 다루었는데 아버지의 재산을 두고 아들과 며느리, 새어머니와 씨 다른 형제간의 재산 다툼이 주제였다. 사실 이런 문제는 우리 사회의 복잡성을 대변하는 문제였다. 다들 리얼한 연기로 관객을 몰입시켰다. 심효주 선생님의 며느리 연기는 애드립의 극치를 달렸다. 특히 남편한테 손찌검을 당한후 일성. "왜 때려! 나 이대 나온 여자야!"는 폭소를 자아냈다.

     

    마치고 협회측에서 수박을 준비해 주어 다들 열연하느라 마른 목을 달랬다. 그리고 우르르 몰려간 호프집에서 못다한 이야기에 빠져 허우적 대었다. 이성구 선생님과 이승민 선생님을 제외하고 다 참석했다. 중간에 또 몇분이 숙소로 가고 최종으로 남은 사람이 일곱분.... 라면까지 주문해 허기를 달래가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데 호프집 주인이 영업이 끝났다고 한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를 가르키고 있다. 호프집에서 나온 계산은 김세영 선생님이 해주셨다. 호프집을 나와서 다시 두분이 빠지고 남은 사람이 다섯... 딱 한시간만 노래방에 들러 가기로 했다. 1시간+서비스 15분 동안 세월은 30년의 세월을 넘나다녔다. 만점빵이 세번으로 모인 돈이 삼만원이나 되었다. 노래방을 파하고 숙소로 돌아온 시간은 4시 30분 경. 203호는 잠겨있었다. 몇번 도어록을 돌려보다가 곤히 잠든 사람을 깨울 염치가 없어 돌아 서려는데 고종우 선생이 문을 열어주었다.

     

    다음날 아침 식당에는 북어국이 준비되어 있었다. 일요일 아침의 동학장 북어국은 이미 몇번째다. 일년에 거의 한번 내지 두번은 모임을 위해 오기 때문이다. 이 곳에는 거의 토요일에 많은 손님이 오고 밤새 술에 찌들기 때문이다. 술에 찌든 여행객의 아침에 북어국은 당연한 메뉴일 것이다.

     

    이제 자연으로 가는 시간이다. 동학사를 지나 돌계단이 이어지는 입구에서 브라인드 체험이 시작되었다. 브라인드 체험을 위한 기초훈련은 상대를 믿느냐에 맞추어 졌다. 파트너에게 강시스타일로 사장없이 꼿꼿하게 넘어지는 훈련...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쨋거나 출발은 파트너와 손을 잡고 한사람은 앞을 못보는 것으로, 다른 한사람은 말을 못하는 상황으로 설정되었다. 나의 파트너는 이승민 선생으로 정해졌다. 사전에 신호를 정했지만 남을 인도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일은 아니었다. 평소처럼 말을 할 수 있으면 쉬우련만 말을 못하는 설정이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끔 지나가는 등산객들은 정말로 시각장애인을 데리고 가는 자원봉사원으로  오인을 해서 수고한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기도 했다. 중간쯤에서 이번에는 내가 앞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설정이 되었다. 막상 앞이 보이지 않으니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는 햇살은 얼핏거리며 눈까풀위를 현란하게 수를 놓는데 그것이 꼭 장애물에 내가 부딪칠것 같았다. 막상 앞을 보지 못해 파트너로부터 인도를 받아보니 인도하는 것보다 훨씬 편했다. 내담자보다 상담자가 훨씬 힘이 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내려와 같이 하는 마지막 점심시간. 사람의 무늬들이 계곡물을 모두 가리워 버린 천변 식당에서 닭도리탕, 파전, 동동주로 1박 2일을 정리했다. 후식은 여관 바로 앞의 편의점에서 아이스 크림으로 했다. 노래방에서 거출한 만원빵 석장... 오늘 참 요긴하게 사용했다. 아침에 산행 시작할 때 생수사는데 8천원, 아이스크림 22천원.... 그리고 작별의 시간은 모두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추억속으로 파편이 되어 흩어져 갔다. 아듀~~~ 추억이여!

     

    **서비스**


    <만남은 기쁨, 기쁨을 선사해 주신 분들에 대한 삼행시>

     

    이렇게 만나서 얼마나 기쁜지요
    성공의 꼭대기에 함께 서기를 기원합니다
    구관조 맑은 소리,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권씨집안 쌍둥이 딸, 선자와 후자였다지요
    재미있게 소개해준 님께 감사드립니다
    용꿈이 태몽이셨나 훤한 미소가 좋았습니다.


    박수칠때 떠나는건 용기가 필요하지요
    화로같은 열정 가슴에 숨기신 분
    준수한 외모만큼 열정적인 삶 사시길……


    고씨는 탐라국 왕족, 항상 강조하시죠
    종갓집 큰 아들이 아니어서 대략 무효
    우쨋건 잠 못재워 죄송혀유~~~


    김발처럼 버티어 분위기 잡아주신
    세영형님, 참말로 감사 합니데이
    영원히 푸근넉넉한 형님으로 남아주셈


    김치찌개 생각나는 매콤한 정체성 강의
    용광로 열기처럼 펄펄 끓어 넘쳤습니다
    화폭의 무채색에 색깔만 입히면 금상첨화……


    박과장 역 맡은 연기, 연극배우 뺨쳤어요
    광기어린 연기에 솔찮게 감동받았구요
    선하게 웃는 얼굴에 카리스마만 보태면……


    심청이가 언니의 이름이라 하셨죠
    효도는 옵션이 아니라 필수군요
    주인공 맡아했던말, 이대나온거 맞아요?


    이슬이 삼시세끼 주식인거 맞죠?
    승도복숭아 씻어 말린듯 깔끔했던 분
    민증에 적힌 년도가 맞기는 한거유?


    김밥이 속을 감추듯 끼를 감추고 살았구료
    지적인 이미지로 바가지 마누라 연기가
    숙달된 조교의 모습, 많이 해본 솜씨던데……


    신라면 호프집에서 드신분 처음봤어요
    미자라는 그 이름 정감넘쳐 좋습디다
    자존심 있어보이는 콧대도 이뻣어요

     

    추신) 위 삼행시에 태클달기 없기, 웃자고 하는 이야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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