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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픈 만남
    사람을 만나다 2008. 4. 17. 14:30

     

    슬픈 만남

     

     

    컴퓨터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만나 친해진 사람들의 만남이 있었다.

    인터넷이 세상의 아이콘으로 나섰던 때 홈페이지의 열풍들이 보인 조그만 틈새를 비집고

    블로그(BLOG)라는 새로운 매체가 이 땅에 모습을 보였었다.

     

    블로그만을 전문으로 하는 BLOGN이라는 사이트가 첫 선을 보였고 우리는 그곳에서 만난

    블로거들이다. 번개라는 이름의 OFF도 자주 있었고 가족을 동반한 여행도 자주 했다.

     

    다음, 네이버, 네이트등의 대형 포탈들이 블로그로 눈을 돌리면서 수익성 창출에 실패한

    BLOGN 사이트는 문을 닫았다. 모임터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뿔뿔히 흩어져 갔다.

    이글루스, 다음, 네이버, 파란… 등으로 대부분 대형포탈로 옮겨갔다. 몇 년을 축적한 포스트는

    개인의 재산이며 삶의 흔적이며 고뇌의 기록이기에 대형포탈은 최소한 망할 염려는 없다라는

    생각들 이었을 것이다. 그 와중에 나는 다음으로 옮겼고 정해진 시한까지 포스트들을 옮겼다.

    그 와중에 사진은 절반 정도가 소실되고 말았다. 규모의 한계에 부닥친 사이트는 글과 사진을

    각각 다른 서버로 저장했던 탓이다.

     

    그 중에서 대명이 ''용갈"인 블로거가 있었다. 30대 중반의 사진을 잘 찍으며 짧지만 엑센트가

    분명한 댓글로 미소가 아름다운 블로거였다. 번개 때는 자주 아내와 아이를 대동했고 추억도

    굵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하나 둘 씩 겹을 늘렸다.

     

    몇 년 전에 그의 혈액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병원에 입원을 했었고 연락을 받고 찾아간 병원에서

    그는 천진스럽게 웃었다. 당분간 항암치료를 하고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면 대부분 완치되는

    병이라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다음에 들은 소식은 조혈모세포를 이식하고 무균실에 들어 갔다는 것이었다. 이제 건강해져서

    그의 사진과 글을 다시 볼 수 있으려니 했었다.

     

    그리고는 한동안 까마득히 잊고 지냈다. 네이버에 자리를 튼 블로그앤사람들이라는 까페일을

    맡고 있는 블로거로 부터 문자 한 통이 다시 그를 기억의 복판으로 불러냈다. 그러나 그 문자는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연했던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 빈소에는 뜻밖에도 그의 아내가 핏기없는 얼굴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아직 어린 상주들을 세울수는 없었으리라. 영정 사진은 그의 블로그 프로필 사진이다.

    번개때 누군가가 찍어준 사진이었으므로 모두에게 익숙했다. 마지막 가는 길도 그는 블로거로써

    충실했던 셈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왔다가 역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는 길~

    그러나 아직 세상의 절반도 살지 못하고 떠나버린 그를 보내려 만난 슬픈 만남이다. 가슴 가득히

    안개같은 것이 차오른다.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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