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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문회우以文會友고객만당高客滿堂 (3)
    사람을 만나다 2008. 1. 25. 21:47

    이문회우以文會友고객만당高客滿堂 (3)

     


    똥(糞)과 된장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은 무었일까? 같은 점을 보면 우선 색깔이 같다.
    둘다 약으로 쓰인 적이 있다. 독특한 향취가 있다라는 것일 것이다. 또 하나 같은
    점은 둘다 도시적이 아니라 시골적 개념에 알맞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점을 보면 하나는 결과물이고 다른 하나는 입력물이라는 것이다.


    화투판에서 제법 값어치를 쳐주는 것이 11월의 상징인 "똥"인데 조라가망 권영섭
    시인이 여기에 아주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그 중에서 화려한 광보다는 쌍피 쪽이
    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화투판에서 상대가 '똥 쌍피'를 들었다고 확신을 하게되면
    무척 부러워 지는데 고만고만한 패로 겨우 3점으로 승부가 가름해 질때는 '똥쌍피'
    하나로 승패를 가른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 부러워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똥"은 사실 선비의 유유자적한 삶을 사는 표상이다. 원래 똥이라 불리는 11월
    의 상징은 오동(梧桐) 나무다. 배산임수의 좋은 터에 햇볕 따스히 들고 조금 높은 곳에
    풍치가 좋은 곳에 초가삼간 집을 짓고 주먹 만한 돌로 배꼽 정도 높이의 담을 쌓고
    마당에 우물 하나, 오동나무 두 그루 정도 심어 기르는 이런 풍경이야 말로 시인의
    삶을 살고자 하는데는 환상이 아닌가 말이다. 그는 이 풍경에 누구보다 가깝게 사는
    부러운 사람이다. 내일이라도 그의 모습처럼 훌쩍 떠나고 싶다. 출장와서 모텔방에서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함을 연통해야 안심이 되는 혹들만 없다면 말이다.


    아! 라훌라~~~


    나는 이번 기회에 그가 초막 앞에 오동나무 한그루를 심었으면 한다. 조석으로 쓰다듬고
    체온을 나누어 앞으로 십년쯤 흐른 후 제12차 두레문학 신년회에 그가 기른 오동나무를
    곱게 켜 만든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脫魂音鳴曲(탈혼음명곡)"을 듣고 싶다.
    나는 그가 우리 모두의 로망인 '자유로운 삶'을 영원히 유지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화투점을 칠때 2월 상징인 "매조"가 나오면 님을 만나는 징조로 친다. 그러므로 '매조'는
    사랑의 상징이요 그리운 것에 대한 기대외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다.


    유현서 낭송가는 2월의 상징 '매조'가 딱 맞는 이미지다. 매조에 그려진 새는 꾀꼬리다.
    같이 그려진 나무는 매화이다. 매화는 지난한 고난을 이겨낸 지조높은 선비의 표상이다.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노항장곡)이요,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이라.는 시가
    있는데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으며 항상 곡조를 품고, 매화는 일생을 추위에 떨면서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그녀와는 이번이 세번째 만남이다. 재작년 서울에서의
    망년회, 두레문학 6집 출간기념회, 그리고 이번 모임이 그것이다. 이 세번의 만남에서
    그녀에 대한 느낌은 여일如一한 목소리다. 변하지 않음은 마치 매화의 성정을 닮았다.


    게다가 이번 모임에서 2차로 간 까페에서 그의 낭송을 들은 문우들은 느끼는 바이겠지만
    한마리의 꾀꼬리가 지지배~ 지지배~ 지저귀는 것 같지 않은가 말이다.


    서울여자들은 경상도 남자를 좋아하고 경상도 남자들은 반대로 서울여자를 좋아 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서울여자들은 투박하지만 남자다운 경상도 사투리에, 경상도 남자는
    서울여자들의 그 간드러지는 꾀꼬리같은 목소리라고 한다. (리서치 기관에서 조사한 적이
    없으니 당연히 소문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어느날 이 환상의 커플이 만났다. 경상도 남자 무뚝뚝함은 정평이 났으니 서울여자가 먼저
    대시를 했다.
    "저기... 우리 다시 만날까요?"
    "어데예" (부정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인데 잘못 들으면 '어디서?'로 들릴 수 있다.)
    "녜.. 저기 OO극장에서~ "
    "언지예" (강한 부정이다. 그래도 듣기에 따라 '언제요?'로 들리지 않겠는가.)
    "어머...호호~~ 모래요...1시쯤~"


    그래서 경상도 남자인 나도 서울여자들의 그 귀를 간지럽히는 목소리에 뻑~~ 간다.

     

     


    같은 초가라도 마당을 보면 선비가 사는지 상놈이 사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선비가
    사는 초가는 항상 깨끗하다. 삶 자체가 공부이기 때문에 마당 하나라도 깨끗이 쓴다.
    절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적이 있었는데 밥값도 할 겸 일일부작一日不作이면 不食이라는
    수행처의 묵계도 지킬겸 대 빗자루를 잡은 적이 있는데 그것도 다 법칙이 있었다.
    마음 心자를 땅에다 쓴다. 마당에 하는 빗질 하나에도 마음 공부가 되는 것이다.


    李銀河水라는 필명의 이양섭 작가는 '칠열'의 이미지다. 7월의 상징은 홍싸리를 말하는데
    그 중에서 열끗짜리는 싸리나무 사이에 멧돼지가 아주 활기찬 모습으로 금방이라도 달릴
    기세다. 싸리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빗자루를 만들거나 소쿠리를 만들기도 하고, 대충
    엮어 냇물의 물고기를 잡는 통발을 만드는 등 소요가 참 많은 수종이다. 북한의 공작원들이
    산에서 밥을 지을때 이 싸리나무를 이용한다는데 그 이유는 태워도 연기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도 싸리나무는 '가을7초'로 꼽을 만큼 귀하게 친다.


    이양섭 작가는 아주 조용한 성품이었다. 말도 자근자근해서 잔가지가 많이 없었다.
    외모도 또한 깔끔해서 조석으로 비질을 한 선비댁 마당을 넘겨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가 두레문학에 올린 일단의 글들을 보면 문학에 대한 열정이 누구 못지않게 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년 7월쯤에 올린 '다시 생각하는 소설 책임론'을 읽어 보면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튀지 않으면서 주변을 깔끔하게 만드는데 소용되는 싸리나무, 그리고
    그 속에서 역동적 모습으로 자신을 감추고 있는 '칠열'은 그와 참 잘맞는 이미지다.

     

     


    어릴적이다. 엄마는 매달 조금씩 아껴모은 돈으로 다라모시 (계를 뜻하는 일본말인데
    어릴적에 이말이 워낙 인이 박혔다.)를 들었다. 그 계는 벚꽃놀이 가는 목적이었는데
    몇년을 별렀던 그 여행을 결국 가지 못했다. 젖먹이 막내가 도저히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엄마는 두고 두고 그 일을 아쉬워 했다. 지금이야 마음막 먹으면 언제던지
    갈 수 있지만 그때는 관광차를 빌려가는 여행이 쉽지 않았다.


    아직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 맡기고 기꺼히 참석해준 김삼주 시인을 생각하며
    3월의 상징인 '벚꽃'이 떠 올랐다. 아마 그 옛날 막내 때문에 벚꽃 놀이를 놓친 엄마의
    아쉬움이 중첩되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부군이 잘 이해를 해주어
    모임장소까지 에스코트를 제공했으니 바야흐로 그녀의 인생은 그 자체가 벚꽃비를
    맞는 중일 것이다. 그녀의 플레닛 '힘든세상 사랑하며 살아요^^'를 보면 참 열심히
    사는 모습을 발견 할 수 있다.


    한 때 벚꽃이 일본의 국화라는 이유로 천대를 받기도 했으나 제주의 왕벚이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 밝혀져 억울한 누명을 벗기도 했다. 요즈음은 각 지방자치 단체마다
    벚꽃나무 심기에 열중하고 있다. 그녀의 차분한 미소속에서 수많은 꽃잎들이 피는 걸
    나는 보았다. 그녀의 삶에 화사한 꽃이 피기를 기원한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이제부터 여름도 더위를 재촉받아 바빠지는 때이기도 하다.
    화투에서도 5월의 상징은 '난초'인데 사실은 붓꽃이다. 잎 생긴것이 난초와 비슷해
    생긴 오해이겠지만 자세히 보면 난초보다 잎이 굵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붓꽃은 5월 들꽃의 여왕이다. 진화도 다른 꽃 보다 앞서 있다. 다른 꽃들은 단순히
    냄새로 꿀벌을 모으는데 반해 붓꽃은 자신의 꽃잎에 꿀점이라는 패턴이 있는데
    마치 공항의 활주로에 비행기가 착륙할때의 유도등과 같은 역활을 하는 것이다.


    경인지회의 총무를 맡고 있는 김금희 수필가의 한 마디는 아직도 생생하다.
    "저는 비행기만 타고 다녀요"


    그래서 그녀의 이미지는 식물중 유일하게 활주로 유도등을 가지고 있는 노란 붓꽃이
    생각났다. 게다가 예전부터 붓을 닮은 문필봉(文筆峰)이 있는 동네에서는 많은 문사가
    나왔는데 그 중에서 대사헌이 많았다. 그녀는 평론회장에 새로 선임이 되었다. 아마도
    그녀가 휘두르는 붓에 따라 시인들은 일희일비一喜一悲 하리라. 그녀가 필검筆劍을
    제대로 휘둘러 주어야 두레문학의 발전이 있을것이니 그녀의 어깨에 얹친 짐이 제법
    무거워 보인다.


    그녀의 이미지에 붓꽃이 적당한 또 하나의 이유는 난초는 온실에서 곱게 자라 고아함이
    있지만 붓꽃은 난초에게 없는 야성野性을 가지고 있다. 그녀에게도 숨겨진 야성이 언뜻
    언뜻 보인다. 영어명은 '아이리스(Iris)'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무지개의 여신이다.
    꽃말은 기쁜소식인데 그녀가 수많은 기쁜 소식을 우리에게 전해주기를 바란다.


    ~~~~ 略 ~~~~
    지난 봄 한철 햇살 아래 기다림에 몸부림치는
    네 모습이 진정 내 모습임을
    노랑붓꽃 피어 있는 물가에 서서
    내 몸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나는 사랑했으므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음을
    나는 상처를 사랑하면서 알았네
                       노랑붓꽃/ 나종영

     

     


    지난밤은 마산지역에서 제법 이름있는 마금산온천에서 보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짜투리 시간을 쪼개 밀양 무안면에 들렀다. 25년전에 무안면 소재지에 있는 사명대사비가
    있는 홍제사라는 절에서 어린이 법회 지도교사를 2년간 했었다. 5년전에 한번, 그리고
    5년만에 다시 들렀다. 오늘은 사명대사 생가가 있는 사가정까지 다녀왔다. 산이 참 푸근히
    둘러 싸고 있는 동네가 무안이다. 그 아래 사는 사람들의 품도 넉넉할 것이라 짐작된다.


    두레문학 발행인인 이상태 시인의 안태고향이 바로 이 동네다. 우리들은 산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다고 믿고 있다. 그의 넉넉한 그릇은 아마도 이 동네를 에워싼 넉넉한 산에서
    유래했으리라.


    무안면 소재지의 번잡한 동네에 있는 홍제사에는 사명대사공덕비가 있는데 표충사에 있는
    비석과는 달리 이곳의 비석은 우리나라에 큰 일이 있을때 마다 땀을 흘린다고 한다.
    경술국치, 해방, 한국전쟁, 419 등등 큰 사건이 있을때 마다 며칠전에 땀을 흘린다고 한다.
    나도 한 번 본적이 있는데 중국의 이웅평이라는 병사가 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사건이 있기
    전에 주지스님의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가서 정말 사람이 땀을 흘리듯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았다. 이웅평의 귀순 사건을 해결하면서 단절되어 있던 중국과의 연락체계를 구축하게
    되었고 나중에 국교정상화에 이르게 되었다.


    무안면 소재지는 산을 등에 업고 있는데 새벽에 보름달이 뒷산에 걸린 모습은 마치 '팔광'의
    풍경을 빼다 박았다. 편안하고 넉넉해서 마음의 욕심을 깨끗히 지워 놓는다.


    그는 항상 넉넉하다. 자애로운 편은 아니다. 오히려 명확한 기준에서 벗어나면 과감하게
    질타를 할 만큼 엄격하다. 그러나 그의 넉넉한 그림자에 엄격함은 늘 숨어 지내는 듯 하다.
    앞으로도 그의 음덕이 우리 두레마을을 넉넉하게 비춰주기를 빈다.

     

     

     


    만남은 원초적으로 헤어짐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헤어짐은 또 다시 만날 기약을 바탕에
    깔고 있기에 아쉬움은 남길 지언정 애통하지는 않다. 무자년 정초에 서울 모임은 그 뜻이
    깊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모임을 계기로 경인지방의 모임이 더욱 활성화 되기를 기대한다.
    이에 자극받아 충청도 모임도, 전라도 모임도, 제주도 모임도, 재외동포 모임도... 이렇게
    일파만파 뻗어 나기를 빌어본다.


    두레문학을 생각하면서 화투점을 쳐 보았다. 나온 패는 '고' 패다.
    고(GO)는 일이 크게 형통하는 패이다. 큰 내를 건너면 이롭다.고(蠱)란 기물을 벌레들이
    파먹거나 접시에 가득 담은 음식에 벌레들이 우글거린다는 뜻인데 태평함이 계속되면
    내부에 부패와 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으므로 경계하라는 뜻이다. 패의 형상도 산기슭에
    바람이 불어닥쳐 재해를 일으키는 열풍현상이다. 그러나 궁하면 통하고 모순이 깊으면
    깊을수록 반대로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이것을 기회로 삼아 내부를 파먹는 병균 (즉
    나태, 안일)을 철저하게 헤쳐내야 할 일이다. 스스로의 만족은 시인에게는 독이든 성배다.
    늘 반성과 채찍으로 혹독하게 스스로를 단련해야 할 것이다.


    종합적으로 2008년 무자년은 두레문학에 혁신, 신생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화투점 패가
    앞길을 예지해 주었다.
                                                                       < 김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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