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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퀼트의 원조, 우리 엄마
    이런저런 이야기 2009. 11. 5. 14:36

     

     

    달포전인가 보다. 

    서울 홍대앞에 갔다가 가방점을 잠깐 구경삼아 들렀다. 내가 질겁을 했더니 와이프는 사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쳇말로 '눈구경(아이쇼핑)'을 하겠다는 것이라해서 주뼛거리며 들어갔다.

    이것저것 보다가 여러가지 쪼가리 천으로 만든 가방이 논에 들어 왔다.

    가격이 붙은 TAG을 슬며시 보니 물경 2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오히려 멀쩡하게 전체가 단일한 원단의 가방보다 2배는 비싸다. "퀼트"라서 비싸다고 한다.

     

    유년기의 시절에 동네에 XX물산이라고 남자양복을 만들어 수출하는 공장이 생겼다. 산업부산물 처리를 마구잡이로 해도 죄가 되지 않던 시절인지라 물길을 따라 기지(양복천) 쪼가리들이 떠내려 왔다. 모았다가 큰 물이 날때 개울에 버리는 것이다. 물이 다시 줄면 개울가에는 온통 천 조각들이 잡초보다 더 흔했다.

     

    엄마는(물론 우리 엄마뿐 아니고 온 동네 아줌마들은 모두…) 개울로 나가 천 조각을 주워 왔다. 그 짜투리들을 가위로 오리고 재봉틀로 서로 잇대어 벼게도, 이불도, 밥상보도 만들었고 농사일때 쓰던 토시도 만들었다.

     

    밤이면 손 재봉틀이 내는 다르락 다르락 거리는 소리가 절간의 풍경소리 처럼 20%쯤 각성상태에 빠지게 만들었다. 아무리 깊이 잠이 들었더라도 재봉틀 소리가 멈추면 나도 모르게 "아! 이제 엄마의 하루가 끝났군."하며 제대로 편한 잠이 들곤 했다.

     

    아버지가 중풍으로 자리 보전하고 누우셨다. 엄마는 아버지의 뒤치닥거리에 지칠때마다 시집살이의 설움을 풀어내신다. 이번 추석때도 할머니와 있었던 이야기 하나를 새로 해주셨다. 속에만 넣고 있었던 이야기를 처음으로 하신 것이다.

     

    엄마는 여전이 쪼가리 천들을 찾아서 다듬고 깁고 계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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