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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좋은글,영화,책 2009. 3. 9. 14:08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


    감독- 데이비드 핀처
    출연-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태라지 P. 헨슨, 줄리아 오몬드

     

     

     

     

    시간時間이란 무었일까? 물리학에서는 과거로부터 현재를 통해 미래로 움직이는 비(非)공간적인 연속체(連續體)라고 정의한다. 시간의 개념은 흐르는 것이지만 그 진행과정은 수수께끼와 같다. 아직 아무도 시간의 실체와 원리를 규명한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종종 시간을 변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하지만 사실은 시간은 불변이고 우리들 스스로가 변해간다. 시간이 흘렀다는 개념도 결국은 우리들 주변의 변화를 통해 인식한다.


    사실 현재라는 개념은 시간에서 존재할 수 없다. 현재라고 인식하는 그 시점은 이미 과거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과거라고 하는 것도 실상은 우리들의 기억세포에 저장된 인식정보의 하나일 뿐이다. 미래는 어떻게 다가올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짐작할 뿐이다. 우리가 시간이라는 단위를 만들어 놓은 것은 인간끼리의 상호작용을 편하게 하려는 도구로서의 필요성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를 사는 우리들은 시간의 노예가 되어 살고 있다.


    가장 우리들의 피부에 닿아있는 시간의 관념은 죽음이다. 모든 생명있는 것들은 죽는다. 물리적 길이, 즉 우리가 만들어 놓은 시간의 단위로 보았을때 길거나 짧거나 할 뿐 "죽는다"라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태어난다는 것은 곧 죽음으로 향한 출발이다. 누구나 똑 같은 나이에 죽는다는 정률성이 없기 때문에 우리들은 죽음을 외면하거나 둔감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이의 죽음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시간에 대한 재미있는 발상의 영화다. 우리들이 걷고 있는 죽음을 향한 길의 저쪽에서 누군가가 시간을 거슬러 온다면? 그래서 그 중간점에서 만나 다시 갈길을 간다면……


    영화는 뉴올리온즈 역사에 유명한 장님 시계공이 거꾸로 가는 시계를 매달면서 시작된다. 1차 대전으로 전쟁터에서 죽은 자신의 아들이 시간을 거슬러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시다. 사람들은 기거운 마음으로 거꾸로 가는 시계를 용인한다.


    1918년 제 1차 세계 대전 말 뉴올리언즈. 그 해 여름, 80세의 늙은 육신을 가진 아기가 태어난다. 아이의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내가 아이를 낳다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한 분노와 아이의 너무나 평범하지 않은 외모에 경악한 나머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를 ‘놀란 하우스’ 양로원 현관 앞에 버린다.


    '놀란 하우스'에서 일하는 퀴니에게 발견된 아이는 마침 들려온 괘종소리에 시계공 벤자민과 같은 이름을 지어준다. 퀴니를 엄마로, 그곳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친구로 살아가는 벤자민은 해가 갈수록 젊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퀴니는 벤자민에게 “넌 다른 게 아냐, 특별할 뿐이야”라며 사랑으로 보살핀다. 이제 12살이 되어 60대 외형을 가지게 된 벤자민은 어느 날, 할머니를 찾아온 6살 나이 그대로의 어린 데이지를 만난다. 그리고 데이지의 푸른 눈동자를 영원히 잊을 수 없게 된다.


    세상을 알고싶은 벤자민은 마침내 집을 떠나고 예인선의 선원으로 고용되어 하나둘 세상을 알아간다. 소련에서 그는 유부녀와 짧은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데이지를 향한 마음만은 변함없이 지켜온다. 어느듯 중년의 모습이 된 벤자민은 바다를 항해 하며 세상을 알아가고 데이지는 뉴욕 무용단에 합류해 인생의 절정을 보내며 열정을 폭발시킨다. 그리고 끝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 끝에 벤자민과 데이지는 마침내 서로 함께하는 ‘스윗 스팟(Sweet Spot)’의 시기를 맞는다. 서로의 나이가 엇비슷해진 짧은 그 순간을 놓칠 수 없었던 벤자민과 데이지는 불 같은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마침내 벤자민과 데이지 사이에 딸이 생기자 날마다 젊어지는 벤자민은 점점 늙어가는 데이지를 위해 같이 늙어가며 딸에게 아버지 역활을 해줄 새로운 사람을 만나라고 하며 떠난다.


    세계를 여행하며 인생의 의미를 알아가는 벤자민,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무용교습소를 운영하며 딸을 키우며 늙어가는 데이지, 이렇게 그들은 그들의 시간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어느날 이제 이십대 초반으로 변한 벤자민이 다시 나타나고 둘은 다시 잠자리를 같이 하지만 육체의 부조화만 절감한채 쓸쓸히 자신들의 생활로 돌아간다. 세월이 좀 더 흘러 남편과 사별하고 딸도 독립한 후 할머니가 된 데이지는 한통의 전화를 받고 아동보호소를 찾게 된다. 그곳에는 6살 나이로 변한채 치매에 시달리는 벤자민을 만난다. 점점 어려지던 벤자민은 데이지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많은 사람들이 젊어 지기를 열망한다. 말이라도 젊어보인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뻐한다. 이 영화를 보다가 스무살이나 젊은 베트남 여자와 결혼했다가 결국 파탄을 맞은 사람이 생각났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같이 늙어 간다는 것만한 행복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다.


    2시간 40분의 긴 런닝타임의 이 영화는 시간이라는 정의하기 힘든 소재였던 만큼 철학적인 대사도 많았다. 생각나는 대사들……


    "인생은 끊임없이 서로 상호작용에 의해 흘러간다"


    "인생에는 너무 이른 때도 없고 너무 늦은 때도 없다."


    “너와 내가 각자 다른 길을 걷고 있을 뿐... 결국은 끝은 같단다... 내가 비밀 하나 알려 줄까 뚱뚱하던... 깡마르던... 키가 크던... 백인이던... 각자 자기의 길을 가는 거란다. 그런데 그 길은 말도 못하게 무섭지“ <일곱살의 벤자민 버튼이 세상을 궁금해 하자>


    “가치있는 것을 하는데 있어서... 늦었다는 건 없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 시간의 제약은 없단다. 넌 변할 수 있고 같은 곳에 머물 수도 있지... 규칙은 없는거니까 최고로 잘 할 수도 있고 최고로 못 할 수도 있지 난 네가 최고로 잘 하기를 바란단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강인함을 갖기를 바란단다“ <벤자민이 딸에게 남긴 편지중>


    “결국 죽는 건 똑같지... 죽음에 이르는 길이 다를 뿐이지..." <데이지의 독백>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발레 교습소에서 스윗 스팟(Sweet Spot)의 시점을 기억하고 싶다며 벤자민이 데이지에게>

       
    “누군가는 강가에 앉는 것을 위해 태어난다. 누군가는 예술가이고... 누군가는 수영을 하고... 누군가는 단추를 잘 알고... 누군가는 셰익스피어를 잘 알고... 누군가는 어머니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춤을 잘 춘다“ <벤자민의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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