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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낭소리 (Old Partner, 2008)
    좋은글,영화,책 2009. 2. 24. 23:24

    사람과 소의 소통, 워낭소리

     

     

     

     

    워낭소리 (Old Partner, 2008)
    감독- 이충렬
    출연- 최원균, 이삼순


    한국 | 다큐멘터리 | 2009.01.15 | 전체관람가 | 78분


    줄거리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 최노인에겐 30년을 부려온 소 한 마리가 있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 그런데 이 소의 나이는 무려 마흔 살.
    살아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이 소는 최노인의 베스트 프렌드이며, 최고의 농기구이고, 유일한 자가용이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최노인이지만 희미한 소의 워낭 소리도 귀신같이 듣고 한 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소 먹일 풀을 베기 위해 매일 산을 오른다. 심지어 소에게 해가 갈까 논에 농약을 치지 않는 고집쟁이다. 소 역시 제대로 서지도 못 하면서 최노인이 고삐를 잡으면 산 같은 나뭇짐도 마다 않고 나른다.
    무뚝뚝한 노인과 무덤덤한 소. 둘은 모두가 인정하는 환상의 친구다.
    그러던 어느 봄, 최노인은 수의사에게 소가 올 해를 넘길 수 없을 거라는 선고를 듣는다.

     

     

     


    [영화를 보고~]
    그동안 독립영화의 최고 관객 동원 기록이 5만이라고 하는데 100만을 동원하며 대박을 터트린 독립영화가 "워낭소리" 이다. 금요일 저녁 무료하게 누웠다가 불현듯 일어나 가족을 재촉해 보러갔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뽁아 먹기~~


    영화는 다큐멘타리 답게 직업연기자와는 전혀 다른 담백한 삶이 잘 투영된다. 지금은 옛 이야기가 되어버린 일소와 그 소에 의지해 살아가는 농부의 이야기는 불과 20~30년 전 우리들의 아버지 이야기다. 지금도 시골에서 열리는 소시장(우시장)에서 더 이상 일소를 만날 수 없다. 한우라고 하여 아무 소나 써래질을 하거나 쟁기질을 할 수는 없다. 일소는 훈련을 받아야 하기 때문인데 경운기나 트렉터 같은 기계덕에 더 이상 소를 훈련시킬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외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어릴적 방학이면 한달씩 살던 외가의 추억이 고스란히 스크린을 통해 재현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모든 농삿일은 소가 맡았다. 소 값도 비싸서 그야말로 가장 가치있는 동산(動産)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소죽을 끓여 먹이는 일이었고 낮 시간 아이들에게 내려진 가장 큰 과제는 소꼴을 베거나 둑으로 소를 끌고나가 풀을 뜯기는 것이다.


    "딸랑~ 딸랑~"
    세상의 모든 소리들이 잠들어 고요에 빠진 밤이면 큰 방에서나 사랑방에서나 소 목에 매달린 방울 소리만  깨어서 날아 다니는 것이었다. 모두들 그 소리에 편안함을 느꼈다. '워낭'이라고도 불리는 이 소방울 소리야말로 평안한 밤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한번은 외할아버지와 사랑방에서 곤히 자고 있는데 갑자기 외할아버지가 일어나셔서 곰방대를 화로에 마구 두들겨 대는 것이었다. "깡깡깡~"하고 온 집안을 울리는 그 소리에 외숙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아버지! 와요? 무신 일입니꺼?", "소한테 무신 일이 생깄는갑다. 요령(방울)소리가 안들린다. 빨리 소 한테 가바라"


    소는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인데 낮에 먹었던 여물들을 밤새 되새김을 하느라 쉬지않고 머리를 움직이고 그렇게 밤새도록 "딸랑~ 딸랑~" 소리를 온 집안에 흩뿌려 놓아 마치 수면제처럼 사람들을 편안함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다. 워낭 소리는 그런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사람과 동물의 교감통로, 그것이 바로 워낭소리였다.


     영화 ‘워낭소리’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소는 39년을 살았다. 보통의 소가 20년을 사는데 39년을 살았으니 사람의 나이로 따지면 120살을 산 셈이다. 대개의 일소들이 고깃감으로 사육되는 소에 비해 오래 산다고 하니 사람이나 소아 적당한 노동은 몸에 약이 되는 셈이다.  영화에 수의사나 소시장의 거간꾼들이 소의 입을 벌리고 이빨의 모양으로 나이를 가늠하는데 이렇게 이빨에 의한 나이의 짐작은 문치(맨앞쪽 아래턱에만 나는 이)의 모양으로 추정하는데, 생후 2주에는 젖니가 나고, 젖니가 영구치로 가는 것은 생후 24개월부터 시작하여 60개월 이내이다. 보통 아래턱 앞니 1개가 영구치이면 24~32개월, 2개가 영구치이면 29~37개월, 3개가 영구치이면 37~47개월, 4개가 영구치이면 43~52개월로 추정한다. 그 이후의 나이는 문치가 닳은 모양을 보고 판단하는데, 횡타원형인 때는 약 6살, 부정형인 때는 약 8살, 둥근모양인 때는 약 9∼11살, 종타원형인 때는 약 13살로 친다. 그 이후의 나이는 이빨이 빠지는 경우가 있어 정확한 나이를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와 중학생인 아이와 같이 보았지만 그 아이들이 얼마나 소와 인간의 끈끈함, 소의 재산 값어치, 일소와 육우에 대해 얼마나 공감했을까 싶다. 그래도 아이들이 감명 깊었다고 하니 큰 다행이다. 내가 가르쳐 줄 수 없었던 것들을 가르쳐준 "워낭소리"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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