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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쌍화점雙花店과 엉덩이
    좋은글,영화,책 2009. 1. 13. 13:29

    쌍화점雙花店과 엉덩이

     

     

     


    '여성의 몸은 아름답다'는 영화에서 통상적으로 표현되는 가치였다. 영화 "쌍화점"의 감독 '유하'는 오히려 관객의 뇌리에 남성의 몸, 그것도 엉덩이를 각인시켜 아름다운 여성의 몸을 배제하고 있다. 감독은 고려사에 잠깐 나오는 '자제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다른 면에서 보면 '공민왕'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는 고려사는 조선시대에 편찬되어 구정권에 대한 신정권의 폄하차원에서 동성애를 즐긴 왕을 암시하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실상 공민왕은 부부애가 극진했다. 원나라의 공주였던 노국공주를 무척 사랑했던 그는 노국공주가 출산중 아이와 함께 사망하자 다른 여인들을 거의 가까히 하지 않았다. 기록에 의하면 공민왕의 성격이 좀 이상하긴 했다. 가령 자제위들의 동성애를 훔쳐보거나, 자제위와 후궁들의 합궁장면을 훔쳐 보았다는 것이다. 궁중에서는 왕 이외의 멀쩡한 남자는 없어야 하는 게 불문율이다. 그러나 공민왕은 자제위라는 젊고 잘생기고 집안까지 좋은 남자들을 풀어 놓았으니 탈이 없었을리 없다. 실제로 자제위중 하나인 홍륜이 노국공주 사후 새로 들인 공민왕의 후궁인 익비을 임신시키는 사건이 발생한다. 죽음의 위기에 빠진 홍륜은 내관 최만생과 결탁하여 마침내 공민왕을 암살한다. 그러나 그들 역시 군사들에게 목숨을 잃게 된다. 공민왕이 죽었을 당시 궁인 한씨의 소생인 우왕은 이미 열 살이었다. 우왕은 신돈의 자식이라는 설이 있기도 했다.


    영화에서는 왕을 직업 공민왕이라고 부르는 장면이 없다. 그러나 극중에서 보이는 천산대렵도는 공민왕의 유작이다. 논란은 피하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그가 공민왕이 틀림없다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따라서 실제로는 반원자주적인 공민왕을 그저 원에 복속하여 궁내에서 동성애나 즐기는 성불구자로 회화화하고 있다. 어찌보면 쌍화점이라는 고려 가요는 일제시대처럼 원에 완전복속되었던 아픈 역사의 한 자락이다. 꼭 쌍화점이라는 제목을 차용하였을까 생각해 볼 문제이다.


    고려가요 쌍화점 雙花店은 고려 충렬왕때 만들어진 노래로 당시의 퇴폐적이고 문란한 성윤리를 노골적으로 그리고 있다. 중국을 정복한 원나라의 통치 방침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중용하는 것이었고 정복당한 나라의 군사들은 모두 원나라 군대에 편입되어 전쟁에서 선봉에 세워졌다. 고려에도 많은 이국의 군대가 있었고 그들을 따라온 다양한 국적의 이국인들이 있었다.


    이 노래는 모두 4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노래 대상에 따라 장이 바뀐다. 회회(回回)아비, 삼장사(三藏寺)의 사주(社主), 우물의 용, 술집아비 등이 화자인 여자를 유혹하여 불륜의 관계를 갖고 그 소문을 들은 다른 사람들이 '나도 그곳에 자러 가겠다'고 한다는 내용이다. 쌍화는 만두와 같은 것인데 회회아비, 즉 서역 쪽에서 온 이슬람교도가 쌍화점이라는 만두가게를 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당시 유행하던 속요로 보는 견해와 〈고려사〉에 기록된 승지 오잠(吳潛) 또는 궁중의 여러 사람에 의한 창작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충렬왕은 연락(宴樂)을 즐기는 방탕한 임금이었는데 석천보·석천경·오잠 등에게 자주 노래를 짓도록 했다고 한다. 당시 사회의 혼란 속에서 퇴폐적인 성윤리를 풍자한 속요가 있었는데 그들이 왕의 취향에 맞추어 개작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작품은 여러 등장인물이 있고, 주고받는 식의 본사설과 후렴구의 배치로 보아 연극적인 성격이 강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기록에 따르면 전국에서 뽑힌 기생들이 남장을 하여 남장별대(男裝別隊)를 이루고 오잠의 지휘로 충렬왕 앞에서 이 노래를 대본으로 연희했다고 한다. 〈악장가사〉에 전문이 전하며 〈대악후보 大樂後譜〉에는 사설이 약간 달라지고 여음이 간단하게 되어 3절까지 실려 있다. 〈시용향악보〉에 〈쌍화곡〉이라는 이름의 한역시가 악보와 함께 전하는데 〈대악후보〉의 것과는 악보와 내용이 전혀 다르다. 이 노래는 조선 성종 때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 또는 음사(淫辭)라고 하여 배척받기도 했다. <백과사전 쌍화점 인용>


    역사적 사실과 포장되어 남은 기록, 영화의 전개되는 장면과 인물들이 뒤죽박죽되어 머리를 어지럽히는 영화…. 남자배우의 허여멀건한 엉덩이만 뇌리에 기억된 영화. 그러나 성인영화로써의 줄거리와 볼거리를 갖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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