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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감은사지에서...작은詩集 2006. 2. 24. 23:40
감은사지에서..
김대근발가벗고 세상 돌아다니던
소리 두개가 서로 만났다.
아침마다 붉디 붉은 심장을
송두리채 각혈처럼 토해내는
푸른 동해 감포앞바다에서
서럽고 배고픈
소리 두개가 서로 만나서
우~우~우~ 共鳴하던
그런 때가
예전에, 아주 오랜 예전에 있었다.
나라 작아 서러운 소리는
파도의 매질로 멍이 들었고
흉년이 잦아서 배고픈 소리는
기림사 댓닢 바람에 속이 쓰리다.
사랑도 너무 깊으면 병이 되고
행복도 넘쳐나면 타락하는 법,
서러움이 깊어서 멍이 들면
진실한 소망이 되는 것이고
수많은 배고픔의 끝에는
풍류가득한 幻影이 노닌다.
옛날 옛적에
신라땅 서라벌에는
용 한마리가 서럽게 울다가
풍덩~ 바다에 빠져 죽은척 숨을 멈추고
발톱을 갈고 닦던 호랑이 한마리는
소나무가지에 목을 맸다.
옛날 옛적에
신라땅 서라벌에는
밤이면 밤마다
소리 두개가 만나서 또 소리를 냈다.
우~우~우~ 共鳴의 소리를 냈다.
밤마다 부르르~떠는 문풍지소리에도
깜짝 깜짝 놀라던 서라벌 사람들은
하얀 모시옷 차려입고
토함산을 넘어 감포앞바다
파도가 스스로의 매질로 퍼래진 바닷가
석양이 아름다운 곳에
탑 두개를 세웠다.
사람들은 신라의 하늘에 떠돌던
전설들을 하나둘 모아 담아둔
萬波息笛을 훠~이 바다에 던졌다.
다시는 용이 서러운 울음을 울면서
토함산을 넘지 못하게....
일천삼백년
그 긴 시간을 맞이 하고 보낸
감포 앞바다에는 밤마다, 밤마다
소리를 찾아 헤매는
벙어리 용이 헤엄쳐 다닌다.
바람의 매질을 견디며
萬波息笛을 찾아서 아직도 헤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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