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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탱자가시에 걸린달작은詩集 2006. 3. 3. 01:40
탱자가시에 걸린달
길을 걷다가
문득 가슴한쪽을 아리는
나무를 만날때가 있다.
상이군인 아저씨가 갈고리 팔로
사분을 팔던 그 옆에서
고둥을 삶아서 팔던 친구의 누이
매일 아침에 우리집 탱자나무에서
가시를 뜯어가던
흑인혼열이였던 친구의 누이는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
단 한번도
그 친구의 편에 설수 없었던 비겁함을
돌가리포대로 만든 종이 꼬푸에
고둥을 가득 담아주던 그 애절한 눈빛이
아직도 가슴의 한곁을 아린다.
커서 미국으로 가리라던
그 친구는 이번에 부시를 찍기나 했는지
아니면 이땅의 어디쯤에서 유화물감를 캔바스에
찍어바르고 있는지...
학교에서 돌아와
변소앞에 따로 놓은 오줌단지에
거름을 쏟으면서 하늘을 보면
탱자가시마다 보름달들이 걸려있다.
파란 가을하늘은
소박맞고 돌아와 고둥을 팔고 살던
혼열아친구의 누이의 방석색깔이다.
탱자나무 가시는
오늘도 내마음의 한쪽 구석을 마구 찌른다.(2004.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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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탱자나무에 열린 노오란 탱자를 보았다. 가을이 깊어지기는 했는가 보다.
어릴때 아침이면 우리집 탱자울에는 시장에서 장사하는 몇사람의 아줌마와 친구누이가
가시를 뜯어러 온다.
번데기 장사도 고둥장사도 모두들 탱자나무 가시를 같이 준다. 지금은 그 자리를 중국산
이쑤시게가 대신하고 있다.
그중에서 제일 아린기억으로 남아있는 사람은 단연 친구의 누이였다.
누이는 우리가 국민학교 5~6학년때 이미 시집을 갔다가 소박을 맞고 돌아와 장사를 했다.
친구의 모친은 채소장사를 했는데 그 자리의 한부분을 정리해서 고둥장사를 했다.
누런 시멘트가루를 우리는 돌가리포대라고 했는데 그 종이로 만든 종이컵에 소줏잔으로
퍼주면서 탱자나무 가시 하나를 같이 준다.
누이는 항상 파란 하늘색..깊은 가을 하늘빛 방석을 깔고 있었다.
천막도 파란색이고 방석도 파란색으로 통일이 되었다.
친구는 참으로 힘든 학교생활을 했다. 어쩌다 미국군인들을 만나기라도 하면 졸졸거리며
"헤~~이! 기브미 츄잉껌...기브미 쵸콜렛..."하던때이니 흑인의 혼열아였던 그 친구의
학교생활은 참으로 험난하기만 했다.
친구라고는 내가 거의 유일한 지경이였는데도 아이들이 놀릴때 단 한번도 친구의 편에
서본적이 없었다. 지금도 그 부분이 참으로 미안함으로 마음이 쓰리다.
그 친구는 그림을 참 잘그렸다. 특히 유화를 잘 그렸는데 데셍을 해선지 만화도 잘그렸다.
그 당시에 구포를 통털어도 미술학원도 없었는데 어떻게 그림을 배웠는지 모르겠다.
가끔씩 그 친구와 낙동강으로 물구경을 하러 가기도 했는데 친구는 넓은 낙동강의 하구를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우리 아버지..아직 미국에 살아있다 카더라..나는 크면 아버지 찾아서 갈끼다 아이가"
드르륵~~
"김대근...6번...중앙중학교"
복권의 추첨처럼 번호가 쓰여진 구슬을 땡겨서 내가 가야할 학교를 결정하는 일...
학교에서는 추첨이라는 말을 했고 어른들은 "구지뽑기~"라고 하는 그 행위를 통해서
그 친구와 헤어진 이후로 두어번을 빼고 만나지 못하다가 이제는 소식도 모른다.
이제는 이름도 아마 본가에 있는 앨범을보고 기억을 더듬어야 할판이다.
그 친구의 누이도 참으로 박복한 사람이였다.
시집을 갔다가 사흘도 못되어 소박을 맞고 돌아왔다고 했는데 동네사람들은
"털이 있어야할데에 없어가지고 소박맞았다 안카나..쯧쯧..."하고 수근거렸다.
철이 들어서야 무모증이라는게 있다는 것을 알기는 했지만 아뭏던 돌아온 누이는
그렇게 혼자사는 연습을 했었다.
그 누이도 늘 아침이면 우리집 담에 와서 탱자가시를 뜯어가고는 했었는데 눈을 마주치면
슬쩍 미소를 보내주었다.
아마도 유일한 친구였던 나에게 친구의 편에 서달라는 부탁같았다.
한번도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누이는 그래도 가끔 시장구경을 가다가 마주치면 일부러
불러서 한컵의 고둥을 주었다.
늘 같은 말을 하면서 말이다.
"같이 잘 놀아래이~~알겠제..."
내가 아는 탱자나무에는 많은 것들이 열려있다.
가난...애절함...새콤함...달달함...하늘...굴뚝새...
이런것들이 하나씩 달려서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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