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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들의 비망록 2008. 4. 17. 15:31

    행운

     

    딸 아이들의 이야기들을 모으는 '딸들의 비망록'에 참 오랫만에 포스팅을 한다.

    게을러서도 아니고 딸 아이글에게 관심이나 사랑이 식어서는 더욱 아니다.

    이제 막내도 어린이 시절을 마감하고 청소년이 되었다. 큰 아이는 이제 대학교

    3학년으로 취업을 걱정해야 할 나이가 되었다. 이제 곧 둥지를 떠날 날개짓을

    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니 자연 이야기 거리가 줄어든다. 주말 여행에도 따라 나서지 않아

    늘 아내와 둘이서 더나는 여행이 된지 오래다. 전화기 사용빈도의 대부분은 친구고

    부모보다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게 더 즐거운 나이들이다.

     

    둘째는 고3이라는 이유로, 막내는 사춘기라는 이유로 늘 아슬아슬해 보인다.

     

    퇴근길에 지방도로 옆에 하우스로 지은 화원에 들렀다. 이런 화원들은 대개가

    꽃집에 배달을 해주는 도매상이다. 꽃잔디를 바깥에 내어 놓은게 내 눈을 끈 원인이다.

    짙은 분홍에 가까운 꽃잔디의 꽃 색깔이 가장 마음에 든다.

     

     

    소담스런 철쭉 화분을 하나 샀다. 베란다에 두면 거실까지 환해 지리라.

    돈을 치루고 나오다가 하얀 사각 도자기 화분에 심겨진 행운목이 이쁘다.

     

    지지리 복도 없이 한국의 고3으로 태어나게 한 것이 늘 미안한 둘째 몫으로 이것도 샀다.

    아이는 밤 10시가 되어야 마친다. 그렇게 종일 공부를 하고도 모자라는지 새벽 1시나

    2시까지 또 책을 판다. 친구들과 재잘대고, 떨어지는 낙엽 한 잎에 눈물을 펑펑 떨구고,

    피어나는 벚꽃에 한껏 행복해야 하는 나이……

     

    그런 좋은 시절을 책만보고 살아야 하는 아이가 불쌍하다. 그런것을 알면서도 현실을

    박차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 진다.

     

     

     

    작은 메모지에 몇 글자를 적었다.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인데 마치 채근 같아서

    찜찜하지만 몇 초 동안이라도 울림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가 오기 전에 책상위에 놓아 주었다. 힘없이 축 쳐져 돌아온 아이는 무척 즐거워 한다.

    읽고 떼 버리겠거니 했는데 다행이 아이는 며칠을 소중하게 보관해 주어 기쁘다.

    이 작은 화분 하나가 아이의 마음에 푸른 싹을 티웠으면 좋겠다.

     

    PS: 화분을 들고 집에 들어설 때 무심하게 컴퓨터에 빠져 있던 막내가 쪽지 만들어 붙이고

    언니 방에 자리 잡아 주자 입술을 삐죽이며 말한다.

    "내 선물은?"

    "넌 그동안 많이 해줬잖아. 언니는 수험생이기도 하고~ "

    "그래도 그런게 아니지. 줄땐 같이 줘야지"

    출장갔다 돌아 올대는 항상 막내라고 제 녀석것만 챙겨줄때는 아무말도 않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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