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시- 할매 제삿날 /김대근
    작은詩集 2008. 3. 11. 08:32

     

     

     

    상차림     © 고은희 기자

     

     

     

    할매 제삿날

     

    장닭이 심심한 돌각담 조는 그늘 쪼아댄다
    조각난 햇살 걸릴 때마다

    쪼그라든 위장 알싸한 소식

    빈 함지를 훑다가
    어제 먹은 마지막 고구마 삐떼기*

    생각 가닿아 생쌀 한 줌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씹고는 했다

    그때마다 할매는 대청마루 송판 나이테 같은

    낡은 입술을 열고는 했다

    “생쌀 씹으면 거시* 생긴데이”


    문종이* 위에 누렇게 초혼(招魂)한 할매

    향로에 생쌀 새로 갈고 향을 피운다

    할매 세상 버릴 때

    숙자 아버지 염쟁이 아재가

    핏기 빠진 입술 사이 채워 넣던

    생쌀 한 주먹이

    할매 몸에 생긴 거시*처럼

    꾸물대며 제상에 기어올랐다

    묻어둔 말 한마디 수굿이 떠올랐다

    “할매! 생쌀 씹으면 거시* 생긴데이”



    *삐떼기: 말랭이의 경상도 사투리
    *
    거시: 회충의 경상도 사투리 

     

     


     <詩作노트>

    전날 아침에도 같이 종이컵 커피를 마주보며 마셨던 동료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상갓집에 가서 국밥을 먹는데 마침 염을 하는지 상주들의 설움이 들려왔다. 그 와중에 상주중 하나가 몸부림을 치다가 염할 때 입에 물리는 쌀바가지를 쏟았는지 좌르르~ 소리와 함께 문상객 자리까지 몇 알의 쌀이 흘러나왔다. 며칠 후에 할머니 기제사가 있었다. 몇 년을 자리보전한 향로의 묵은 쌀을 갈고 향 3개를 꼽고 피웠다. 꾸물대는 향연을 타고 햇살 좋은 어느 날 할머니와 함께 했던 대청마루의 풍경이 생각났다. 사연 많은 삶을 지탱하다 쌀 한줌 물고 떠난 우리 할머니
    ~

     

     

    <김대근 약력>

    부산 구포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문학미디어」시 신인상.「한국수필」 신인상.「두레문학」수필분과회장. 블로그 반디불의 똥꼬(www.bloginfo.net)운영.

    2008/03/05 [06:48] ⓒ 울산여성신문

    '작은詩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塔으로 들어가는 문 /김대근  (0) 2009.03.01
    시- 무량사에서 /김대근  (0) 2008.05.07
    시- 이발관에서 /김대근  (0) 2008.02.05
    시- 이불빨래를 하며/김대근  (0) 2008.01.16
    시- 수첩을 새로 산 날 /김대근  (0) 2008.01.08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