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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발관에서 /김대근작은詩集 2008. 2. 5. 09:34
이발관에서 /김대근
어제는 이발관에 들러 머리를 손질했습니다
온통 낡은 이발관입니다
작년에 쓰던 함석 연통은 군데군데 낡은 티를 내고
잠시 궁둥이 붙인 긴 의자는 귀퉁이 속을 드러내
닦아도 낡아가는 제 속살을 보입니다
이발사보다 더 늙어보이는 가위가 아날로그 음으로
좁은 이발소를 채웠다 사라지자
비아그라 알약 빛 전동 바리캉이 제법 세월을 돌려놓습니다
오른쪽 무릎 관절이 가끔 내는 비명을 이발의자에서
들으며 내 육신 모든 수분이 등짝으로 침잠합니다
얼굴에 뜨거운 수건이 모공을 마구 휘둘러 댑니다
얼금얼금 낡아 빠진 수건임을 가만히 짐작합니다
소 한 마리 살다간 흔적이 틱-틱-틱- 면도칼에 부딪히며
사라진 소리를 다시 내려다 목이 잠기고 맙니다
북적북적 비누거품 개는 소리에 설핏 잠이 듭니다
턱을 훑는 낡아가는 그의 손에서 아버지 냄새가 납니다
갈 때마다 고향은 자꾸 젊어집니다
고향집 마당 채우던 햇살은 도회의 그림자에 밀려났습니다
그림자와 그림자 사이, 한 뼘의 햇살을 따라 표백되는 아버지
이발사가 검은빛 물을 들이자 했지만
낡아가는 아버지의 위로가 될까 하여 그만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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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하고 목욕탕에 들러 때 벗기고 동네 이발관에 가서 이발도 했습니다.
고향 갈 준비를 마친 셈입니다. 고향길이 멀다보니 벌써부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 고향길은 늘 설레입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고향이지만 더러는 가지 못해 슬픈 사람들도 제법 있습니다.
못가는 이유는 여러가지이겠지만 그런 분께는 마음으로 위로를 보냅니다.
역시 명절은 우리 설과 추석이 제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무자년은 설날 아침부터 시작되는 것이지요.
새해인사 드립니다.
"무자년 한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작은詩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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