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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불빨래를 하며/김대근작은詩集 2008. 1. 16. 21:52이불빨래를 하며/김대근
좁은 욕조에 서로 몸을 줄여 누운 이불 3채
여름내 머금어 온 땀내
온종일 맹물에 녹여내고 있다
지난밤 야시시한 부끄러움 끝내 외면하고만 복수인 듯
아내가 베이지색 철문을 나서며 빨래 3채 맡기고 갔다
끓어오르는 체온을 온통 거실바닥에 말리고 있는데
딸내미가 가재미눈을 하며
제 어미 뱉어놓은 침 방울을 자꾸 상기시키는 통에
우람한 팔 자랑에 입 찢어지는 뽀빠이 라면땅 한 봉
나도 제 놈들 모이통에서 훔쳐 씹으며
땟물 절은 천장을 보고 비웃는 그놈들
허리를 자근자근 밟았다
아내가 풀어놓은 세재가루가 관능을 흘려
늙어가는 종아리에 자꾸 늘어붙는다
돌아누운 밤 만들어 놓은 욕지기를 뱉다가
내가 보아도 우스워서 피식~ 웃음을 흘리고 만다
감시조인 딸내미가 가재미눈으로 훑다가
30촉 전등 아래로 달콤 씁쓸한 별사탕 같은 말
한 묶음을 던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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