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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 고향길(그녀 생각) /김대근
    삼행詩 2008. 1. 29. 13:52

    그녀 생각


    향집 뒷울너머 주고받던 미소
    기만 남겨두고 세월에 묻혔다
    상과吉祥果
    그날처럼
    쏟아내는 속웃음

     

    *길상과吉祥果: 석류의 열매를 풍류스럽게 부르는 말


    -------------------------------------------------------------------


    그녀는 한 살 차이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나무와 대나무로 양동이, 물통들을
    만드는 목수였다. 아버지는 한사코 "통쟁이"라 불렀고 나 역시 '통쟁이 아재'로
    불렀다. 그녀는 통쟁이 아재의 고명딸이었다.


    국민(초등)학교 5학년 때 까지는 무지하게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녀와 나는
    소꿉놀이를 하면 각시와 신랑이 되었다. 내 가슴까지 오는 담 너머로 미소를
    주고 받았다.


    6학년 때 서울에서 전학 온 여자아이가 내 가슴에 허공을 만들었다. 그녀는 항상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있는데다가 얼굴도 하얘서 공주의 현신처럼 보였다.
    키가 작은 나는 맨 앞줄에 그녀는 맨 뒷줄에 앉았다. 그래도 그녀가 좋았다.


    통쟁이 아재 집의 그녀는 얼굴도 너무 검고 키도 너무 작다고 생각이 되었다.
    그녀는 자주 마당의 석류나무 아래서 뒷울을 넘겨 보았지만 나는 애써 피했다.


    그리고 이제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생각하니 그녀는 석류 같았다.
    바깥은 울퉁불퉁해도 속이 참 고운 석류......
    이제는 고향을 가도 옛집이 아니고 동네는 빌딩들이 들어섰다.
    그녀도 이제는 늙었으리라. 그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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