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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행시- 무자년(눈 오는 날) /김대근
    삼행詩 2008. 1. 4. 21:41

    눈 오는 날


    무논에 그려놓고 간 철새들 추상화
    자고새(鷓鴣-) 구경하다 뒤뚱뒤뚱 따라 본다
    연거푸 내리는 눈, 새로 깔린 백지(白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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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자고새[鷓鴣-]라는 새가 있다. 꿩과의 새라곤 하지만 오히려 메추라기와 비슷하며
    날개는 녹색이고 등, 배, 꽁무니는 갈색인 새입니다. 목에서 눈에 걸쳐 까만 고리가
    목도리처럼 둘려 있으며, 부리와 다리는 붉은 빛이다. 들판 가까이 사는 새로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텃새이다.


    부근 산에 사는 새로 자고새보다 몸집이 3배는 족히 되는 뻐꾸기라는 녀석이 있다.
    이 녀석은 외형이 제법 말쑥하니 생겼는데 암수가 같이 살지 않고 단독생활을 즐기는
    드물게 프리한 녀석이다. 프리한 삶이란 어쩌면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된 로망이
    아닐까 싶다.


    이 뻐꾸기 암놈이 수놈을 만나 교미를 하고는 슬며시 자고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두고
    프리한 생활을 즐기러 떠나버린다. 외출에서 돌아온 자고새는 자신의 알로 착각을 하고
    열심히 키운다고 한다. 알들이 부화를 하고 나면 뻐꾸기 새끼들의 왕성한 식욕을
    채워주기 위해 그야말로 꽁지에 불이 타도록 들판을 헤매는 것이다. 완전히 자란 새끼는
    제 부모가 아님을 알아보고는 휘리릭~ 떠나버리는 것이다. 뻐꾸기 새끼를 키운 자고새
    부부는 그 해 겨울을 혹시나 돌아올까 들판을 스산하게 배회하곤 한다.


    머리카락이나 피부의 일부로 DNA를 분석하여 친자관계를 확인하는 검사가 있는데 이로
    유명한 서울의 C유전자 검사기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검사한 사람 중에 대학생 커플이
    20쌍이나 있었다고 하는데 이중 10%인 2쌍의 자녀는 친자가 아님이 밝혀졌다고 한다.
    또 지난해 이곳에서 검사를 받은 30~40대 부부는 80쌍 정도였는데 친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 난 것은 약 20%에 해당하는 15건 이었다고 한다. 이는 결혼 후 외도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과 비례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대부분 이 검사기관을 찾을 정도가
    되면 이미 갈라설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양육권을 두고 다투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자고새와 달라서 자식에게서 늘 자신과 닮은 부분을 찾고 확인하는 습관이 있어
    자라면서 자신과 닮지 않은 자식의 모습에서 의심을 키워 간다고 한다. 요즈음처럼 성형이
    보편화되고 있는 사회라면 이 의심의 덩어리가 자꾸 불어나지 않을까 싶다.


    비단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성생활에 있어서 보수적이라는 뉴질랜드도 DNA 친자
    확인 검사를 부인 몰래 의뢰한 남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의뢰자의 30%가 남의 자식이라는
    보도가 있어서 뉴질랜드를 술렁이게 했고 중국에서는 2006년에 이미 친자확인 의뢰자의
    28%가 친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어 충격을 주었다. 중국과학원의 한 관계자는 농촌의
    절반은 남의 자식을 키우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한다.


    눈이 내리는 가운데 목포로 떠나는 여행길에 넓게 깔린 들판이 차창으로 지나간다. 멀리서
    날아온 겨울철새들이 부지런히 발자국으로 추상화를 그려놓고 간 자리에 다시 내려 덮히는
    눈…. 지난 여름내 뻐꾸기 새끼를 키워 보낸 자고새 한 쌍이 배회하고 있다.


    한 때 회자된 지나간 유머가 하나 생각난다. 중국 사람이 판사를 찾아와서 이혼을 하겠단다.
    “우리 살람이 벼 심어했어, 벼 나와 했어. 우리 살람이 배추심어 했어, 배추 나와 했어.
    우리 살람이 중국사람 심어 했어, 백인 나와 했어. 우리 살람 이거 이혼해야 했어“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그러니 연자(然者)여 뿌릴 때는 거둘 것을 먼저 생각하라.
                                                                                             (반디경 32절 5장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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