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나의 유년기 21 (완결편)
    유년의 기억 2006. 3. 29. 11:34

     

     

    겨울방학이 되어 외가로 가면 참으로 놀거리가 많았다.


    사랑방에는 외조부님이 계셨는데 소여물은 항상 사랑방 아궁이에서 끓여서 늘
    사랑방은 구들목이 뜨뜻하였다.


    외조부님 방에는 선비의 갓을 뒤집어놓은 것같은 무쇠로 된 화로가 있었는데 그곳에
    불씨를 넣고 늘 위를 눌러놓으면 그 불기가 하루종일을 갔다.


    외조부님은 두터운 비료포대기를 잘라서 화로에 불기를 헤집고 불위에다 놓아서 조금
    있어면 누글 누글 해지는데 이때 집어서 손에다 침을 뱉고 그 위에 놓고 경단을 빗듯
    돌리면 식으면서 구슬이 되었다.


    또 어떤때는 계란을 한쪽 끝만 터서 잘빼내어서 찜을 하고 그 껍질에다가 쌀과 물을
    넣어서 화로의 재속에 묻어두면 잘 익어서 맛있는 꼬두밥이 되었다.


    어떤 때는 밤을 껍질에 칼집을 내어 묻어두었다가 꺼내면 군밤이 되기도 하는 외조부의
    화로는 그야말로 요술상자 였다.


    외사촌 동생과 나는 비료포대기를 가지고 뒷산으로 간다.
    가서 솔방울을 줏어 담아서 오면 아주 열량이 좋은 연료가 되었다.
    가끔씩은 나무의 그루터기를 줏어 오기도 한다.


    우리집과는 달리 외가의 주요한 연료는 왕겨였다.
    왕겨를 연료로 할려면 풍로가 있어야 했는데 풍로끝을 아궁이에 묻고 나무나 짚등으로
    불을 지피고 그위에 왕겨를 넣으며 손으로 풍로를 돌려서 계속 산소를 투입하여 불을
    지폈다.


    그렇게 태우고 나면 그 재는 잿간으로 보내서 퇴비로 사용을 하는데 자연의 순환을
    시키는게 지금보다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외가의 겨울은 가마니짜는 기계소리로 아침을 맞이하고 그 소리로 잠자리시각을
    알았을 정도였다.
    외가가 있는 동네에는 집집마다 새끼꼬는 기계와 가마니짜는 기계가 있었고 농한기에는
    그 소리로 온동네가 시끄러웠다.


    겨울의 밤에 가끔씩 참새잡이를 보게되는데 일본식으로 지어진 옆집을 둔 탓에 특히 자주
    보았고 참새도 몇마리 얻어먹기도 했다.
    일본식으로 지어진 집은 천장과 지붕사이에 공간이 있었고 공기구멍이 있었는데 주행성인
    참새들에게 강렬한 후레쉬의 불빛은 그 놈들을 옴짝 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한 번씩 그렇게 잡으면 스무마리 정도를 잡았는데 다음에 잡으면 또 그만한 숫자를
    잡는 것 보면 신기하였다.


    겨울에는 밤이 길다.
    그 긴밤에 어디선가 '찹싸알~~~~떠~~억'하고 찹살떡 장사의 소리가 들리면 입안에
    가득 침이 고인다.


    중국이나 베트남의 어깨에 매는 막대기의 양 끝에 유리상자가 있고 그안에는 찹쌀모찌,
    만개잎사귀를 붙인 경단떡등이 있었는데 가난한 살림에 사먹는 건 꿈도 못꾸었다.


    그냥 그런게 있구나...그랬는데 얼마전에서야 옛생각이 나서 지나가는 찹쌀떡장사를
    불러서 보니 아르바이트생들이 종이도시락에 찹쌀모찌만 몇 개 넣어서 팔았다.


    세월이 변하는 것이리라...
    세대가 다른 이들은 또 다른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으리라....


    늘 생각만 하고 있다가 큰 결심으로 옛추억들을 정리하다보니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것처럼 기억의 한계가 절실했다.


    이렇게 적어두고 반추하면서 또 다른 추억들이 생각나리라...생각하면서 이글을 쓴다.

    '유년의 기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억속의 사진한장  (0) 2006.03.29
    선생님의 가정방문  (0) 2006.03.29
    눈 다래끼  (0) 2006.03.29
    경끼~  (0) 2006.03.29
    나의 유년기 20 (겨울2)  (0) 2006.03.29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