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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유년기 20 (겨울2)
    유년의 기억 2006. 3. 29. 11:25

     

    어릴쩍 겨울놀이의 별미는 역시 얼음위에서 노는 놀이 이상 가는게 없을 것이다.
    얼음이 얼면 또 다른 세상이 열려 우리를 즐겁게 했다. 동네의 소류지(우리는
    그곳을 폭포수라 불렀는데 자연폭포가 아니라 콘크리트로 만든 일종의 높은 보
    였다)에 모여서 앉은뱅이 스케이트를 타고 놀았다.


    대부분 사는곳이 구포시장부근이라 시장안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고기상자를
    뽀개어 만들었는데 날을 굵은 철사로 만들어 타고 놀았다.
    그때만 해도 넝마주이가 있던 시절에다 엿장수가 늘 다니던 시절이라 쇠붙이는
    귀했다. 어쩌다 공사장이나 벽돌공장주변에서 포장으로 사용했던 굵은 철사라도
    줏게 되는 날은 횡재나 마찬가지다.


    그놈을 반반한 돌위에 놓고 조막돌로 쳐서 펴고 적당한 위치를 잡아서 끊는데
    지금이야 벤찌등의 공구를 사용하면 간단하겠지만 그때 그런 공구가 있어야 말이지.
    그냥 끊고 싶은 위치를 돌로 수십번 내려치면 조금 납작해지는데 그 부분을
    구부리고 펴기를 수십회 반복하면 똑~ 끊어졌다.


    이 철사를 썰매의 하단에 잘 붙이고 앞뒤로 못을 우구려박아 고정한 다음에
    뒷쪽에는 구부리지 않는채 박아놓으면 일종의 브레이크가 된다.
    신나게 달리다가 멈추어야 할일이 생기면 썰매를 뒤쪽으로 기울이면 못의 머리부가
    얼음을 긁으면서 브레이크가 찌익~하면서 잡혔다.
    지금 생각해도 참 효율적인 브레이크 시스템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은 철사구하기가 어려워서 생각다 못해 달력의 제본부분의 함석을 뜯어서
    붙였더니 상당히 좋았었다.
    요즈음은 그런 달력이 보기 힘든데 그때의 달력 대부분은 윗부분을 함석으로
    납작하게 제본을 했었다.
    그놈을 붙여놓으니 얼마나 씽씽 잘나가는지 한동안 동네 스피드 스케이팅은
    석권하다시피 했는데 이게 얇은 함석이라 수명이 무지하게 짧았다.
    궁하면 통하는 법이다.


    고무얼음...
    겨울이라도 날씨가 조금 따듯해지면 얼음이 얆아지는데 이런곳을 빠르게 지나면
    얼음판이 울렁거리는데 우리는 이런 얼음을 고무얼음이라고 했다.
    물이 좀 깊은 沼등에 이런 장소는 위험천만한 일이기는 한데 그럴수록 스릴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무시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런 장소가 생기게 되면 서로의 담력을 시험하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이런 고무얼음을 무사히 지나려면 스피드가 관건이 되는데 자칫 스피드를
    잃어버리면 뿌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풍덩 빠지고 만다.


    그렇게 빠진 몸으로 집에 들어갈 수는 없다.
    엄마의 서슬퍼런 눈초리와 함께 몽둥이 찜질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행들 중에 누군가가 그렇게 빠지면 우리들은 일제히 썰매타기를 멈추고
    구포둑을 헤메며 나무며 말라버린 풀이며 흩날려다니는 종이며 태울 수 있는
    것들을 모아온다.
    바람이 들 부는 바위뒤에서 불을 피우고 둘러 앉아서 옷이며 양말이며
    신발을 말린다.
    나는 주로 고무신 그것도 깜장고무신을 신고 다닌터라 신발은 별로 말릴것은
    없었지만 어떤 친구는 하얀 운동화를 말리다가 불에 너무 가까이 해서 누렇게
    되어 울상이 되기도 했다.


    서로의 몸에서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보면서 낄낄거린 그 친구들도
    오십을 눈앞에 둔 중년이 되어 이런 회상을 하고 있으리라..
    지내놓고 보는 세월은 너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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