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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3년 가족여행 6탄(8/13일의 기록들...)
    여행기 2006. 2. 23. 23:55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백업하는 글..

     

     

    03년 가족여행 6(8/13일의 기록들...)

    2003-08-20 오후 1:46:39

     

     

     

    8 13일의 기록들...

     

    여름의 끝자락 새벽에는 밤공기가 무척차다. 새벽이 되니 모두들 잠결에 이불쟁탈전이 벌어졌다. 좁은 텐트안에서 이불이 이리로 갔다가 저리로 가고 ... 일어나보니 작은 이불은 구석으로 다 쳐박혀버리고 좀 넓고 두터운 이불만을 가지고 서로 차지하려고 난리다. 결국에는 밖에 있는 버너를 들여와서 한 5분을 지키며 가열했더니 제법 훈훈해졌다. 옆 텐트의 대학생인듯한 사람들도 추워서 견디기 어려운지 나와서 운동을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추운 것은 우리만이 아니구나. 추위가 가시자 이번에는 애들이 이불을 마구 차낸다. 사람은 참으로 간사하다. 낮에는 그렇게 덥덥하다가 불과 몇시간만에 이렇게 춥다고 난리니...

     

    날씨가 춥다보니 아이들도 일찍 일어난다. 드디어 이 해수욕장을 떠날시간이다. 빨리 서둔다고하는데도 피서지에서는 시간이 빨리가나보다. 아침챙겨먹고 텐트걷고 돌머리해수욕장을 떠난 시간이 10 20분쯤이다. 벌써 반나절을 까먹은 셈이다.

     

     

     

    # 해수욕장을 떠나기 전 카니발..바퀴밑에 밤새 들어왔던 바닷물 흔적

     

     

      

    다음 이정지는 이미 언론에 유명해진 함평해수찜질이다. 돌머리해수욕장에서 2키로정도 떨어진 언덕위에 자리잡고 있는 이곳에는 3군데의 해수찜질업소가 있는데 제일 북쪽에는 109년 전통을 자랑한다는 간판과 함께 찜질복이 황토색, 제일남쪽에는 간판에 몇 년전통따위의 문구가 없었는데 옷이 녹색, 가운데는 100년전통이라는 간판의 신흥해수약찜인데 이집은 옷이 검정색이였다.우리는 비교적 주차장이 길가에 있어서 편해보이는 가운데집인 신흥해수약찜집으로 들어갔다.

     

     

     

     

    # 신흥해수약찜의 액자를 찰깍...

     

     

    3인기준 25000원인 요금인데 우리는 식구가 다섯인데 막내는 덤으로해서 30000원을 지불하고 옷과 수건을 받아서 탈의장에서 옷을 갈아입고 따로 대기실을 겸하는 황토방에서 1차땀을 흘리고 있자니 이윽고 탕이 준비가 되었다며 안내를 해준다. 독탕과 2인용탕이 있는곳을 죽 지나서 끝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니 벽과 바닥이 모두 나무마루로 되어 있고 가운데는 사각으로 탕이 있는 형태였다.

     

     

     

     

    # 탈의장 뒷문을 통해서 본 노천탕..봄과 가을에 운용한답니다.

     

     

    탕안에는 뜨거운 물에 구절초,약쑥 같은 것을 양파자루에 넣어서 담가두었는데 각종 약초가 우러난 탕의 물은 연한갈색을 띠고 있었다. 발을 단가보니 너무 뜨겁다. 처음에는 수건을 담가서 어깨에 덮었다가 식으면 다시 담가서 덮는 식으로 하다가 좀 식자 발을 좀더 식자 몸을 담그는 식으로 찜질을 했는데 3시간 30분쯤을 해수찜질을 즐긴셈이다. 점심은 탕안에서 시켜먹었는데 요즘은 비수기로 주인집에서 직접하지 않고 바로 앞에 있는 식당에서 시켜주었다. 우리는 물에 젖은 상태로 육개장을 시켜서 탕안에서 맛있게 먹었다. 먼저 마무리를 하고 나와서 주인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알고보니 경상도분이다. 경상도에서 멀리까지 오셨다.

     

    이집앞에는 찻집이 하나 있는데함평에서 둘째로 잘하는 집이라는 간판이 재미 있다. 와이프와 나는 전통찻집에서 차한잔이 간절한데 아이들이 다 따라들어 가겠다고 하니 어쩔수 없이 다음 행선지로 출발한다. 언제나 이 숙제들을 다 해결할는지... 하긴 인생살이에서 이런 것도 없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할것이며 삶의 의미는 또 얼마나 있었을는지..스르로 위안해본다.

     

    다음 행선지는 용천사 꽃무릇 단지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꽃을 기다리던 푸른잎들이 제풀에 지쳐서 모두 떨어지고 나면 9~10월에 꽃이 피는 꽃무릇...잎과 꽃이 서로를 그리나 같이 만나서 사랑을 나누지못한다고 해서 상사화라고도 한다. 천년고찰 용천사(龍泉寺)는 함평군 모악산 아래에 있는 유서깊은 절인데 백제무왕1(신라의 선화공주와 사랑을 나눈 맛둥이로 알려진 왕임)에 창건되었다고 하나 6.25전쟁때 전소되었으며 최근에 다시 중건을 거듭하고 있었다.

     

    용천사입구에는 공연장이며 공원 그리고 생태공원과 연못등을 조성해두었는데 깊은 숲과 맑은 계곡..앞으로 상당한 휴식공간으로의 역할을 하리라고 보여진다. 절에는 곧 있을 꽃무릇축제를 위한 준비로 상당히 분주해 보였다.

     

    사진으로만 보던 꽃무릇을 절앞에 새로 문을 연 찻집 출입문옆 화단에서 두송이 핀 것을 보았다. 빨간 꽃잎과 푸른 잎을 그리다 길어질대로 길어진 수술..상당히 인상적인 꽃이다. 9월달에 꽃무릇 축제때 다시 와보아야 될 것 같다. 달밤에 달빛아래보는 상사화도 제법 한 운치할 듯 하다. 잠시 시상이 젖었다가 한수를 낚아 올린다.

     

    (“오수에 취한 여름날/용천사 대웅전 앞뜨락/사시마지 올리는 목탁소리가/낮은 담을 넘어오면/꽃무릇 푸른잎은/고운 꽃 자귀나무가 부럽다.//초가을 새벽의/차가운 냉기를 타고/밤서리가 내리면 문득 잠깨어/없는줄 번연히 알면서도/잎을 찾아보다가/가슴에 병이들어 꽃색만 붉어집니다.//잎지면 꽃피고/꽃피면 잎지는/한몸으로 타고난 엇갈린 운명/상사화/붉은 꽃무릇.//8월에 찾아간/남도산골 용천사에는/때일러 상사화피지 못했고/단 두송이/새로생긴 찻집화단에 숨어서/가는객 오는객/행여 임인 듯/반기고 있다.”-拙詩 꽃무릇과 용천사)

     

    세상을 살다보면 쉬운 일인데도 못하는 경우도 참으로 많다. 그중에 하나가 늘 불갑사에 대한 그리움이였다.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막연한 그리움을 안고 몇 번을 벼르고 벼르던 곳이 바로 불갑사였다. 용천사를 떠나서 23번 국도의 북쪽길로 접어들어 좀 달리자 이제는 영광군의 경계다. 안내판을 보고 시골길을 몇키로 들어가서 만난 불갑사... 신라에 불교가 처음 전해진곳이 선산의 도리사라면 백제에 불교가 처음 전해진 곳은 바로 이 불갑사이다. 신라불교전래지 도리사는 아찔한 산꼭대기에 있는 절이라면 여기 불갑사의 위치는 거의 평지에 가깝다. 신라는 고구려를 통해 이미 우리체질에 맞게 적응된 불교가 전해진 반면 백제불교는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가 전해와서 어쩌면 직수입이라는 용어가 더 어울리겠다. 불갑사는 법성포로 상륙한 마라난타스님이 이곳에 터를 잡고 처음으로 백제땅에 절을 지어 전법을 시작한 유서깊은 절이다.

     

     

     

     

    # 불갑사..못내 아쉬워서 한컷

     

     

    절앞에 주차를 하려니 땅바닥에 천원짜리 한 장이 보인다. 몇 번의 망설임끝에 왔다고 부처님이 내리는 상인가 보다하고 보태서 복전함에 넣었다. 아쉽다..법당은 보수공사중으로 겹겹이 설치해놓은 장막으로 보고 싶은 짐면목은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다. 되돌아 나오는데 자꾸 아쉬워서 입구에서 한참을 앉았다가 왔다. 지금 이글을 쓰는 순간에도 아쉬운 마음이 또 가슴을 아리게 한다. 전생에 혹여 절 입구의 키작은 나무의 등걸에 구멍이라도 파고 살던 다람쥐라도 되는양..불갑사..다음달에 꽃무릇볼겸해서 갈 생각인데 그때도 공사중일테니 또 다른 아쉬움을 만들어 올테지...

     

     

    (“불갑사에/참으로 몇 번의 다짐끝에/어찌 인연이 닿았는지/기꺼운 마음으로 다녀왔습니다.//모악산/산자락도 깊은 골짜기/비장의 보물처럼/천축으로 앉아 있는 불갑사/그 불갑사에/참으로 어렵사리 다녀 왔습니다.//불갑사 계단앞/물소리가 좋은 그 곳/돌틈에/아쉬운 마음을 꼭꼭 여미고/두어번 뒤돌아보다/그냥 그렇게 돌아왔습니다.”-拙詩 불갑사에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음 행선지인 선운사로 향했다. 56일간의 가족여행에서 계속 텐트생활만 했으니 이번에는 민박에서 하루를 유하기로 하고 선운사관광단지에 들어섰다. 관광지 앞에는 거대한 호텔들에 질려서 되 돌아나와서 들어간 민박집...서울에서 생활하시다 3년전 민박집을 지어서 오셨다는 마음씨좋은 민박집 주인할아버지...갑자기 부침개가 먹고 싶다는 상아 때문에 고창읍내에서 사온 부침개재료로 부침개를 붙여먹고 오랜만에 티비도 보면서 딩굴 딩굴하다 잠이 든다..자다가 깨지 않고 아침까지 푹 잠든 오랜만에 맛보는 편안함이였다.

     

     

     

     

    # 민박집

     

     

     

     

    # 민박집 방안 풍경

     

     

     

    # 민박집 방안의 풍경

     

     

     

     

    # 민박집 바깥의 풍경

     

     

     

     

    # 밖에 나와서 해먹는 부침개의 그맛...아는 사람만 아는 그맛..

     

     

    *** 뱀다리(蛇足): 내일이면 우리 가족의 여름 56일간의 여행기가 끝납니다. 그동안 읽고 리플달아주시고 관심가져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내일 7탄을 마지막으로 가족 03년 여름여행기는 끝맺음을 합니다..내일은 선운사..고인돌공원..전주 덕진공원..종이박물관..불꽃분수..그리고 전주비빔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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