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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3년 가족여행 5탄(8/12일의 기록들...)
    여행기 2006. 2. 23. 23:30

    블로그앤 사이트가 없어지면서 백업하는 글..

     

     

     

    03년 가족여행 5(8/12일의 기록들...)

    2003-08-19 오후 1:40:31

     

     

     

    8 12일의 기록들...

     

    새벽에 일어나보니 어제밤에 잡아서 한꺼번에 넣어둔 갯벌식구들중에서 게 세놈빼고는 다죽어있다. 같은 공간에 게란놈을 넣어둔게 화근이다. 매운탕을 끓여볼까 하다가 애들이 질색할 것 같아서 그냥 버리고 말았다. 계집애들만 키우다보니....

     

    새벽의 갯바람을 맞으며 텐트앞에 앉아서 갈매기소리를 듣다보니 갈매기소리도 제 나름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갈매기 한 마리 한 마리가 사람처럼 목소리에 제나름의 톤과 개성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갈매기,까치..이 모든 사물들이 제나름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데도 오늘에야 그것을 발견했으니 어찌보면 한심한 노릇이다. 자연을 볼때는 자신이 자연이 되지않으면 진실한 자연을 볼수없다는 진리를 깨달은 셈이다. 갈매기한테 한수를 배웠으니 넓게 따지면 갈매기가 스승이 된 셈이다.

     

     

     

     

    일어나 노는 아이들..

     

     

     

    구시포에서 구입한 갈코리에다 돌머리현장에서 구입한 삽,호미에다가 목장갑까지 갖추고 어젯밤에 남음 밥으로 대충 아침을 때우고 우르르 갯벌로 몰려갔다. 평소에 가끔 서해안 바닷가로 놀러나가서 갯벌을 볼때와는 다르게 갈쿠리로 뒤지면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마치 영화에서 보던 베트콩의 동굴처럼 이리 저리 미로로 형성된 게의 통로..갯지렁이..드물게 나오는 조개..지천으로 늘린 다슬기와 비슷한 고둥(이름을 잘모르겠다.)..도망쳐 다니는 망둥어..다큐멘타리의갯벌은 살아있다는 제목이 참으로 실감난다. 갯벌체험은 처음이라서인지 무언가 살아있는걸 잡는게 힘이든다. 갈쿠리로 휙~ 파내면 휩쓸려왔던 게란 놈이 잡으려면 쏜살같이 달아난다. 물이 나가면서 오목한 곳에는 망둥어가 다음 물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사람이 나타나면 이리 저리 도망다닌다. 한곳으로 몰아서 잡으면 미끌 거리는데 목장갑을 끼고 잡으니 꼼짝 못한다.

     

    그런데 저쪽에서 이동네 할머니인듯한 분이 주전자를 들고서 잡는데 신기에 가깝다. 컨닝할려고 가까이 다가가서 비결을 물으니 다가르쳐 주신다. 게만 잡고 계셨는데 가르쳐주시는 요령은 게란놈이 한 마리가 보통 대여섯개의 구멍을 미로처럼 파는지라 그 구멍들의 가운데쯤을 발뒷굼치로 콰~악 눌러버린다. 그다음에 손으로 구멍을 뒤지면 이미 굴이 무너져서 갈때가 없게된 게가 잡힌다.

     

    그렇게 자세히 가르쳐주어도 도시사람들인 우리는 잡기가 힘이 든다. 그냥 다슬기비슷한 갯고둥이나 주워담고 열심히 갯벌을 뒤지면 나오는 조개..몇번의 추적과 풍당거림속에 잡히는 망둥어...그래도 어지간히 한냄비는 되어보인다. 대충 전과를 살펴보니 게 20마리..망둥어 10마리..조개 5마리..고둥 한종지..이게 오늘의 수확이다.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프다. 아이들에게 갯가사람들이 얼마나 힘든지를 가르쳤고 멀리서 보는 갯벌과 이렇게 직접 파보고 헤집어보는 갯벌을 가르쳤으니 되었다.

     

    갯벌에 다시 물이 들어오는 속도는 참으로 대단했다. 순식간에 물이 차오른다. 물이 나간 갯벌에서 유일한 바위산이었던 곳에서 조금 어정거린 사람은 여지없이 갇혀서 겨우 목까지 차오른 물을 헤집고 건너온다. 물이 들어올때도 전위대는 망둥어 새끼다. 마치 인해전술을 펼치는 옛전투와 같이 1개 사단같은 망둥어 새끼들이 들어오는 물의 제일 앞에서 이리저리 튀면서 마치 축제를 벌리는 듯하다.

     

    마침내 해수풀의 1.2미터되는 담장까지 물이 차오르자 해수풀에 갇혔다가 나갈려는 놈..새로운 세상을 찾아서 넘어오려는 놈들이 하얀 비늘로 햇빛을 반사시키며 만들어내는 자연의 이퀼라이져와 그것을 잡으려는 아이..어른들이 만들어내는 왁자한 소음으로 해수욕장은 돌연 생기를 띠운다. 오랜만에 나도 아이들과 함께 첨벙대며 물놀이를 한다. 특히 자은이는 좋아서 자지르진다. 자은이는 그림그릴때 하고 놀이할때는 거의 집착수준으로 몰입한다. 그런데 공부나 하교숙제..책읽기등은 도저히 집중이 되지를 않는다.너무 많이 치우쳐 있는 아이다. 그래서 놀이를 그만할때도 가끔은 진통이 따를때도 있다. 물놀이는 저녁이 되어서야 끝이났다.

     

    돌머리해수욕장의 샤워장은 작은 호텔이다. 최소한 겉모양은... 샤워장은 안은 일반 샤워장과 다를바 없지만 외관은 정말 멋있다. 하얀 대리석에다가 빨간 나비문양으로 장식해놓아 마치 유럽으로 착각하게 한다. 그러나 물이 너무 차거워서 어린 애들은 기겁을 한다. 어른인 나도 머리부터 온몸이 얼얼하다. 함평군에서 많은 노력을 들여서 개발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놀고있는 샤워장 옥상을 이용하여 물탱크를 올리고 그곳에 일부 저장했다가 아이들이나 노인을 위하여 따로 꼭지로 내려보내면 여름햇발에 달궈진 물이라 그리 차갑지는 않을 듯 하였다. 그런 작은 배려가 부족한 것이 우리나라의 단점이다. 이런 세심함을 갖추는것도 큰 인프라의 구축이다.

     

    돌아와서 저녁을 짜장밥으로 먹고 우리는 폭죽을 사와서 쏘아올렸다. 평소에 폭죽을 쏘는 사람을 보고 왜저래? 했었는데 오늘이 바닷가의 마지막밤이라 생각하니 왠지 허전할 것 같아서 아이들과 같이 폭죽을 터트리며 돌머리해수욕장의 마지막밤을 보냈다.

     

     

     

     

     

     

    뱀다리(蛇足)-돌머리 해수욕장의 인상 깊었던 몇가지

     

     

     

    1)배 모양의 화장실

    공중화장실이 배모양인데 마스트에 해단하는 부분에 깜빡이는 등이 너무 멋짐.

     

    2)나비로 장식된 대리석의 샤워장

    이건 위에 말했지용~~

     

     

     

     

     

    3)대리석에 음각의 나비문양이 멋진 파출소

    둥근 모양의 대리석건물인데 나비모양을 음각으로 새긴 멋진 바다파출소

     

     

    4)운저리 무침

    처음에 무언가 했는데 궁금해서 식당에 물어보니 망둥어를 여기서는 운저리라고 한답니다.

     

    5)쇠나나

    우리 텐트부근의 방갈로에 청각장애인 몇분이 계셨는데 오셔서 필담으로쇠나나를 좀 달라고 와이프에게 그랬는군요..모르겠다고 했더니 다시 갔다가와서 표준말로쇠고기를 쓰더라고 하더군요..방언인가 해서 찾아보니 없네요..

     

    6)갯벌용 양말

    울 와이프 세이클럽의 띠방의 친구가 이 양말을 개발해서 한개씩 돌렸다는 군요. 사용해보니 상당히 좋더군요..특히 바닷가의 백사장이나 갯벌에서 신발 신을 필요없어서 좋더군요..구입처는 저도 모립니다..울 와이프한테 식구대로 한켤레씩 구입하라고 해야겟군요..내년을 위해서...

     

     

     

      

    ** 마우스 스크롤 할려니 힘드시지요..암튼 감사합니다. 8 13일의 이야기들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100년전통의 해수찜질이야기와 용천사의 상사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반디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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